2016년 2월 3일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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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연합당 논란으로 드러난 민주노총의 정치적 무기력
김광수  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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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의 꿈


마음속에 큰 꿈을 품은 사람은 그 꿈의 대가로 치러야 하는 고난을 기꺼이 감수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고만고만한 고난에 좌절하는 사람은 품은 꿈이 크지 않다는 의심을 하게 된다. 민주노총은 만신창이가 된 진보정당운동을 이번 총선을 통해 새로운 기반 위에 다시 세우려는 꿈을 꾸었다. 그런데 고작 한두 달 만에 중집위를 통해 스스로 품었던 꿈을 버렸다. 꿈이 너무 컸던 것인가? 아니면 꿈을 품은 자가 자격이 없었던 것일까? 따져볼 일이다.


2015년 11월 26일 양동규 정치위원장이 발의하고 중집위에서 사실상 만장일치로 통과된 총선방침수립을 위한 토론안에서 민주노총은 내년 총선 대응 기본 기조로 ‘선거연합정당’을 구성하는 방침을 세웠다. 연합의 전제는 노동 개악 저지 '공동 투쟁'과 노동자 계급 정치세력화를 위한 ‘공동 기반 강화’로 정리했다. 선거연합당은 완결적인 진보정당 건설이 아니라 총선에서 노동·진보정치 운동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으로 규정되고, 현재 노동·진보 정치세력의 현실적 존재 상태와 역량, 정치적 기조 차이를 인정하는 것을 바탕으로 총선에서 최대의 성과를 공유하고 이후 전망에는 모든 가능성을 여는 시도라고 정치위원회는 설명했다. 그 외 만약 모든 세력을 포괄하지 못하더라도 연대틀을 유지하는 방안, 이도 저도 되지 않으면 기존 방침대로 노동자후보를 지지하는 것도 방침에 속해 있었다. 


민주노총이 현 상태를 충분히 감안해 보아도 소박한 꿈이다. 그런데 이 소박한 꿈조차 민주노총은 온전히 꾸지 못했다. 2016년 1월 7일 민주노총 중집위는 토론안에서 제출한 3가지 방안 모두를 폐기하고 원점부터 다시 토론하기로 결정했다. 사실 비례대표에 목을 건 진보정당들이 자기정당을 해산하고 모여야 비례대표 순번을 받을 수 있는 선거연합당에 동의할 리 만무했고, 애초부터 야권연대를 배제하고 시작한 선거연합당에 야권연대의 중심에 서고자하는 하는 정당들이 참여할 리 만무했던 것이다. 그저 해산된 정당으로 선거에서 다시금 기회를 얻고자 했던 구 통진당 당원들만이 여기에 매달렸을 뿐이다. 

 

민주노총은 가혹한 현실을 돌파할 의지가 없다


현 한상균 집행부는 안팎의 우려와 기대 속에서 진행된 민주노총 직선제 투표로 선출되었다. 직선제 투표는 민주노동당의 분열과 이후 전개된 야권연대 놀음에 정치적으로는 이미 식물인간이 되었던 민주노총에게 기대를 갖게 한 계기를 제공했다. 직선제에 출마했던 후보들 중에는 야권연대를 주도하고 대선기간동안 보수정당 후보 지지를 선언했던 민주노총간부들에 대한 징계 등을 언급하는 후보도 있을 만큼 직선제 선거가 그 동안의 정치적 오류를 환골탈태하는 계기를 만들어줄 것을 희망하는 흐름도 있었다.


민주노총이 직선제를 통해서 가져올 변화는 정치적 노동운동의 후퇴로 빚어진 퇴보를 일단 저지하고 전진할 수 있는 계기를 확보하는 것임은 분명했다. 그래서 야권연대노선과 결별, 그리고 야권연대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간부들의 숙정, 그리고 이후 정치투쟁의 방향으로 반자본주의 투쟁 설정이 요구되었다. 그 이유는 첫째 민주노총이 야권연대와 결별하지 않는 이상 현재의 자본주의 위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수준의 정치적 결의를 만드는 게 불가능했고, 둘째 야권연대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간부를 배제하지 않고는 새로운 정치세력화의 주체를 구성할 수 없었고, 셋째 반자본주의 투쟁을 선언하지 않고는 야권연대와 정치적으로 결별한 후 대안을 세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직선제를 통해 극적으로 당선되었다는 한상균집행부는 이러한 객관적인 요구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투쟁을 통한 상황 돌파라는 명분을 들어 총파업카드를 꺼내들었을 뿐이다. 결과적으로 한상균 집행부는 둘 중 하나였다. 정치적 단결을 이루기 위해서 반드시 치러야 할 내부의 격렬한 투쟁은 아예 엄두조차 낼 수 없을 만큼 정치적으로 허약했거나, 아니면 민주노총이 안고 있는 문제가 투쟁을 통한 단결로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믿을 만큼 어리석었던 것이다. 그렇게 민주노총은 원래도 평범했지만 더욱 평범해졌다.

