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7일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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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고 있는 공황의 새로운 국면-붕괴직전의 자산가격거품
성두현  ㅣ  2014년 11월 7일


  
 10월 29일(현지시각) 미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양적완화 종료를 선언하였다. 이로써 지난 1월 양적완화 축소가 시작된 지 10 개월 만에 양적완화가 종료되었다. 작년 5월에 양적완화축소가 시사된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1년 반 만에 양적완화축소가 마무리된 것이다.  FRB가 양적완화축소를 미리 예고하고, 그 개시시점을 오랫동안 저울질한 후, 조금씩 양적완화를 축소해온 것에서 곧바로 알 수 있듯이 양적완화의 축소는 현재의 취약한 자본주의경제에게 매우 민감한 문제였다. 미FRB가 양적완화 종료를 선언하면서 이것이 커다란 충격을 가져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지금까지의 초저금리 정책을 ‘상당기간’ 지속할 것임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양적완화는 이 정책의 집행자들 스스로가 ‘비전통적인’ 방식의 정책이라고 실토하듯이, 자본주의의 역사에 비추어보아도 매우 이례적인 것이다. 자본주의의 역사에서, 공황시기에 이자율은 상승하고, 이것이 과잉자본을 파괴하여 공황의 원인을 일시적으로나마 해소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미국은 이번 공황에서 정반대의 길을 선택하여, 경기회복을 위한다는 명목으로(실제로는 금융자본을 위하여), 장기간 제로 금리를 채택하고 무제한적으로 화폐를 찍어 뿌려 인위적으로 거품을 조성하였다. 그 결과, 미 FRB는 사상초유의 대규모 자본주의위기의 급한 불을 끄고, 금융자본을 공황이전의 위치로 되살려 놓는 데에는 성공하였다. 그러나 이것은 사태의 한 측면일 뿐이었다. 세계경제는 실제경제에서는 회복되지 않았는데도, 주식, 채권 등 자산가격은 크게 상승하였다. 유례없는 대규모의 공황임에도 불구하고 자본파괴가 초기를 제외하고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 회복의 계기도 형성되지 않았다. 즉, 파괴된 균형을 공황을 통해 일시적이나마 회복하는 공황특유의 기능도 작동하지 않았다. 결국 초저금리와 양적완화는, 세계대공황의 전개를 지연시켰을 뿐이고, 세계경제를 더욱더 깊은 수렁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지금은, 실제경제가 회복되지 않은채 초저금리와 양적완화로 인위적으로 조성된 자산가격거품이 붕괴하기 직전의 국면으로서, 만약 자산가격 거품이 붕괴되기 시작하면, 세계자본주의는 새로이 유례없는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현재의 국면은 2008년에 시작된 공황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자산가격 거품붕괴를 신호탄으로, 다시 공황이 격화될 것이 예상되는 국면이다.

자산가격거품이 만들어낸 미국경제회복이라는 착시현상


 FRB가 양적완화 종료를 선언하면서 이의 근거로 제시한 것은 미국경제개선흐름이 확고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의 현실은 이것과는 커다란 거리가 있다. 장기간 지속된 초저금리는 미국경제를 크게 왜곡시켰다. 초저금리와 통화량증가가 주식과 채권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주식과 채권가격은 이자율에 반비례한다).  현재 미국의 주식과 채권가격은 크게 과대평가되어 있는 상태이고, 위험부담이 높은 비우량 ABS(자산담보부증권)·정크본드 등은 초활황상태이다.

 “지난 6년간 채권 매입을 통해 시중에 3조5000억달러(약 3670조원)를 풀었던 미국의 양적 완화 종료 후 금융시장의 거품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중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과 저금리 기조가 맞물리면서 고위험 금융상품에 투자자금이 대거 쏠렸기 때문이다. (중략)
◆비우량 ABS·정크본드 등 활황
 29일 미국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서브프라임 오토론(비우량 자동차 할부금융) 자산유동화증권(ABS) 시장은 유례없는 활황 국면을 맞고 있다. 올 들어서만 174억달러어치 서브프라임 오토론 ABS가 발행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2년 처음으로 100억달러를 넘은 뒤 빠르게 증가했다. 지금 추세라면 올 서브프라임 오토론 ABS 발행금액은 글로벌 금융위기 전 사상 최대 수준에 달할 전망이다. (중략)


다른 고위험 상품도 마찬가지다. 구조화채권 일종인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은 올 상반기에만 632억달러가 발행됐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50% 이상 증가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최근 투자자 보호가 취약하다고 경고한 정크본드(투기등급 채권)도 발행 규모가 빠르게 커졌다. 올 들어 발행된 정크본드는 2500억달러를 웃돌아 작년 사상 최대 수준에 근접했다.”(<한국경제신문> 10.30)

  결국, 인위적으로 조성된 자산가격 거품은 금리인상과 함께 붕괴될 것이다. FRB가 초저금리기조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지만 비정상적인 장기초저금리는 계속될 수 없는 것이고, 기준금리인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먼저 국채수익률이 올라 자산가격 거품붕괴를 재촉하게 될 것이다.
 
