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 15일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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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소유하든 무능은 계속된다
문창호  ㅣ  2015년 7월 15일


삼성-엘리엇 사태를 바라보는 엇갈린 시선들

지난 5월 26일, 삼성그룹은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흡수 합병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목적은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이다.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지분 23.23%를 갖고 있고, 제일모직은 삼성생명 지분 19.3%를,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각각 4.1%, 7.2%를 소유하고 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을 통해 그룹의 양대축인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지배할 수 있는 소유구조를 완성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삼성물산 지분 7.12%를 매입한 미국계 투기자본 엘리엇이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반대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커졌다. 명분은 주가기준으로 합병하면서 자산이 30조원에 이르는 삼성물산을 겨우 8조6천억원 정도로 평가해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실제 속셈은 판 흔들기를 통한 단기 시세차익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삼성-엘리엇 사태에 갖가지 논평들이 쏟아졌는데 주목받은 그룹은 크게 두 곳이다. 한 곳은 소액주주 권익보호와 기업지배구조 개선 운동으로 알려진 경제개혁연대(김상조 소장)이고, 다른 한 곳은 정승일 교수 등을 중심으로 한다. 경제개혁연대는 그간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서 주주나 이해관계자의 권익이 철저히 무시돼왔고, 이번 사태도 합병비율과 합병의 시너지 효과 등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며 삼성에 비판적이다. 반면에 정승일 교수 등은 주로 엘리엇에 비판적이다. 엘리엇은 기업 사냥꾼이고 삼성 약탈이 목적이므로, 일단은 이로부터 방어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이런 생각은 영미식 주주자본주의에 반대하면서 재벌이라는 기업집단의 유용성을 인정하고 활용해야 한다는 장하준 교수의 이론과 맥이 닿아 있다.

‘사회화’에 대한 논의로 이어져야

삼성-엘리엇 사태를 바라보는 엇갈린 시선들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바로 ‘소유제도’와 ‘경제발전’ 사이의 관계이다. 경제개혁연대 같은 입장은 주주의 소유권을 최우선시하는 신자유주의와 맞닿아 있다. 주주가치 극대화(주가 상승, 배당 확대)가 기업 경영의 목표여야 하고, 이를 촉진할 수 있는 자본시장 및 기업지배구조 형태가 경제를 성장시킨다는 이념이다. IMF 구제금융과 함께 한국사회로 이식되어 그간 학계 주류로 자리 잡아 왔다.

이와 달리 장하준, 정승일 같은 입장은 단기 이익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장기 투자를 인내할 수 있는 기업집단과 안정된 경영권, 이를 보장하는 국가개입이 영미식 체제보다 한국경제에 적합하다고 본다.

결론적으로 말해 두 이념 다 ‘올드’하다. 자유로운 주식시장이 기업경영을 건전하게 이끌 수 있다는 환상은 2008년 세계적인 거품붕괴와 경제위기로 산산이 깨졌다. 또한 재벌이 이끄는 한국경제는 현재 저성장과 고용부진, 양극화로 고통받고 있다. 1997년, 이어서 2008년 이래로 펼쳐진 경제적 고통의 시대는 근본적인 문제를 현안으로 복귀시켰다. 즉 사기업 체제가 사회의 주요 자원들을 독식하면서도 사회적 목적(고용, 복지 등) 달성에는 무능하다는 것이다. 근래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 같은 대안기업에 대한 고민과 실천들이 쏟아져 나온 배경이다. 사기업 체제의 무능은 기업의 성과를 주주이든 재벌가문이든 소수의 자산가들이 대부분 향유한다는 점에서 비롯한다. 이처럼 분배를 왜곡하는 현 사적 소유제의 한계를 넘어서고, 그 공적 성격을 강화해가는 것이 시대문제를 푸는 열쇠이다.

삼성-앨리엇 사태에서 삼성물산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누구 손을 들어줄지 향방이 주목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도울지, 앨리엇의 주장대로 삼성물산 주주가치 보호에 나설지 말이다. 그러나 어디에도 노동자, 민중의 이익은 없다. 대신에 공적 자금인 국민연금이 재벌 혹은 투기자본이 아니라 노동자, 민중의 편에서 기업의 공적 성격을 강화해가는데 나서야 할 것을 주문하고, 사적 소유제의 한계를 넘어서는 ‘소유의 사회화’에 대한 논의를 넓혀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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