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5일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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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개혁’ 앞에 흔들릴 것인가 연대할 것인가
문창호  ㅣ  2015년 9월 5일



8월 6일,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경제 전반에 대한 대수술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노동개혁”을 으뜸으로 하는 “4대 구조개혁”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노동개혁 없이는 청년들의 절망도,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통도 해결할 수 없다.”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해야 한다. “일단 좋은 일자리에 취업하면 일을 잘하든 못하든 고용이 보장되고, 근속년수에 따라 임금이 자동으로 올라가는 시스템으로는 기업이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기 어려”우니, “능력과 성과에 따라 채용과 임금이 결정되는 공정하고 유연한 노동시장으로 바뀌어야” 한다.

임금피크제와 저성과자 퇴출제, 성과급제를 내세운 정부의 노동개혁 도발에 맞서 양대노총이 함께 투쟁하는가 싶더니, 한국노총은 노사정위 복귀를 결정해 버렸다. 선거에서 지더라도 노동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정권의 다짐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어떤 변화도 현재보다는 낫겠지라는 불만 상태

투쟁의 형세는 녹록치 않다. 노동개혁의 명분으로 삼고 있는 “각국의 생존경쟁” 및 “저성장 고착화”, “고용창출력 약화” 등의 경제문제가 만들어진 위기가 아니라 실제상황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문제있다는 건 실감하고 있고, 여기에 박근혜 정부가 일단은 해결방안을 던져놓은 것이다. 그런데 이 해결방안이란 게 편가르기와 책임 떠넘기기, 이간질로 국민정서를 자극하며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청년 대 장년, 비정규직·실업자 대 정규직, 민간 대 공공부문으로 편을 나누고, 후자를 기득권 세력으로 몰며 양보와 타협을 종용한다. 반대하자니 기득권 세력이고, 찬성하자니 생계가 달려 있는 답답한 형국이다.

그런데 조직노동자들이 청년, 비정규직,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처지를 가벼이 여겨서는 온갖 불명예와 패배를 면치 못할 것이다. 노동계급이라는 추상적인 동질성 아래의 민낯들이 노동개악 선동의 불씨이자 연료이기 때문이다. 공공부문 한 구석에는 연줄로 들어오거나 고용안전을 방패로 상식적인 책임감도 없이 고임금만 챙겨가는 집단이 분명 있고, 정규직이 비정규직에게, 대기업 노동자가 중소기업 노동자에게 행하는 갑질로 인한 상처가 적다 할 수 없고, 일은 더 하면서 월급은 반도 안 되는 고스펙의 젊은 직원들이 연공서열과 호봉제에 갖는 반감은 클 것이다. 실업 상태인 청년들이 가지는 박탈감과 불안은 이보다도 훨씬 클 것이고, 이런 현실들이 분열과 서로에 대한 몰이해, 불만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리고 보듬어지지 않는 피해의식은 어떤 변화도 현재보다는 낫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로 이어진다. 이 틈새를 박근혜 정부가 치고 들어오고 있다.

틈새를 채울 연대와 과감한 대안

“우리 조합원들”만 챙겨서는 바깥에서 욕먹고 안에서도 소수가 되는 시대가 된지 이십 여 년째인데, 그간 노동운동의 변화는 더디었고 청년과 비정규직 프레임까지 정부에 내준 꼴이 되었다. 노동운동의 선전 속에서는 비정규직 등의 약자가 우선이었지만 많은 조합원들의 실제 삶에서는 뒷전이었던 탓이다. 한국사회의 급격한 물질적 팽창 속에서 남 못지않은 생활을 누리는 사이, 어느새 자기 삶을 향하는 부러움과 박탈감에 연대의 손을 건네지 못했던 결과이다.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악은 최종 시험대가 될 것이다. 노동계급 내부의 틈새를 실제로 채워가는 연대 없이, 또 정부와 자본에 구실을 내주었던 잘못된 행태들에 대한 자정 없이는 임금피크제와 쉬운 해고, 동료들간의 극심한 경쟁, 노동조합 해체가 모두에게 들이닥칠 것이다.

그리고 노동개혁이 한국경제가 앓고 있는 중병에 대한 저들의 처방이니만큼 단순히 노동개악 저지가 아니라, 우리도 경제대안을 제출하고 이와 유기적인 전략과 조직을 구성해가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오늘의 위기는 자본의 위기이다. 성장이 느려지고 일자리가 부족해진 건 자본주의가 한계에 도달해서이다. 거대한 물질적 팽창으로 매번 위기를 넘겨왔지만, 이제는 전혀 새로운 방식의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고용자수와 임금을 비용으로 인식하는 자본 대신 공공부문이 일자리 창출을 주도해야 하고, 공공부문 확대를 위해 시장화를 멈추고 자본의 사회화(국·공유화)가 추진돼야 한다. 과감한 대안과 급진적인 의지가 험로를 밝힐 빛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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