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15일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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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내쫓는 재개발의 또 다른 이름, 구조고도화 사업
황정규  ㅣ  2014년 12월 15일

구조고도화 정책=공장 노동자들을 희생시키는 재개발사업


원주민을 몰아내고 자본의 살만 찌우는 재개발이 이제는 민중들의 삶터를 넘어서 일터에까지 밀고 들어오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구조고도화 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산업단지 구조고도화 사업은 “‘고부가가치산업’ 위주로 체질을 개선하는 것을 목적으로 노후화된 공단의 공장과 지원시설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그런데, 고부가가치산업으로 산업단지를 체질개선한다는 미명하에, 실제로는 기존의 공장을 관광, 서비스, 소비 등을 위한 시설로 변경하는 일들을 진행하려고 하고 있다. 졸지에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의 일터가 사라지고, 백화점, 호텔, 아파트, 쇼핑몰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우리가 구조고도화 사업에 주목하는 것은 이 사업이 노동자들이 밀집되어 있는 공단 전반에 대한 구조조정을 몰고 올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구조고도화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산업단지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2012년 말 착공 20년이 경과한 “노후된 산업단지는 102개로 전체의 24.6% 차지”한다고 한다. 이 산업단지들이 구조고도화 사업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구조고도화 사업이 진행되면,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고용은 즉각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구조고도화 사업의 정치경제학

최근 국회에서 ‘노후 거점 산업단지 구조고도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실제 구조고도화 사업은 오래 전부터 진행된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은 “산업단지구조고도화사업”이란 법조항을 두었다. 이에 따르면, 구조고도화사업은 “산업단지 입주업종의 고부가가치화, 기업지원서비스의 강화, 산업집적기반시설 및 산업기반시설의 유지·보수·개량 및 확충을 통하여 기업체 등의 유치를 촉진하고, 입주기업체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하여 관리기관이 수행하는 사업”이다. 10여 년 동안 진행되어온 구로공단의 디지털단지로의 고도화는 지금까지 진행된 가장 대표적인 구조고도화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자본과 정부는 특별법을 통해 구조고도화 사업을 더욱 용이하게 추진하려고 하는 것일 뿐이다.

자본과 정권이 구조고도화 사업을 추진하게 된 배경을 단지 공단의 노후화나 산업구조의 변화라는 측면에서만 바라보려고 한다면, 매우 순박한 생각일 것이다. 정말로 공단이 노후화되어서 노동자가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라면, 노동자들이 싸울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상황은 언제나 그 반대로 흘러간다.

구조고도화의 이면에 놓인 것은 제조업 자본의 수익성 악화이다. 한국의 자본들은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으며, 최근에는 경제가 새롭게 하강국면으로 가는 모습이 완연해지고 있다. 가령 기업의 재무상황을 잘 드러내주는 이자보상배율(이자비용 대비 영업이익)의 경우를 살펴보면, “올해 비금융 상장기업 1759곳과 2009~2014년 퇴출기업 79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자보상비율이 100% 이하인 동시에 부채비율 200% 이상인 이중부실기업은 2012년 93개사(6%)에서 2013년 177개사(10%)로 늘어났다.”(머니투데이 2014. 11. 27.) 작년 이자보상배율이 100% 이하, 즉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지 못하는 기업은 조사 대상 중 28%에 달했다. 이는 현재 제조업에서 산업자본으로 기능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산활동을 통해 이윤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다른 사업방향을 찾는 것은 자본의 가장 원초적인 속성이다. 왜냐하면 자본주의에서 생산의 목적은 사회구성원들이 필요로 하는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는 것도, 노동자들의 고용과 삶을 보호하는 것도 아닌, 오로지 이윤추구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윤이 나는 새로운 사업으로의 전환은 기존의 제조업 중에서 업종변경으로 이루어지기 어렵다. 이미 앞선 통계나 여러 경제상황이 보여주는 것처럼 제조업 전반에서 자본이 원하는 정도의 이윤을 가져다 줄 곳이 전무하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이제 산업자본은 환골탈태하여 투기로 돈을 벌 수 있는 금융과 부동산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맑스는 <자본론>에서 이러한 자본의 속성을 아주 명쾌하게 설명하였다. “현실의 화폐로 시작하고 또 끝나는 순환형태 M … M'는 자본주의적 생산의 추진적 동기, 즉 돈벌이를 가장 간단명료하게 표현하고 있다. 생산과정은 단순히 돈벌이를 위한 피할 수 없는 중간항, 돈벌이를 위한 필요악으로서 나타날 뿐이다(그렇기 때문에 자본주의적 생산양식 하에 있는 국민은 누구나 주기적으로 현혹에 사로잡혀 생산과정의 매개 없이 돈벌이를 하려고 한다).” 자본은 이윤이 노동자들의 생산에서 나온다는 것은 망각한 채, 할 수만 있다면 생산과정이라는 골치 아픈 단계 없이 쉽게 이윤을 벌어들일 수 있는 길을 찾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자본의 행보를 도와주는 것은 자본의 성장을 위한 정권의 정책으로 헐값에 살 수 있었던 공장부지의 땅값이 도시의 발전으로 인해 매우 높아졌다는 것과, 이것을 다른 용도로 변경하여 개발하였을 경우 엄청난 개발이익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구조고도화라는 사업을 통해서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자본의 변신은 노동자들의 삶과는 아무런 연관도 없다. 공단을 상업지구와 아파트로 개발하여 노동자들이 얻을 이익은 노동자들에게 잃게 될 것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구조고도화 사업은 자본에게 막대한 부동산 개발이익을 안겨줄 뿐 노동자들의 삶을 개선시키지는 못한다. 구조고도화 사업은 자본주의 체제와 그 국가가 노동자들의 이해와는 무관한 존재라는 것, 단지 자본의 이윤을 위해 작동될 뿐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구조고도화 사업에 맞선 KEC지회의 투쟁

