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8일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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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에게 창업이라는 복권을 쥐어주는 어른들의 세상
김광수  ㅣ  2015년 10월 8일

 



창업을 권하는 사회

대기업취직, 공무원 시험에만 목매지 말고 창업을 꿈꾸라는 꾸지람이 꼰대 자격목록에 하나 더 추가되었다. 창업은 어른들의 단순한 꼰대놀이에만 국한되지 않고, 국가예산과 조직이 동원되는 지경이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는 전국 18개의 창조경제혁신센터로 구체화되었고, 각 센터는 재벌그룹이 하나씩 결합되어, 재벌과 정권의 융합으로 구성된 대국민 창업 프로젝트의 핵심거점이 되었다. 그런가하면 사람들의 요즘 지하철 역 주변에 청년창업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는 커피숍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게 되었다. 갑질 논란으로 한 때 주춤했던 청년들의 편의점 창업도 불황에 편의점이 잘된다는 입소문을 타고 다시 증가하고 있다. 창업은 창업인데 자영업 창업이다.

요즘말로 흙수저 입에 물고 나온 별 볼일 없는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임금노동자 아니면 자영업이다. 이것마저 여의치 않은 사람은 실업자 아니면 신용불량자로 전락한다. 다시 말해 좋은 일자리를 찾아 취업을 연기하면 장기실업이 가깝고, 용기를 내어 자영업에 뛰어들면 신용불량의 족쇄가 발밑에 살그머니 놓이게 된다. 

창업은 아무나 하나?

딱히 청년실업을 해결할 방법이 없던 박근혜정권은 어느 날 느닷없이 해외취업을 들고 나오더니 결국 이명박과 마찬가지로 청년창업을 목 놓아 부르짖는 지경에 이르렀다. 게다가 여기에는 가망 없는 권력이 들고 나오는 철학이라는 것도 있는 것 같다. 이른바 창조경제와 혁신이라는 두 단어다. 이들이 말하는 혁신, 창조는 “발명+상업화”라는 개념과 동일한 것이라고 선전된다. 아이디어를 상업화해서 돈을 벌면 그것이 창조고 혁신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대학 4년을 취직하려고 토플에 매달리는 이 나라 청년들이 만들어내는 아이디어나 발명이 얼마나 기발할 것이며, 신규창업기업의 생존율이 OECD 최저인 나라에서 상업화는 얼마나 가능할 것인가?

미국에서 이른바 창업기업(스타트업)을 가장 많이 배출한 곳은 미국최고 수준의 공과대학이 있는 MIT다. 이곳이 창업이 용이하고 나름 생존율이 높은 것은 어쩌면 너무 당연한 일이다. 연간 교육비가 1억이 넘는 사립고등학교를 졸업해, 대학등록금 또한 연간 1억이 훌쩍 넘어버리는 대학을 다니는 사람들이 흙수저일리 만무하고 이들이 비록 실패를 한다한들, 그 실패가 사회에서 유실되기는커녕 철없는 부자집 도련님 세상 쓴맛 경험하게 해주는 보약같은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창조니 혁신이라는 말도 따지고 보면 있는 놈들 잔칫날에 들을 수 있는 덕담이지, 삶의 지혜나 가난한 자들의 부자되기 전략하고는 거리가 먼 이야기다. 

자본주의에 대한 각성이 필요한 때

투자를 늘릴수록 고용이 늘기는커녕 줄어든다는 대기업이 주인 행세를 하는 한국경제가 고용을 늘리는 일은 한계에 이르렀다. 그리고 한계상황에 이른 중소기업이 의존할 노동력은 세종대왕이 웬수가 된 이주노동자들이다. 고용이 심각하게 벽에 부딪쳤다. 그래서 미국유학이 자격증이 된 정부관료들이 생각해 낸 것이 “미국 따라하기”, 즉 창업을 통한 벤처기업 고용확대다. 하지만 앞서 말한대로 청년사회의 지식의 축적이나 기업환경의 열악함으로 인해 현실은 청년들의 자영업 진출로 귀결되고 있다. 그런데 이 와중에도 2015년에만 10만이 넘는 자영업자가 줄어들었다. 도대체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이해를 할 수 없다.

한국을 비롯해 모든 나라의 자본주의는 이미 엔진이 정지된 채 내리막을 달려가고 있는 자동차 신세가 되었다. 핸들조정도 그리 원할 치 않다. 브레이크마저 고장나면 대형사고로 이어진다. 통일대박을 외치면서 북쪽하고 사사건건 시비거리만 찾는 정신 나간 대통령이 이제 젊은이에게 신용불량의 미래를 감수하고 자영업대박의 꿈을 꾸라고 하고 있다. 나 혼자 잘살아보겠다고 복권을 사라는 어른들의 세상에 젊은이가 해야할 일은 의문을 품는 것이다. 혹세무민하는 자본과 권력의 무리들에게 각성과 행동으로 한방을 먹이는 씩씩한 젊은이들의 출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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