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17일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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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는 자본주의에 반대한다
황정규  ㅣ  2013년 12월 17일

철도노조의 파업과 민주주의

12월 9일 오전 9시, 철도노조가 파업에 돌입하였다. 언론은 예나 지금이나 별 다를 것이 없이, ‘불법’파업, 시민 ‘불편’, ‘물류대란’ 등, 철도노조의 파업을 부정적으로 이미지화하는 뉴스들을 보내고 있지만, 철도노조의 파업은 분명한 하나의 목표, 지극히 정당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민영화 반대.

수서발 KTX 자회사를 세우겠다는 코레일의 의도가 무엇인지는 너무 분명하다. 이미 이 논의가 나오기 시작할 때부터 소위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는 말을 통해 새로 설립되는 자회사의 민간자본 진출을 노골화하였다. 철도 민영화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공적기금을 투입하여 코레일 41%, 공적기금 59%의 지분으로 이루어진 자화사 설립을 내세우며 민영화가 아니라고 강변했다. 그러나 이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일이다. 이미 사람들은 민영화를 곧장 밀어붙일 경우 반발이 거세어 추진이 어렵기 때문에 민영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하려는 것까지도 알 정도로, 10여년의 신자유주의 시절을 겪을 대로 겪었다.

100만명이 서명을 하고,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으며, 철도노조의 파업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정부나 코레일 사측은 귀에 몽둥이를 박아놓았는지 이러한 많은 사람들의 반대 외침에도 전혀 거리낌이 없다. 오히려 적반하장식으로 파업을 불법으로 몰아가고, 파업에 참가한 6천여명의 조합원들에 대한 직위해제를 강행하였다. 이런 탄압 소식을 접하면서 기겁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비상식적 탄압에 더욱 전의를 불태우게 되는 것은 나 혼자만의 감정은 아닐 것이다. 더욱이 10일 오전에는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을 위한 이사회를 몇 겹을 에워싼 경찰의 철통 경비 속에서 ‘비공개’로 진행되어 설립을 확정하였다. 이 두 가지 사건은 우리에게 현재 많이 이야기되고 있는 민주주의 후퇴의 실제가 무엇인지 확인하게 한다.

민주주의는 자본주의와 함께 갈 수 없다.

우리가 가장 상식적인 수준에서 이해하는 민주주의는 ‘다수에 의한 지배’, 만인의 이익과 필요를 우선으로 하는 정치체제를 의미할 것이다. 그러나 철도파업과 이에 대한 정권, 자본의 대응은 이러한 민주주의의 의미를 철저하게 파괴한다.

민영화에 대한 반대여론이 높은 가운데 정부는 민영화를 철회하는 것이 아니라 꼼수 민영화로 들이민다. 그리고 민영화로 가장 직접적 영향을 받고, 그래서 민영화에 반대하여 투쟁한 수많은 철도 조합원은 직위해제란 징계를 받았다. 반면 누가 뽑아준 적도 없는 한줌의 이사들이 민중 전체의 삶에 영향을 주는 사안을 밀실 속에서 제멋대로 결정해버렸다. 노동자들과 민중은 의사결정에서 철저히 배제되는 이런 반민주적인 일이 발생하는 것은 바로 민영화가 자본가계급의 배를 불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민주주의 후퇴, 파괴의 현상은 비단 한국만의 상황은 아니다. 몇 년전 미국의 점거운동 등 전세계적으로 99%를 대변하지 못하는 정치에 대한 비판과 분노가 높아졌으며, 이는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신뢰를 접고 총회(aseembly)와 같은 직접민주주의를 요구하고 실천하는 운동이 증가하였다. 자본과 정치권력의 유착을 표현하는 회전문 인사, 금권정치(plutocracy), 은행지배(bankocracy) 등의 말들이 유행하게 되었다. 요컨대, 자본주의가 더 이상 최소한의 민주주의조차 수용할 수 없는 체제로, 무한한 이윤추구를 위해 노골적인 금권정치로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권의 민주주의 후퇴에 맞선 투쟁, 반자본주의투쟁과 결합하자

철도 파업이 시작한 후 얼마 되지 않은 사이에도, 다사다난하고 시끌벅적한 박근혜 정권은 조용할 날이 없었다. 국정원 직원이 상부의 지시를 받고 트윗작업을 하였다는 증언이 나와 국가기관의 선거개입은 더욱 분명해졌으며, 민주당 장하나 의원, 양승조 의원의 입장발표가 큰 파장을 몰고 왔다. 그리고 커질 대로 커지고 있는 부정선거 이슈에 맞불을 놓기 위해 대선개입의혹으로 전교조 서버가 압수수색 당하였다.
이런 혼란 속에서 박근혜 정권의 반민주성에 대한 분노가 들끓고 부정선거로 당선된 박근혜의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여기서 빠진 것이 하나 있다. 자본주의 반대.

박근혜는 자본가들의 정강이에 쪼인트 까던 박정희와 완전히 다른 경제적 지반 위에 서있다는 점이다. 박근혜의 정치로부터 독재의 음산한 악취를 느끼기에는 시간이 많이 흘렸고 자본은 한국사회에 대한 완전한 지배권을 획득했다. 지배계급 안에서 갑과 을이 뒤바뀐 현재 시점에서, 민주주의 후퇴는 단순히 시계바늘은 30년 전으로 돌리는 과거 회귀가 아니라 자신의 이윤과 지배를 공고히 하려는 자본의 미래에 대한 것이다. 우리는 이런 진실을 전세계 민중들의 투쟁에서 숫하게 보아왔으며, 지금 바로 철도파업에서 목도하고 있다. 

그렇다! 민주주의 투쟁에서 빠진 한 가지는 반자본주의투쟁이다. 이 둘이 결합할 때 민주주의 투쟁이 비로소 온전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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