 수렁에 빠진 유로존과 일본경제

 미국과 비교하여 유로존과 일본은 더욱더 부진한 상태이다. 특히 그동안 공황상태에서 안전한 자본도피처로서의 역할과 유로화 절하의 덕을 보던 독일마저 상황이 악화되고 있어 유로존 위기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현재 유로존 경제와 관련해 가장 큰 걱정거리는 독일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이다. 특히 9일(현지시간) 독일 경제의 척추인 수출 부문이 지난 8월 전월 대비 5.8% 줄어들며 2009년 1월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는 소식은 유럽발(發) 경제위기 불안감에 기름을 부었다. 이에 앞서 지난 7일 발표된 독일의 8월 산업생산도 전월 대비 4% 급감하는 등 실물 경제 전반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유럽 전체의 경기 부진에 독일마저 백기를 드는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중략) 유럽 경제의 약 30%를 차지하는 독일 경제의 추락은 곧 유로존의 몰락을 의미한다. 이로 인해 전문가들은 유럽이 또다시 세계 경제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이날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IMF·세계은행 연차총회 개막 회견에서 "과거 일본의 장기침체를 야기했던 저물가 현상이 현재 유로존에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경고하며 유로존 경제 위기 극복 논의가 이번 총회에서의 주요 주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서울경제> 10.11)
 
 일본은 아베노믹스의 도입으로 잠시 효과를 본 듯하였으나 그 효과는 오래가지 못하였다. 4월 소비세율 인상으로 경기가 급랭하여, 산업생산은 7, 8월 2개월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8월 물가상승률은 1.1%로서 디플레 현상이 완연하다.  

 과잉투자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중국


 중국은 2008년 공황이후 공황의 강도를 약화시킨 나라였으나 이제는 그 공황을 가장 크게 악화시킬 나라로 등장하고 있다. 중국은 수년간 GDP의 48%를 투자에 쏟아 부었다. 유례없는 과잉투자였다. 그것이 커다란 후유증을 가져왔다.  중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성장률은 7.3%로 5년 반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여, 과잉투자후유증이 본격화하고 있다. 4분기에는 성장률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내년전망은 더욱 어렵다. IMF는 내년 중국의 성장률이 7.1%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낮은 성장률은 실업사태, 지방정부 재정악화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중국정부는 공식적인 입장과는 달리 다양한 경기부양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지난 시기 과잉투자의 규모가 엄청난 것이었기 때문에 중국은 그 후유증에 오랜 기간 시달릴 수밖에 없다.

 이상의 검토에서 분명하게 드러나듯이, 현재 세계경제는, 지난 공황이 끝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자산가격 거품이 붕괴되기 시작하여 새롭게 공황이 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국면에 있다. 미FRB는 공황의 격화를 막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시기를 늦추고, 경우에 따라서는 양적완화조치를 다시 실시하는 조심스러운 행보를 하겠지만, 지금까지의 초저금리, 양적완화조치가 야기한 왜곡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조건에 놓여있다. 때문에 금리인상은 시기만 문제일뿐 조만간 실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미FRB가 금리인상시기를 저울질하는 동안, 이를 예측하여 기준금리인상이전에 국채수익률 등이 먼저 상승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실물경제의 뒷받침 없이 조성된 자산가격 거품을 터뜨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2008년에 시작된 공황에 대해 자본가들과 그 정권들이 취한 조치들이 부메랑처럼 돌아와 자본주의를 더 큰 강도로 뒤흔드는 사태가 전개될 것이다. 그 동안 자본가들과 그 정권들은 한통속이 되어 세계대공황을 초래한 금융자본 살리기에만 몰두하여 왔다. 그 결과 현재의 자본주의는 2008년에 공황을 초래한 요인을 과거보다도 훨씬 더 큰 규모로 키워 놓았다. 위기로부터의 탈출을 위하여 더 큰 위기를 초래한 형국인 것이다. 오래 전에 맑스는 <자본론>에서 “자본주의적 생산의 진정한 제한은 자본 그자체이다.”라고 말하였는데, 이 진리를 자본주의는 또 한 번 입증하고 있다. 공황으로부터 탈출하려한 자본가들의 대응이 더 큰 공황을 불러들이고 있는, 2008년 이후의 자본주의의 현실만큼 이를 입증해주는 더 좋은 사례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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