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15일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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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과 의료자본
김광수  ㅣ  2014년 12월 15일


세계최고 수준의 방사선 진단기기 보급


일본에 이은 세계 2위의 CT 보급률, 인구대비로 보면 압도적인 CT보급률을 기록하고 있는 한국 의료시장의 실태는 대형병원 수익에서 진단료 수입이 40%대에 이르고 있는 현실에서도 확인된다. 삼성의료원의 진단기기 촬영횟수는 세계 1위이고, 연세세브란스 병원의 하루 진단기기 촬영회수는 이미 1만회를 넘어섰다. 이런 사태의 원인에는 의사들이 시진이나 환자의 병력, 환자의 생활습관을 통해 진단자료를 얻는 것에서 점점 CT와 같이 결과가 빠르고 정밀한 진단기기에 의존하는 행태가 강화되는 것에도 원인이 있지만, 병원간의 경쟁심화에 의한 고가진단기기의 과도한 도입과 이에 따른 수익발생을 위해 고가의 방사선 진단기기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데 주로 있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자본주의 위계가 초래한 재앙

지금 동네병원에서 X-ray를 촬영하면 도화지만한 크기의 필름을 가져와 환자에게 보여주는 일은 거의 없다. 이제는 CR, DR를 거치면서 모두가 디지털화가 되어, 컴퓨터 화면에서 보여준다. 문제는 여기에서 비롯된다. 예전에 필름를 사용할 경우에는 과도한 방사선량이 조사되면 필름이 까맣게 되는 일이 벌어졌지만 디지털 디텍터를 사용하는 요즘에는 후작업을 통해 보정이 가능해졌다. 마치 아날로그 필름 카메라가 조리개를 많이 열면 사진이 까맣게 나오지만 디지털 카메라에서는 밝기나 명암대비를 사진을 찍고 나서 맘대로 조절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 때문에 해상도가 높은 화면을 얻기 위해 더 높은 방사선을 조사하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특히 방사선사와 의사와의 권력의 차이, 병원내 직종간의 엄격한 위계는 보다 높은 해상도를 요구하는 의사들의 권력 때문에 과도한 방사선 조사가 더욱 빈번히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것은 소위 리퍼기계 사용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리퍼기계란 중고 기계를 수리보완해서 수리한 시점으로 년식을 바꾸어 수입되는 기계다. 이런 기계는 가격이 싸지만 기계의 감도는 저하되어 있어, 해상도를 유지하기 위해 요구되는 방사선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잇따른 방사선 과다피폭에 의한 사고

2009년 미국 LA의 병원에서는 머리에 CT 검진을 시행한 260명의 환자에서 검사 부위의 탈모가 발생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이후 미국 FDA의 조사에서 이병원이 잘못된 프로토콜을 환자에 적용하여 사고가 발생했고 이를 18개월간 몰랐다는 문제가 폭로되었다. 영국에서는 12세 이전에 CT 촬영을 경험한 사람의 암발생율이 그렇지 않은 사람의 30배에 달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오기도 하였다. 이후 미국을 비롯한 각국에서 방사선 진단기기의 안전을 강화하려는 노력과 함께 방사선 진단기기의 위험을 파악하려는 노력이 시도되었다. 서울대 병원에서는 1년간 허용 피폭량을 20미리 시바트로 발표했고, 2013년도에는 식약처가 전국민의 방사선 피폭 이력관리를 하겠다는 발표를 하기도 했지만 아직 이를 강제할 수 있는 법은 국회에서 주무시고 계시다. 의료방사선 피폭 이력관리 기술은 전산화 단층 촬영 장치(CT), 일반 촬영용 X선 발생 장치, 혈관조영 X선 발생 장치(angio), 투시 촬영용 X선 발생 장치, 유방 촬영용 X선 발생 장치에서 환자에게 조사되는 방사선 피폭선량을 표시하고 누적량을 관리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기술이 국내외에서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병원들이 이를 이용할 의지가 없는 가운데, 보급은 일부 병원을 제외하고는 전무한 실정이다. 문제는 돈이다.

불균형한 의료체계의 수술이 필요하다

최근 발표에 의하면 한국은 인구비례당 병상수가 세계최고 수준이지만 공공의료기관의 병상수는 다른 나라의 1/20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공공병원이 전체병원에서 고작 20%대에 불과한 현실에서 의료행위가 돈 버는 행위로 인식되는 것은 당연하다. 병원에서 주사 놓는 것 보다는 수십억의 진단기기를 이용한 진단행위가 돈이 되기 때문에 그리고 초음파보다는 선명하고 MRI보다는 진단결과가 빨리 나오면서, 보험적용이 되어 상대적으로 환자부담이 적은 CT가 남용되는 것이 당연한 결과인 것이다. 현재처럼 상행위가 되어버린 의료체계를 공공기관위주로 바꾸는 대수술 없이 국민의 건강권이 확보되는 일은 요원한 것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라도 암을 진단하기 위해 진단을 받다가 암을 발생한 것인지, 암을 진단기기로 발견한 것인지 헷갈리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의 전 국민 방사선 피폭이력관리를 위한 결단이 필요하다. 이것이 지체될수록 암을 극복하기 위해 사용되는 기계에 의해 오히려 건강권을 침해 받는 사람들에겐 문제는 자본주의다라는 자명한 사실이 확인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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