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8일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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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 논란을 보며 드는 단상: 교육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
방세진  ㅣ  2015년 4월 8일

 경상남도의 무상급식 중단과 교육시장화 정책

최근 한국사회에서는 이전에는 문제시되지 않았던 무상급식 문제가 정치쟁점으로 불거져서 각 지자체와 선거에서 치열한 현안이 되는 현상이 되고 있다. 불황과 경제양극화가 되면서 사람들의 소비수준이 많이 낮아졌고, 그에 따라 보편적 복지에 대한 사람들의 요구수준이 올라갔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리라. 현재 경상남도가 학교 무상급식을 중단하겠다고 해서 진부한 논란이 되풀이되고 있는데,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왜 무상급식이 필요한지에 대해서 다 아실 분들이니 굳이 첨언하지 않겠다. 일단 애들한테 밥부터 먹이고 봐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한편 경상남도의 주장에 상당히 주목할 점이 있다. 경상남도지사 홍준표는 무상급식은 포퓰리즘에 해당하는 것이며, 빈부차이에 따른 교육격차해소는 밥을 먹이는 것보다는 서민가정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250만원 이하 소득가정에게 연 50만원 교육비 지원)이 더 적절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고기를 먹이는 것보다는 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치겠다고 하니 일면 혹할 수 있는 논리이다.

내용을 들여다보니 교육 바우처(voucher)를 저소득층에게 준다는 말인데, 바우처라는 말은 교환권 정도의 말로 해석될 수 있다. 직접적으로 돈을 나눠주면 그 돈을 다른 곳에 쓰니, 교육 부문에만 쓸 수 있도록 항목을 지정해서 그에 해당하는 서비스와 교환할 수 있는 쿠폰을 준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런 바우처 사업은 '시장화된 복지'라 할 수 있어서 친자본적 관점의 접근 방식이다. 참고로 한국에서는 이 교육바우처가 주로 방과후학교나 학원수업 등에 제한적으로 쓰이는 것인데, 먼저 이 제도가 확대시행된 바있는 미국에서는 학교경쟁, 교사평가 등과도 맞물려서 시행되고 있기에 신자유주의 교육구조조정과 경쟁체제 형성이라 비판을 받고 있다.

무상급식은 교육의 공공성을 확대하는 것인데, 경남도의 서민교육지원제도는 보편적 권리를 축소하고, 대신 일부의 서민 계층들에게 선별적인 교육기회를 준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 바우처제도도 공적인 교육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사교육 기업의 교육프로그램을 살 수 있는 선택권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자본주의 소비구조와 사교육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이어져있다. 교육바우처제도는 교육이라는 것이 공공재가 아니라 시장경쟁체제에 따라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사적 재원이라는 그런 철학을 담고 있다. 작은 촌극처럼 보이는 이런 무상급식 논란에서도 사회의 패러다임이 부딪히는 형국을 엿볼 수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체제를 고려하여 교육을 바라보면, 교육의 문제는 인간노동력 재생산의 문제에서 발생하였다. 그리고 근대교육은 자본주의 체제의 소산이고, 현재의 교육 모순은 마찬가지로 자본주의 모순 그 자체를 반영하고 있다. 우리가 받고 있는 지금과 같은 형태의 근대교육은, 산업혁명이 시작된 후 국가통제하에서 지배계급의 주도 아래 시작된 자본주의국가의 근대화 작업이었던 것이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공장에 최소한 읽고 쓸 줄을 아는 노동력을 제공하기 위해서, 징병제 군대에 기초 훈육이 되어있는 인력을 제공하기 위해서, 또한 사람들에게 표준어와 애국심을 강조하여 단일한 국민국가의식을 고취시키려고 근대적인 교육이 시작된 것이다.

그렇다면, 교육계 보수진보논쟁이 한창인 현재, 대안으로써 무상급식의 전면 시행과 교육비의 전면적인 보조, 혁신학교 수립, 9시 등교 등으로, 보편적 의무교육을 인간의 얼굴을 띄면서 확대시행한다면, 이 사회의 교육모순이 바뀌어질 수 있겠는가? 변화를 모색한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유의미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입시제도 하에서 그건 미봉책에 불과하며, 보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기껏해야 특정영역에서만 교육과정을 정상화시키고, 학교운영을 깔끔하게 잘하자는 정도에 불과하다.

사회경제시스템이 교육을 장악해서 경제구조와 계급신분을 재생산하면서 노동력선발, 분업체제를 지원하는 역할을 갖고 있고, 그에 따라 학교울타리에 몰아넣어 줄세워 훈육하고 경쟁이념을 주입시키고 헤게모니를 관철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 폭주하는 현실이 교육을 밀어나가는 상황에서 시험성적에 목 매달게 하고 이기적인 인간형을 만들어내는 그런 현실은 이 대학서열구조와 사교육시스템, 자본주의 체제가 존재하는 한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요컨대, 홍준표가 부패에 연루되고 무상급식 중단으로 인한 여론 악화로 새누리당이 잠시 주춤하는 형국이지만, 시장화된 교육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려는 흐름 앞에 무상급식만을 외쳐서는 교육을 바꿀 수 없다. 교육을 바꾸기 위해서 사회를 바꾸기 위한 투쟁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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