구미공단의 KEC는 구조고도화 사업이 노동자에게 미치는 이러한 영향을 즉각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 경우라고 할 수 있다. KEC 사측은 2012년과 올해 정리해고를 연달아 자행하였고, 최근에는 2012년 자행된 사측의 정리해고가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와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그런데 노조 탄압을 지속하고 있는 KEC 사측이 바로 구미공단에서 진행되는 구조고도화 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적자구조를 못 면하고 있는 KEC 자본은 이제 생산활동을 통해 이윤을 얻는 것보다는 공장부지를 상업지구로, 아파트 단지로 개발하여 이익을 내는 것이 더 수지맞는 장사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KEC 공장은 롯데마트와 이마트 등의 대형마트를 바로 접하고 있는 위치에 있어서, 부동산으로서의 가치가 높을 것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2012년부터 진행된 정리해고, 노조탄압은 결국 공장을 정리하고 공장부지를 다른 상업 용도로 개발하려는 의도에서 진행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KEC의 구조고도화 사업참여는 결국 폐업으로 가기 위한 수순에 불과하다는 KEC 지회의 주장에 신빙성이 실리는 이유이다. 

일자리를 지키려면 자본주의와 싸워야 한다

구조고도화 사업이 요구하는 제물은 노동자의 일자리이다. 구조고도화 사업 과정에서 기존 일자리는 사라지고 새로운 일자리가 과거의 것을 대체한다. 그리고 새로운 일자리는 저임금의 불안정한 일자리인 경우가 빈번해진다. 따라서 노동자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투쟁은 이 투쟁의 중심에 있다.

그러나 단지 일자리 지키기만으로는 싸움이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투쟁은 구조고도화사업 이면에 있는 자본주의의 본질을 폭로하고 문제삼는 것과 같이 가야 한다. 구조고도화 사업 이면에 놓인 것이 이윤율의 저하에 따른 자본의 이동과 변신 흐름이기에, 자본의 요구 역시 거세고 정치권력 역시 이러한 자본의 요구에 입각하여 행동할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구조고도화 사업은 명목상 노후된 공단의 개선과 산업구조의 고도화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진행과정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자본은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은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노동자의 희생 위에 이윤추구의 기계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KEC 자본이 특혜를 받으며 독식해왔던 소유물들은 사실상 노동자와 사회구성원 전체를 위해 이용되어야 할 사회적 부이다. 구미의 여당 지역 정치인조차도 “공단 부지를 평당 4~500원의 헐값에 샀으면, 공장을 운영하는 사람에게 팔아야지, 땅값 올려 백화점이나 아파트 짓는 데 쓰도록 특혜를 주면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참세상, 2014. 10 .17.) 그러나 이 사회적 부는 노동자와 사회구성원 전체를 위해 이용되는 것이 아니라 한줌의 자본가들의 축재를 위해 이용되고 있으며,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사회적 부의 처분을 자본가에게 맡기는 소유관계에 있다. 이 소유관계를 문제시 하지 않는 한, 자본은 일자리 요구에 꿈쩍하지 않을 것이다.

사회적 혜택까지 받아가면서도 더 이상 공장할 운영할 의사와 능력이 없다면, 그리고 노동자를 희생하면서 이 사회적 부를 더 큰 축재의 수단으로 쓸 생각밖에 하지 않고 있다면, 자본가들은 더 이상 공장을 운영하지 마라, 너희들의 소유를 노동자에게 넘겨라! 이것이 우리의 주장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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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절벽, 비참한 노후가 몰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