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18일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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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노 교수의 묻지마 변신
이영수  ㅣ  2015년 4월 29일



한때 급진적이었던 맑스주의 정치학자


한국의 저명한 맑스주의 정치학자, 김세균 교수가 있다. 그는 상아탑에만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이론을 바탕으로 현실운동에 참여해왔던 학자였다. 그는 십여 년 전 민주노동당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해왔다. 2004년 쓴 그의 주장을 한번 들어보자.

“민주노동당의 노선은 대중투쟁에 대해 의회투쟁을 우선시하고 개량의 누적만을 중시하는 의회주의-사민주의노선에 의해 특징져진다. 때문에 이런 노선 하에서 노동자계급은 자본주의체제를 인정하는 가운데 그 나름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세력으로는 성장할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그 성장은 변혁성을 포기하는 대가를 치루는 것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이 점에서 민주노동당이 성장하면 할수록 노동자정치운동은 한층 더 변혁성이 거세된 개량주의 운동 그자체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현장에서 미래를> 100호 권두언, 2004년 6월 25일)

이러한 김세균 교수의 주장은 2007년 대선이후 민주노동당 분당시기까지도 이어졌다. 그는 ‘진보정당 운동의 전면적인 재구성이 필요하다’(2008년 1월 14일)는 기고글에서 “진보정당 운동의 재구성은 민족주의와 결별한 새로운 사민주의 정당을 건설하기 위한 것도, 당을 현재의 민주노동당보다 더 우경화시키고 진보정치를 결국 자유주의적, 민족주의적 정치의 아류로 전락시키는데 기여할 따름인, 혁신자유주의세력들까지 포괄하는 진보대연합 정당을 건설하기 위한 것도 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새로운 진보정당은 민주노동당의 내부혁신이나 제2창당운동이 아니라 “진보정당을 더욱 급진화시키는 방향, 자본주의의 극복을 공개적으로 천명하며, 그 극복을 위해 투쟁하는 사회주의적 노동자계급정당이라는 새로운 진보정당”이어야 한다고 얘기하였다.

자유주의로 전향한 맑스주의 정치학자


하지만 그 이후 그는 자신이 속한 정치조직에서 슬그머니 나오면서, ‘진보대통합론’을 주장하는 전도사로 바뀌었다. 그 어디에도 변신의 이유는 나오지 않았다. 그게 2011년의 일이었다.

“진보정치의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우리 사회에서 진보정치가 유의미한 세력으로 등장할 수 있는가의 갈림길이다. 2004년 정점을 찍고 계속 하락하였던 진보정치세력의 재도약의 계기다. 이 길에서 성공하면 우리 정치 구도는 보수/자유/진보의 3자 정립구도로 만들어질 것이다. 그리고 더 장기적으로 보면 중간에 있는 자유주의 세력이 양분되어 명실상부한 보수/진보의 양대구도로 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진보세력의 독자적 집권도 가능하다” (프레시안 인터뷰, 2011년 6월 23일)

그리고 이젠 전향의 끝자락에 당도하였다. 최근 노 맑스주의 정치학자는 ‘국민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건설을 촉구하는 국민모임’(이하 국민모임)의 공동대표로서 활약하며 자신의 자유주의적 본모습을 만개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점점 보수우경화되어 가고 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새누리당과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 미국의 경우 루스벨트대통령이 뉴딜정책을 펴면서 시장경제의 문제와 병폐를 적극 제거하려는 노력을 보였죠. 그런 혁신 자유주의, 사회적 자유주의, 복지적 자유주의를 추구하고 감당할 당이 지금 필요한 시점입니다. … 신자유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아니 극복할 수 있는 일관된 정책을 내놓고 그걸 실천하는 정당이 우리가 만들려고 하는 새로운 진보정당의 모습입니다.” (주간경향 인터뷰, 2015년 1월 6일)

사회주의 계급정당을 추구했던 그는, 진보대통합당으로, 그리고 급기야는 국민정당으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했다. 자본주의의 문제는 신자유주의의 문제로 격하되었다. 당으로 함께할 수 없다던 좌파민족주의, 사민주의는 ‘신자유주의 극복’이라는 대의로 연합의 대상이 되었고, 정동영 등 자유주의로 규정되었던 세력까지 함께 포용하는 대상으로 변했다. 자신이 평생을 바쳐 연구하고 실천의 장으로 연결시키려한 맑스주의의 종착역은 자유주의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우연하게도 김세균교수가 변신을 시작할 당시, 오히려 전세계적인 자본주의 위기는 더욱 확대되었다. 자본주의 심장부 미국에서 반자본주의 점거운동이 일어나고, 최근 그리스에서는 사회주의 경향의 정치세력이 급성장하고 집권하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한국사회도 이러한 흐름과 특별히 다르지 않을 것인데, 맑스주의 정치학을 전공한 김세균 교수는 정세를 역주행하며 자유주의 국민정당을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시절, 김세균 교수는 민주노동당이 변혁적 계급정당 건설을 방해할 것이라 우려하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제 역사는 그를 사회주의 정당 건설을 가로막은 맑스주의 정치학자로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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