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15일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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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시장, 정체를 드러내다
전직 인권변호사의 인권헌장 폐기
황정규  ㅣ  2014년 12월 15일



<서울시청본관을 점거한 성소수자/인권단체>

전직 인권변호사로, 시민운동가 출신으로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받으며 서울시장을 연임하였고, 야권의 유력한 대선후보로 대권을 향한 행보에 나서고 있던 박원순 시장, 그런 그에게 장애물(!)이 생겼다. 자신의 지지세력이라고 간주했을지 모를 성소수자, 인권단체가 12월 6일부터 서울시청 본관을 점거하고 나선 것이다.
성소수자, 인권단체가 시청본관을 점거하게 된 배경은 서울시민인권헌장의 제정, 선포의 무산이었다. 원래 서울시민인권헌장은 박원순 시장의 선거공약이었다. 서울시는 헌장의 제정을 위해 서울시민인권헌장 제정 시민위원회를 구성하였고, 박원순 시장이 직접 시민위원을 위촉하였다. 이렇게 시민위원회를 통해 제정된 인권헌장을 12월 10일 세계 인권의 날에 선포하려고 하였다.

그런데, 인권헌장 제1장 제4조 “서울시민은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 지역, 출신 국가, 출신 민족,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 여부, 임신·출산, 가족형태·상황, 인종, 피부색, 양심과 사상, 정치적 의견,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 성적지향 및 성별정체성, 학력, 병력 등 헌법과 법률이 금지하는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가 논란이 되기 시작하였다. 이 조항에 들어간 “성적지향 및 성별정체성”이라는 표현에 대해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성소수자혐오세력’의 공격과 물리력 행사가 이어지면서 서울시의 태도가 돌변하였다. 서울시는 스스로가 만든 판을 스스로 뒤엎는 행동에 돌입하였다. 여러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서울시는 그동안 교회 등 보수세력으로부터 항의전화와 압력에 시달려 왔다고 한다.

이러한 보수세력의 압력행사에 전직 인권변호사는 기꺼이 무릎을 꿇었다. 서울시민인권헌장이 시민위원들의 표결로 통과되자, 서울시는 시민위원의 만장일치로 통과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며 독단적으로 인권헌장을 폐기하였다. 이 와중에 박원순 시장은 시민위원회 위원장과 부위원장에게 “나를 곤경에 빠뜨리려고 작정했느냐”는 협박성 발언을 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전직 인권변호사의 반인권 행보는 12월 1일 한국장로교총연합회 임원과의 간담회에서 절정을 이뤘다. 이 자리는 박원시 시장이 교회 목사들 앞에서 인권헌장으로 논란과 갈등을 일으킨 것을 사과하는 자리였다.

전직 인권 변호사의 반인권 행보에 분노한 인권단체들이 시청본관을 점거하고, 서울시민인권헌장 폐기에 대한 비판의 목소라가 높아가자, 박원순 시장은 12월 10일 점거단체들과 면담을 갖고 이번엔 인권단체들에게 사과하였다. 박원순 시장은 10일 사이에 동일한 사안에 대해 보수단체에 사과하고 인권단체에 사과하는 정신분열적 행동을 능수능란하게 해낸 것이다. 그의 사과내용은 흡사 연예인이 사고치고 언론에 발표하곤 하는 말뿐인 사과였다.

국가보안법 입장변경에서 이미 예견된 행보

박원순 시장의 이런 행보는 그다지 예외적인 것이 아니었다. 다만 이번 인권헌장의 경우에는 그를 믿었던 지지세력마저 실망할 정도의 행보였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박원순 시장을 지금의 자리에까지 있게 한 “인권변호사”라는 타이틀은 그가 <국가보안법연구>Ⅰ, Ⅱ, Ⅲ이란 국가보안법 폐지론의 명저를 저술한 국가보안법 폐지론자였다는 과거에서 온 것이다. 그의 책은 국가보안법으로 고통받고,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투쟁하였던 많은 이들이 읽어야 했던 필독서였다.

그러나 그는 시장으로 취임한 후 태도를 돌변하기 시작하였다. 2012년 5월 해방연대가 국가보안법 탄압을 받았을 당시, 박원순 시장은 무죄추정 원칙을 무시한 채 지하철 해고자였던 피해자 동지의 복직결정을 유보한 바 있다. 보수세력의 눈치를 본 것이었다. 이런 행보는 점입가경이 되었다. 2013년 11월 초 그는 종편방송인 채널A에 출현하여 “인권이라는 것이 헌법상 보장돼야 할 중요한 가치이면서 동시에 국가 안보라는 것도 정말 우리의 모든 안전을, 우리의 삶을 보장하는 기초적 조건이다”라고 말하면서 국가보안법의 존립을 인정하였다.

서울시민인권헌장 논란에서 우리가 놓쳐서는 안되는 점이다. 즉 박원순 시장의 우경화 행보를 개인의 변질로 보아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박원순 시장의 현재의 행보가 바로 그가 추구하는 정치이고, 그의 계급성이다. 결국 그 역시 권력을 위해 노동자와 소수자를 수단으로 보는 부르주아 정치인 중 한 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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