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5일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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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가 민족자본이라면 한국 노동자들이 행복해지나?
계급적 인식이 사라진 롯데 국적논란에 부쳐
김광호 (강원 비정규센터 소장)  ㅣ  2015년 9월 5일



롯데의 국적논란에서 이야기되지 않는 사실

롯데의 경영권 분쟁이 밖으로 드러나면서 롯데가 과연 한국국적 자본인지, 일본국적 자본인지 논란이 뜨겁다. 속칭 깨시민들뿐만 아니라 노동조합활동을 한다는 사람들도 이 논란에 끼어들어 한 마디씩 한다. 아주 심각한 상황이다. 이 논란에는 그 동안 자신들이 운동하면서 배웠던 것들이 깡그리 무시되고 민족국가 이데올로기만 남았다. 아니 오히려 민족감정을 부추기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일본기업이라는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서 롯데그룹의 가계도가 제시되고, 일본 제국주의 침략의 역사를 들추기도 한다. 또 반대로 한국롯데가 사실상 일본롯데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롯데는 한국기업이라거나, 한국시장에 투자하고 그 결과가 국내에 쌓이면 좋은 건데 왜 국적논란이냐? 라는 주장도 있다.

이런 논란에 맞서 과거 조선의 사회주의자와 일본의 사회주의자가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에 대해서 어떤 태도를 취했는지 논증하는 것이나, 김학철의 자전적 소설 『격정시대』에서 1929년 원산총파업 당시 부두에 정박했던 배에서 일본인들이 적극적으로 이 투쟁을 지지했고, 일본에서는 동맹파업이 벌어지기도 했다는 사실들을 열거하는 것이 중요하지는 않다. 그 전에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롯데가 노동자에 대해서 착취해야만 이윤을 벌어들일 수 있는 자본가계급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롯데의 경영권 싸움을 둘러싼 논란에서 단 한 번도 이야기되지 않고 있는 유일한 진실이다.


롯데가 한국자본이라면 한국의 노동자들은 행복해지나

우리가 롯데의 정체성에 대한 논란에서 경영권 싸움에서 누가 이길 것이라거나, 한국롯데와 일본롯데의 지분 문제가 아니라, 롯데는 ‘자본가계급’이라는 것에 주목하고자 하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공산주의자 선언」 마지막 문장에 담았던 공산주의자들의 계급적 주장인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는 원칙을 확인하고자 하는 것이다.

자본에게 국적은 중요하지 않다. 또한 자신들에게 이익이 된다면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무방하다. 자본에게 중요한 것은 이윤이기 때문이다. 자본가계급에게 국적은 자신들의 이윤이 보장되는 곳의 지리적 표현일 뿐이다. 그들은 전쟁 중엔 적국에게도 무기를 팔아 이윤을 취득하기도 한다. 이런 자본가계급에게 국적을 묻는 것은 부질 없는 일이다.
한국의 노동자도, 일본의 노동자도 롯데라는 자본가에게 착취를 당하고 있는 것이 객관적인 현실이다. 노동자들은 착취의 대상일 뿐이다. 따라서 노동자들이 해방되는 길은 자신을 착취하는 자본가계급에 맞서서 함께 저항하는 것이다. 롯데가 민족자본이라면 한국의 노동자들은 무언가 이득을 보는 것이 하나라도 있는가? 일본자본이라면 일본의 노동자들은 행복할까? 모두 자본가계급으로부터 착취를 당해 노예와 같은 삶을 살아가면서 자신들을 착취하는 공동의 계급적 투쟁의 대상인 롯데자본의 본질에 대해서 깨닫기는커녕 한일 양국에서 착취당하는 노동자들끼리 국적을 나누어서 논란을 벌이다니 이 얼마나 끔찍한 현실인가. 물론 자본가계급의 국가이데올로기에 포섭된 결과이겠지만.

따라서 롯데의 국적이 무엇인가 하는 논란은 자본가계급의 본질을 감출뿐이다. 오히려 노동자들 스스로 자본가계급의 초국가적 본질,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착취의 본질을 덮어주고 있는 것이고, 자본가계급의 이해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꼭두각시 춤을 추는 것이다. 자본가계급은 이미 초국가화로 전세계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착취를 강화하고 있는데도 노동자들은 아직도 민족주의에 포섭되어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노동자계급의 관점인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원칙을 찾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본가계급은 자신들 스스로도 경쟁하고 집안에서도 싸운다. 그것이 자본의 속성이다. 그따위에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할까? 그들의 서류에 찍힌 도장이 한국인지 일본인지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롯데의 지저분한 상속권 싸움은 롯데가 어떻게 한일 양국의 노동자들을 착취했는지, 노동자들이 해방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투쟁해야 하고, 한일 양국의 노동자들은 어떻게 단결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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