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8일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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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봉인가? 문제는 세대전쟁이 아니라 계급이다
권순욱 인천대 학생  ㅣ  2015년 10월 8일



청년세대의 문제가 이렇게나 많이 이야기되었던 적이 있을까? 2007년 8월 『88만원 세대』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청년세대가 마주한 실업, 저임금, 열악한 노동환경, 생활고, 인간관계 파탄 등에 대한 담론이 나왔지만, 지배계급의 이해를 대변하는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등마저 적극적으로 이야기할 정도로 지금처럼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 적은 없었다.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그들이 청년의 문제를 이용한 이유가 바로 노동개악을 위한 포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이 겪는 문제는 어느 누구든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청년들은 자신들이 마주한 처지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었나? 여성, 외국인, 장애인 등을 향한 혐오가 부족하게나마 삶 속에서의 어려움을 설명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지만, 가장 지배적인 설명방식은 ‘기성세대’ 혹은 ‘기득권’과 자신들 ‘청년 세대’의 갈등이라는 대립구도였다. 다시 말해, 기성세대 혹은 기득권이 청년 세대를 착취하고 핍박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지배하고 있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앞에서 언급했던 『88만원 세대』이었다. 뒤이어 나온 삼포세대, N포세대, 달관세대 등등은 이런 세대전쟁이라는 구도 속에서 청년세대의 특징들을 서술하기 위한 단어로 여러 신문사들에 의해 제시되었다. 그리고 그 제시된 맥락이 어떻든 간에, 이 단어들은 20대에게 자기 자신의 처지를 설명하는 언어로 수용되는 데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청년들은 자기가 속한 가족이 스스로를 재생산할 수 없는 조건 때문에 자기 스스로 경제적인 짐을 짊어질 수밖에 없다. 아르바이트, 인턴, 비정규직을 전전하며 생활하는 저임금 노동자로서 살아가는 것을 피하고자 전문대학, 4년제 대학교를 진학했지만, 처지는 그것과 거의 다를 바 없다. 갈수록 악화되는 청년구직난에, 학업 자체를 지속하기도 어려워지고 있다. 4년제 대학교를 다니면서 쓰는 생활비 월 평균 52만원 중 취업사교육비용이 그 절반을 차지한다. 이마저도 고등교육을 받는 삶 자체가 지속되기 어렵기에 진학 자체를 포기하거나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계속한다 해도 학자금 대출에 의존하거나, 낮에는 학업을 밤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고된 삶을 살아간다.

이것마저 부담스러울 때는 학비를 벌고자 휴학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치열하게 살아감에도 불구하고 그 대부분은 구직자, 저임금 노동자라는 지위를 벗어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은 ‘기성세대’의 악의라는 모호한 말로 설명할 수 없다. 결국 노동자로서 살아갈 수 없는, 이들이 처한 극악의 상황이, 청년들을 ‘헬조선’으로 자살로 내몰고 있다. 이런 삶의 조건들을 생산하고 재생산하는 메커니즘 속에서 세대론은 20대의 처지를 이해하지 않으며 ‘기성세대’나 ‘기득권’이라는 모호한 단어로 문제의 원인을 왜곡해왔다. 그 결과 세대론은 보수양당의 표몰이를 위한 수단으로 계속해서 이용되었고, 노사정 대타협이라는 이름으로 이뤄진 노동개악 역시 똑같은 수법을 통해 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사회 주류는 세대론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현실의 문제를 세대론으로 왜곡시키려는 시도와는 반대로 상황이 흘러가고 있다. 20대의 현실인식은 그것을 넘어서는 차원으로 발전하고 있다. ‘흙수저’와 ‘금수저’ 같은 표현은 지금의 현실이 개인적인 노력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일종의 신분제 사회가 되었다는 인식이 등장하고 확산된 결과물이다, 이것은 자본주의의 본질은 계급사회임을, 자본주의가 가족 재생산 과정을 파괴하면서 사회를 계급으로 철저히 분열시키고 있다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현실에 대한 불만을 쉽게 타인을 향해 돌리는 이들 역시 등장하고 있다. 그럴 때일수록 자신들이 처한 문제를 정확히 설명하고, 그것을 극복할 가능성을 제시하는 ‘이론’의 힘이 더욱 필요하다. 다른 삶은 가능하다는 상상력이 있을 때에만 이런 절망은 희망으로 바뀌고 진정으로 변화를 일으키는 움직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만국의 청년들이여, 공부하고 맞서 싸워라! 이것이 우리가 앞으로 외쳐야할 구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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