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8일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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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닭 쳐다보듯 하다가 함께 주저앉은 현대자동차 불파투쟁
김광수  ㅣ  2014년 11월 7일


 현대자동차 불파투쟁은 불법파견에 대한 법원의 판결로 시작되었지만 우리사회의 보편적 문제로 떠오른 비정규직 철폐문제에 대응하는 노동운동의 역량을 시험하는 무대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투쟁은 비록 현장에서 정규직 활동가들의 참여와 지지가 만만치 않았지만 투쟁의 형식은 철저히 원하청이 분리되는 투쟁이었다. 하청노동자들의 파업투쟁에 정규직이 동맹파업을 하거나 공동요구를 중심으로 함께 투쟁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사실 현대자동차 정규직 노동운동이 회사의 노무관리 틀을 박차고 나오기 위해서는 노동자계급의 보편적 과제를 중심으로, 즉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투쟁을 해야 했다. 비정규직 노동운동이 조직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규직 노조에 대한 의존성을 넘어 스스로 공장의 계급적 대표성의 한축이 될 수 있는 원하청공동투쟁을 확보했어야 했다. 서로에게 너무나도 필요했던 원하청 공동투쟁은 수많은 계기가 있었음에도 현대자동차 안에서 끝내 실현되지 못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정규직은 사측의 노무관리에 더더욱 묶이고, 비정규직은 협소한 조합주의에 갇혀버렸다.


원하청 공동투쟁을 위해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현대중공업도 대다수 대공장의 경우처럼, 정규직이 공장에서 계급적 대표성을 상실했다. 이는 숫자가 증명한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규직보다 두배 가까이 많다. 정규직 노동조합이 따내는 교섭성과는 비정규직에게 거의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면에서 정규직 노동조합은 공장 대표성을 잃었다. 한때 현대중공업이 두달씩 파업해서 얻어낸 임금인상율이 전국 사업장의 임금요구안이 되던 시대는 벌써 20년전 이야기가 되었다.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적어도 공장내에서라도 교섭의 대표성을 확보하는 방법은 원하청 공동교섭, 원하청 공동투쟁밖에 없다.

그런데 이는 선언이나 노동조합간의 협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현장으로부터 조직적 준비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파업을 원하는 정규직 노동자들 중에 원하청 공동파업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부정하는 노동자는 없다. 다만 이를 위해 조직적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 지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할 뿐이다. 그런데 세계 노동운동의 역사에 이탈리아의 공장평의회, 프랑스, 러시아의 공장위원회, 독일과 영국의 잡스튜어트(현장위원)라는 경험이 있고 이 경험들은 원하청 공동투쟁을 위한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이는 공장평의회가 철저하게 노동자 대표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1919년과 1920년 이탈리아에서 노동조합들은 노동자의 도시 토리노에서조차도 1/4 밖에 안되는 노동자를 조직하고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공장평의회는 나머지 미조직된 3/4의 노동자들을 포괄하여 철저히 계급적 대표성을 가질 수 있었다. 또한 15명당 1명씩 대표자를 선출했던 구조는 공장평의회가 현장 민주주의를 반영할 수 있도록 하여 대중들의 자발성을 고취시킬 수 있었다.”

김백선, 붉은 2월과 토리노 공장평의회 운동 중에서


공장위원회 건설로 총파업을 준비하자

냉정히 말해 현대중공업의 투쟁역량은 집회에 나오고 파업을 소원하는 3,000여명의 열성조합원, 그리고 50명에 이르는 비정규직 조합원에 집중되어있다. 이들을 당위가 아닌 조직적으로 묶고 파업동력을 조직화하는 방법은 먼저 이들에게 대표성을 인정받는 공장위원을 선출하는 것이다. 집회현장에서 제기하고 바로 선출할 수도 있는 이 조직은 10명, 혹은 20명 단위로 위원을 선발하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다. 현장에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아우르는 공장위원이라는 역할이 주어진 활동가들을 공식화하는 것은 현장의 분위기,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용기와 참여를 끌어내는 기폭제 역할을 해 줄 것이다. 현장에서 공장위원을 선출하고 운영하는 것은 쉽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이미 예전에도 소위원 선출처럼 현장의 필요성에 의해 조합공식조직을 넘어서는 현장조직, 현장대의기구를 만든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공장위원회는 실질적인 파업투쟁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로 하는 것이지 상상력의 산물이 절대 아니다. 총파업을 원하는 노동자의 결기와 용기가 있는 곳에 공장위원회는 언제나 등장할 수 있는 노동자의 무기다. 그리고 이는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일상적 조합활동의 축적이라는 단계를 뛰어넘는 무기가 될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조합과 정규직 열성 조합원들은 압축성장을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공장위원회가 바로 그 해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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