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1일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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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학교”, 자본이 원하는 학교의 미래
황정규  ㅣ  2014년 5월 1일



“종이 없는 교실, 중간·기말고사가 없는 학교!” “교육과 ICT의 융합!”, “미래학습자에 기대되는 핵심 역량”의 양성! 서울시 교육청이 2016년 개교를 목표로 하고 있는 ‘미래학교’의 모습이다. 서울시 교육청은 이를 위해 총 128억 원을 들여 창덕여중을 미래학교로 시범운영할 예정이다.

그러나 멋진 교육의 미래상에도 불구하고 ‘미래학교’는 자본에 의해 지배받는 교육, 시장화된 교육이라는 미래로 가는 수단이 될 것이다. 이렇게 단언할 수 있는 것은 서울시 교육청이 추진하는 ‘미래학교’가 사실 미국 필라델피아의 ‘미래학교’를 그대로 베껴온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미국의 미래학교 경험을 소개하고자 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만든 미래학교

2006년, 미국의 필라델피아의 교육청은 6천3백만 달러(약630억 원)라는 막대한 돈을 들여 “미래학교(School Of the Future)”라는 이름의 공립학교를 개교하였다. 교실은 최첨단 시설을 갖추고, 모든 학생들에게는 노트북이 지급되었다. 이 학교에서 이제 학생(student)은 학습자(learner)로, 교사(teacher)는 교육자(educator)로 불렸으며, 수업에서는 공식 커리큘럼을 따르지 않고 교사들이 팀을 짜서 만든 프로젝트 중심의 학제간 학습 커리큘럼이 이용되었다.

이 학교가 개교하게 된 배경에는 미국 초중등교육을 개혁해야 한다는 자본의 요구가 있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독점자본인 마이크로소프트가 필라델피아 교육청과 손을 잡고 교육 이론과 논리, 학교운영 모델을 마련하였다. 미래학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마련한 교육모델을 실제로 적용해보는 실험실이었다.(서울시 교육청이 강조하는 ‘민간 역량의 최대활용’이라는 대목을 유심히 보아야 한다)

그러나 2006년 개교부터 학교운영은 파행과 곤란을 겪게 되었다. 기존 커리큘럼이 아닌 완전히 다른 커리큘럼을 교사들이 직접 수립하다보니 생기는 문제에서부터, 프로젝트 중심․학제간 연관 중심의 수업을 하다 보니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문제, 최첨단 기술이 학생들의 학습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였던 문제 등이 무수한 문제들이 발생하였고, 결국 상당부분 이전의 학교운영방식으로 되돌아가야 했다.

미래학교는 교육 시장화, 상업화의 전형

우리가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런 운행상의 파행이 아니다. 학교가 자본의 요구에 맞는 노동력의 공급처로 전락하고, 학교운영 자체가 시장화되었다.
등교시간 자체를 다른 공립학교와는 다르게 직장의 출근시간과 동일한 9시로 변경한 것이 가장 대표적 사례였다. 그리고 학습에 이용되는 소프트웨어는 자연스레 모두 마이크로소프트의 제품을 쓰게 되었다. 교사는 MS Onenote를 이용하여 수업을 진행했고, 학생들은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활용법을 학습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습득하였다. 정보검색 역시 정해진 포털 사이트를 이용해야 했다. 한편 학생과 교사들에게 배포된 노트북을 새로 교체해야할 시기가 오자 이를 위해 학교는 개인 후원을 모금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 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만든 미래학교는 어릴 때부터 자사제품에 대한 충성도를 높여 안정적인 시장을 확보하고, 자사 프로그램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양질의 사무직 노동자들을 양성하는 학교나 다름없었다. 결국 미래학교는 마이크로소프트라는 기업의 미래먹거리였던 셈이다.

교사의 역할과 고용을 위협하는 미래학교

미래학교에서는 과거의 정형화된 교과과정이 아닌 프로젝트 중심, 학제간 학습을 강조하였다. 그래서 모델 상으로는 커리큘럼의 작성을 교사들이 직접 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교사들에게 커리큘럼 작성의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다. 미래학교에서 강조하는 것이 빅데이터의 이용이기 때문이다. 빅데이터를 이용하여 수업을 운영하려면 결국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정량화할 수 있어야 한다. 수업에서 이용되는 IT제품을 지원하는 회사가 커리큘럼의 내용을 좌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것은 자본이 커리큘럼을 지배하는 것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이런 흐름이 강화되면 교사의 역할은 학생들과 소통하면서 학생들의 지적 능력을 발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자본이 만들어 놓은 지식과 정보를 전달해주는 것이 된다. 이렇게 되면 교사는 더 이상 과거처럼 4년 동안의 전문적 교육을 받을 필요가 없다. 간단한 단기 양성과정이수하면 교사가 충분하게 될 수 있다. 이는 기우가 아니다. 미국의 기업식 학교개혁에서는 학교모델을 기업식으로 바꾸는 것과 교원양성 방식을 바꾸는 것이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다. 결국 미래학교는 전통적인 교사의 고용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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