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8일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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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관계의 과잉이 초래한 자본가들의 멸종 위기
김광수  ㅣ  2014년 12월 15일



자본주의 관계의 과잉은 생산의 사회화, 자본주의 상품생산에 연결되어 있는 사회구성원의 비중이 증가하는 것과 자본의 집중, 그것도 미천한 개인에게로 집중이 심화되는 것을 일컫는다. 미천한 개인들로 부가 집중되는 것뿐만 아니라 부가 상속되면 자본주의 관계는 점점 사회전체에서 참을 수 없는 관계로 다가온다. 세습된 부, 그리고 이 부를 소유한 상속부자들이 사회전체가 갖는 적대감에 포위되는 것은 당연하다. 상속부자들 중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는 축들은 그래서 부자 같지 않은 부자로 행세하며 그런 적대에서 피해가려고 한다. 검소하고 눈에 띄지 않는 부자는 부자들에게 최고의 코스프레다. 다른 자들은 기부천사로 등장하거나 부자의 아량을 보여주며 이 세상에 부자가 필요한 이유를 사람들에게 입증하려고 애를 쓴다.

상속재벌의 존재는 모두에게 재앙

상속재벌이 아무리 자신들을 포장해도 방탕한 사치를 누리는 스스로 존재가 모두에게 고단한 일상을 강요하는 자본주의 체제의 수혜자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자본가에게 막대한 이익을 안겨주는 자동화는 청년실업을 가중시키고, 상속재벌에게 막대한 부를 안겨주기 위해 시행되는 구조조정은 노동자에게는 사형이나 다름없다. 만사가 다 이 지경이다. 거기에 사회전체를 촘촘한 위계로 줄 세우고, 돈 있는 자신들을 그 위계의 꼭대기에 세워, 피고용자에게 노동력을 요구하는 것을 넘어, 인격과 자존마저 뺏는 일을 서슴지 않고 있다. 생산력은 비약적으로 발전한 지금, 노동의 절반만 해도 풍족한 삶을 누릴 수 있다는 객관적 사실을 감추기 위해 청년들에게 자기계발서를 읽게하고, 비인간적 경쟁에서 승리하는 길만이 풍족한 삶을 누리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요하고 있다. 스스로는 오로지 부모 잘 만난 것 밖에 없는 자들이 모두에게 노력의 화신이 되라고 어르는 일이 점점 웃기고 혐오스러운 것이 되고 있다.

조현아는 재벌 자본주의 체제의 종식을 앞당긴 열사

대한항공 재벌 3세인 조현아 부사장이 뉴욕에서 인천으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진상질을 부리다 종국에는 사무장을 비행기에서 내리게 해 이륙 준비하던 비행기가 다시 탑승게이트로 회항하는 일이 발생해 나라가 시끄럽다. 다행히 이번에는 찌라시가 아니라 엄연한 사실이다. 이 일도 황당했지만 대한항공과 조현아 자신이 보여준 이후 행태는 사람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부사장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다는 사과성명은 용비어천가 수준의 재벌총수 일가 옹호였고, 검찰출두를 거부하면서 정신적 충격에 빠졌다는 변명도 이들의 갑질 본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이들의 갑질본능과 두툼한 얼굴두께는 이들이 인류가 아니라 갑각류, 그 중에서도 페름기에 멸종한 삽엽충으로서 살아있는 화석임을 입증한다. 자본주의가 고도화되면서, 그리고 자본주의 관계가 과잉되면서 상속재벌은 결코 현재의 환경에 적응할 수 없는 화석에 불과한 존재임을 조현아는 뉴욕에서 인천까지 여객기가 운항하는 운행고도 8000미터의 상공에서 스스로 몸을 던져 입증하고 있다.

상속재벌이 지배하는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


지금 대부분의 재벌들이 3세 상속을 앞두거나 이미 마친 상태다. 재벌들의 경제 영토는 한반도에서 골목까지 뻗어나가 재벌 며느리 몇 명이 제과점이나 통닭집에 관심을 가지면 수십만명 생존권이 한방에 날아갈 만큼 이들의 영향력과 지배력은 막강하다. 혹자는 이번 사건을 보고 노블리스 오블리제(닭의 벼슬)를 들먹이는 데, 정말 닭벼슬같은 이야기다. 일단 재벌총수들 집안자체가 노블하지 않다. 이땅의 역사에서 보면 가장 천한 것들이다. 일제때는 친일한 놈들이고 수백만 목숨을 앗아간 전쟁 통에 돈벌고, 미국놈들 똥치우던 것들이다. 천민들이 독재권력에 빌붙어 정경유착으로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인 것이 재벌체제의 시작이니, 사람들이 이를 빗대 한국에 천민자본주의라 이름을 붙인 것이다. 몇 달전 신세계 백화점 상속자인 정용진이가 TV 인문학 강좌에 나와 떠드는 것을 보고 경악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곧 맘을 고쳐먹었다. 우리나라 100대 재벌중에 상속세, 혹은 증여세 제대로 낸 곳은 교보생명, 대한전선하고, 신세계 이 정도다. 그 중 신세계는 1조에 가까운 증여세를 낸 곳이다. 나라에 세금 그 정도 냈으면 인문학 강의 정도는 해도 된다. 다만 인문(humanitas)을 말했으니 그 말에 책임을 지고 우리 모두가 인간답게 사는 방법으로 자본주의 체제의 종식을 위해 사라주시면 된다. 그것이 현재 상속재벌로 불리는 삽엽충들이 자신들이 멸족을 인문학적으로 정당화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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