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14일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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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영리화, 무상의료 요구로 돌파하자!
황정규  ㅣ  2014년 3월 14일

의료 영리화의 의미: 대자본에 의해 구축되는 소자본

3월 10일 원격진료와 의료 영리화에 반대하여 의사들이 집단휴진에 들어갔다. 비록 하루에 그치고 참가병원의 수도 낮았지만, 의협은 11일부터 23일까지 하루 8시간 근무, 15분 진료를 하는 준법투쟁을 전개하고 24일부터는 대규모 집단휴진을 예고하고 있다.

이 의사들의 투쟁과 관련해서 우리가 정확히 보아야 할 것은“ 의료 민영화”라는 구호가 한국 의료체계가 가진 문제점을 간과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한국은 의료 민영화라는 말을 쓰기 무색할 정도로 이미 사적 소유 일색의 의료체계 속에서 살고 있다. 이것은 통계로도 확인되는데, 한국은 병상 수 기준 공공의 료 비중은 14%, 의료기관 수 기준으로는 6%로 OECD 최하위 수준이다.

그렇다면 지금 의료부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공적 의료체계를 민영화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미 사적 소유가 지배하는 의료체제를 더욱 시장화하고 영리화하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문제의 핵심은 규모와 경쟁력이 있는 대규모 의료자본이 중소 병원이라는 소자본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거대 유통자본이 골목상권을 장악하는 것과 경제적 측면에서는 대동소이하다. 거대 의료자본에 의해 생존의 위협을 받는 소규모 병원들의 처지는 이해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사적의료체계는 존속시키면서 대자본의 횡포를 막는 것이 보편적 대안일 수는 없다.

실현가능성이 높아진 무상의료
 

그런데 거대 의료자본과 과잉투자로 중소 병원이 어려움에 처해있다는 현실은 오히려 적의료체계로의 전환을 공세적으로 주장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이기도 하다. 경영난에 처한 의사들은 수가인상,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의 폐지를 내심 요구하고 있으나, 이것은 그나마 존재하는 공적 건강보험을 해체시키는 결과를 낳을 뿐 아니라 의사들이 처한 문제의 원인이 대자본과의 경쟁에서 패배, 도태되고 있는 데 있다는 점에서 결국 일시적인 미봉책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무상의료체계가 도입될 때 관건은 의사집단의 태도였는데, 공적의료체계로의 전환은 현재 어려움에 처한 의사들의 고용과 소득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유력한 해법이다.

아울러 예방의학으로의 전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도 무상의료를 위한 유리한 조건이다. 건강보험공단의 경우 과거 계속 건보재정 적자를 보면서, 순수하게 조직논리에 입각하여 적자감소를 위한 방법을 고민해왔다. 공단의 적자는 정치권이나 정권이 공단을 비판하는 빌미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노령사회의 진입 등으로 보험지출이 증가할 것이 뻔한 상황도 존재하였다.

이러다 보니 건강보험공단 스스로가 예방의학을 대안으로 잡게 되었다. 발병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병이 나기 전 미리 건강을 관리하여 예방하는 것이 훨씬 보험료 지출이 줄어든다는 이유에서 이다. 이는 건강보험공단 조직 내부의 논리에서 나온 것이지만 합리적인 생각이다. 그런데 무상의료로 갔을 때 핵심도 바로 예방의료, 일차의료로의 전환이다. 사적의료체계는 사람들의 건강이 안 좋아야 돈을 버는 구조이지만 무상의료 체계는 사람들이 건강해야 유지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최근 건강보험이 8조원의 흑자를 보았다. 이는 보험료의 인상, 회계 상의 일시적 흐름, 최근 전염병의 유행이 없었던 점, 경제악화로 병원이용이 감소한 점 등이 원인이라고 하지만, 이 8조원의 이용에 대해서는 대중적 투쟁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이 8조원을 의사에 대한 수 가인상에 이용한다면 의사들에게만 일시적으로 이로울 뿐 결국 밑빠진 독에 물붇기가 될 것이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보장성 확대를 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는 무상의료와도 관련된 것이다.

또한 5:5:2로 이루어진 건강보험 공단의 재정 중 정부는 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2의 재정을 전혀 부담하고 있지 않다. 담배회사 소송 등으로 재정을 확보하려는 꼼수보다 건강보험에 대한 정부책임 강화를 요구하며 싸우는 것이 합당하며 현실적으로도 가능하다.

의료 영리화, 무상의료 요구로 돌파하자!

의료 영리화로 온 나라가 난리이지만, 정작 사적 의료체제를 공적 의료체제로 바꾸고 의료를 무상으로 전환하자는 주장은 크지 않다. 그러나 한국의 의료체제에서 소유의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서는 공공성을 주장할 수는 없다. 그리고 의료 영리화와 의사들이 처한 어려운 조건은 역설적으로 공적 의료체제로의 전환, 무상의료로의 전환 요구의 현실성을 높이고 있다.

민주노동당 시절 이미 무상의료를 정책화하였고 보건의료노조 등도 몇 해전 무상의료 정책을 정리한 바 있다. 그렇지만 무상의료체계로 가기 위한 싸움에 서 핵심은 건강보험 재정을 쥐고 있는 건강보험공단 노동자들의 투쟁이다. 건강보험공단 노동자들이 무상의료를 적극 제기하고 보건, 의료 노동자들이 단결하여 싸운다면 무상의료는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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