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14일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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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20년, 성년을 맞이한 민주노총, 노동자의 가슴에 무엇을 새길 것인가?
이영수  ㅣ  2015년 11월 14일


‘노동악법 철폐’, ‘노동자 정치세력화’, ‘사회대개혁’을 기치로 내걸고 1995년 11월 11일 건설된 민주노총이 창립 20년을 맞이하였다. 민주노총은 이제 사람으로 치면 성년이 되었다. 법외노조로 시작한 민주노총은 합법화되었고 노동자민중의 선봉에서 무수한 투쟁을 헤쳐 나갔다. 그리고 여전히 자본과 정권의 악랄하고 교묘한 탄압을 뚫으며 자신의 길을 개척해가야 할 상황이다.

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계속된 노동자의 투쟁으로 창립한 민주노총은 노동자의 가슴을 뜨겁게 달아오르게 하는 조직이었고, 누군가에게는 ‘내 청춘의 모든 것’이었다. 민주노총은 여전히 민주노조운동의 구심이자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최후 보루라는 역할을 놓치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20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민주노총의 모습은 힘겹게 보이기만 한다. 언제나 자본과 정권에 맞선 투쟁으로 바쁘게 싸우고 있지만, 정작 민주노총이 노동자의 가슴에 무엇을 남기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민주노총의 현주소를 알려주는 한 예, 노동자 정치세력화


가령 창립시 내걸었던 요구 중 하나인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살펴보자. 현재 민주노총은 참담하게 실패한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어떻게 복구해 나갈 것인지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총 초창기만 해도 더 이상 보수정당에 노동자의 미래를 맡길 수 없고, 노동자들이 독자적인 정치세력화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기회주의적인 노조 관료들이 보수정당의 품안으로 떠나갔을 때 민주노총은 그들과 명확히 선을 그었다.

하지만 어느새 자본가야당의 대표자가 노동자대회 인사말을 하고, 선거를 포함해 자본가야당과의 연대에 아무런 문제제기도 못하는 상황으로 바뀌고 있다. 문제해결을 위해 그나마 힘이 있어 보이는 자본가야당에 의지하는 흐름이 생겨나고 있다. 이것이 폭이 넓어지는 것이고, 민주노총이 강화되는 것인가? 노조관료의 자리를 이용해 문제해결하고 한자리 차지하려는 출세주의자의 욕망이 느껴지는 것은 일부만의 느낌인가? 민주노총이 이런 방식으로 계속 간다면 절대 발전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미국과 같이 노동조합이 거대 자본가정당의 들러리로 전락할 뿐이다. 아무리 총파업 투쟁을 외친다 하더라도 노동자 투쟁의 정치적 성과는 모두 민주대연합을 통해 보수야당에게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가고 만다. 전투에서 이기는 것도 쉽지 않은 시기이기는 하지만, 전투에서 이겨도 전쟁에서는 지는 셈이다.

조합주의 틀을 넘는 새로운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

2009년 미국에서 시작된 경제공황으로 지엠이 파산하자, 그 여파가 내가 일하고 있는 지엠대우(현 한국지엠)에도 튀었다. 구조조정이 시작되었고, 정규직노조의 합의로 묵묵히 일해 왔던 비정규직 1,000여명이 해고되었다. 2014년 스페인, 그리스에서 시작된 경제공황으로 유럽에서 수요가 줄어들자 지엠은 사업을 축소하기 시작했고, 그 여파가 한국지엠에까지 왔다. 한국지엠 군산공장에서 또 정규직노조의 합의로 1000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해고되었다. 이것은 한국지엠만의 상황이 아니다. 자동차 부품사든, 조선업종, 철강업종 등에서든 물량이 없으면 소리 소문 없이 진행되는 비정규직 해고가 만연해 있다. 생존권을 위해 단결해야 할 노동자들은 정리해고의 비참한 경험을 겪으면서 갈기갈기 찢어졌고, 실리를 통한 살아남기가 반복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현장에서는 일차적으로 물량을 확보하는 투쟁이 진행되어 왔다. 일단 물량이 있어야 고용을 지킬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 노동자들의 일반적인 논리였다. 그런데 현실은 계속 물량은 줄어들고 있고, 특히 자본주의 위기가 심화되면서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힘겹게 투쟁하지만 또다시 힘없는 미조직 비정규직이 해고되는 현실이 반복되고 있다. 당장은 물량확보가 답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노답”이다. 아니 “핵노답”이다. 그렇다면 어디에서 투쟁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고민할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자본주의를 반대하는 민주노총으로!

현재 민주노총은 시동 꺼진 자동차가 기존의 관성을 이용해 계속해서 오르막을 오르고 있는 모양새이다. 그것도 새롭게 조직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의해 힘겹게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계속 힘겨운 현실투쟁의 반복을 넘어, 노동자의 전망을 찾아가야 한다. 그 전망은 ‘자본주의를 반대하는 민주노총’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빈익빈 부익부의 심화, 부의 대물림 확대, 사회보장의 축소, 청년실업, 끊임없는 고용불안과 비정규직의 확대, 소상공인의 몰락, 환경파괴 등 모든 영역에서 노동자, 민중들의 투쟁은 자본주의와 맞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노동자 착취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자본주의 구조가 현재의 위기를 낳고,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자본가들은 정규직, 비정규직을 갈기갈기 찢어놓고 있다. 노동자를 착취함으로써 유지되고 있는 자본주의를 공격하지 않고서는 그 어떤 투쟁도 예리한 투쟁이 될 수 없고, 곳곳에서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요구를 모아낼 수 없다. 가령 물량확보라는 대안이 아니라, 우리가 공장을 운영하겠다는 과감한 전망을 만들어야 한다. 민주노총은 이러한 투쟁에서 중심에 설 수 밖에 없는 조직이다.

민주노총이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전망을 만들고 이를 노동자 속에서 확산시켜간다면, 개별 투쟁에서 패배할 수는 있어도 결국 노동자은 자신감이 확대되어 사회변혁의 주역으로 나서게 될 것이다. 이제는 자본에 대한 반대를 넘어 자본주의라는 체제 자체에 문제제기를 정면으로 해나가야 한다. 자본주의에 도전하는 노동조합이야말로 자본과 정권이 무시할 수 없는 노동조합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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