 

21세기 민주노조의 자격


사실 노동조합의 조직운영원리는 연대와 단결이지만 자본가계급이 노동조합을 공격하기 위해 이빨을 드러내는데 주저함이 없는 자본주의사회에서 요구되는 단결의 수준과 연대의 수준은 자본주의가 고도화될수록 더욱 높아지기 마련이다. 역사적으로 70년대 단결과 투혼의 상징인 민주노조운동은 정치적으로 발언하지 않기로 작정하면서 80년 전두환정권의 반동에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이것은 해야 할 일을 안 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 보여주는 역사적 경험 중의 하나이다. 그런가하면 96, 97 총파업을 통해 정치적 리더십을 확보한 민주노총이 대선을 주도하면서 그 후 10여 년간 상황을 주도할 수 있었던 건 반대의 예로 삼을 만하다. 반신자유주의 기치가 올랐던 20세기 마지막 몇 년 동안 그렇게 민주노조운동은 정치적 노동운동으로 발전했고, 대선후보도 내고 민주노동당도 만든 것이다.


지금도 상황은 비슷하다. 자본주의가 2008년 공황으로 인해 더욱 사나워지고 노동자에게 어느 때보다 적대적인 이때, 노동운동은 반자본주의 투쟁의 주역으로 나서기 위해 스스로의 정치적 단결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 자본가계급은 자기들이 역사적인 종말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으로 거침없이 밀고 오고 있다. 그렇다면 노동자들은 민주주의를 이야기하는 수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왜 안 되는 자본주의가지고 덤비냐고 달려들어야 한다. 그러한 정치적 결의가 있다면 어떻게 야권연대가 가능할 것이고, 반박근혜 투쟁이라는 민주대연합 냄새 풀풀나는 구호가 중심에 설 수 있겠는가? 그 시대에 맞는 역사적 과제를 수행하는 자에게 역사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를 게을리 하는 자에게 기회도 꿈도 없다.  

 

선거연합당은 정치적 분열의 현상유지다.


이번 총선방침 논의에서 드러나듯이 현재 민주노총의 정치적 단결수준은 바닥이다. 민주노총이 주도한 정치세력화의 성과는 해체된 통진당, 이를 대신해 야권연대의 중심에 서겠다는 정의당, 그리고 존재감이 희박한 노동당 등으로 나뉘어졌다. 그 외에도 계급정당추진위도 있다. 정치적으로 상이한 것처럼 보이는 이들 사이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우선 민주노총을 뼈까지 우려먹겠다는 의지가 충만하다는 점이다. 그들은 그러한 수준에서 민주노총의 단결이 필요하고, 딱 그 수준의 정치적 결의가 필요한 세력이다. 자신들의 정치적 노선이 노동자계급의 역사적 사명과 일치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격렬한 내부투쟁을 할 양심도 배짱도 없는 세력들이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이러한 정치세력들에게 포섭되어 있는 현 민주노총 상층간부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견제와 무난한 결정이다. 그것은 정치적 단결이 아니라 극심한 정치적 분열을 평화롭게 유지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번 선거연합당의 발상은 이러한 평화로운 분열의 현상유지안이다. 그런데 현상유지안으로는 치명적인 독소조항{?)이 있었다. 바로 야권연대의 배제였다. 공개적이고 격렬한 노선투쟁을 피하고 어영구영 대의집행기구의 결의를 통해 야권연대 문제를 넘어가려는 꼼수는 이미 정치적 여우들만 모여 있는 중집위라는 여우굴에서 통할 리가 없었던 것이다.

 

반자본주의 투쟁역량을 확보하지 않고 민주노총에게 미래는 없다


이처럼 약화된 정치적 단결수준으로는 선거를 비롯한 어떤 정치활동, 어떠한 투쟁에서도 주도성을 발휘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총파업을 한다고 말은 하지만 총파업의 대상이 박근혜 정권에 머무는 한, 정치적 선도성을 가지고 민중운동이나 정당운동을 주도할 가능성도 없다. 낡은 정치적 각성을 가지고는 총파업을 성사시킬 수 없다. 문화제도 할 수 있고 문화선동꾼을 가지고 구경거리는 만들 수 있으나, 작업장에서 대규모로 노동자들을 노동에서 철수시킬 능력은 없다. 투쟁사업장에 연대방문도 가능하고 모금도 가능하고 교육도 가능하고 신문도 낼 수 있지만 정치총파업도 할 수 없고, 정치세력화도 주도할 수 없다.


70년대 민주노조운동 주역들이 81년 아프리(AAFRI) 농성장에서 물러나면서 피눈물로 결의했던 연대투쟁은 민주노조운동의 길을 개척하려던 젊은이들의 노력으로 85년 구로동맹파업, 90년 전노협 정치총파업으로 실천되었다. 지금처럼 선의를 가진 동지들도 정치적으로 무너지는 참담한 시절에 우리가 실천해야 할 일은 지금까지의 실패를 온전히 인정하고 새로운 길로 가기위한 야무진 실천이다. 즉 반자본주의 정치선동을 강화하고 그 성과만큼 투쟁을 조직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반자본주의 투쟁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반자본주의 투쟁역량을 확보하기위한 진지한 노력이 없는 한, 민주노총이 역사적 역할을 할 가능성은 점차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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