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17일 81
해방 > 81호 > 쟁점

권력욕에 국가보안법 존치로 입장을 바꾼 전직 인권 변호사
이태하  ㅣ  2013년 12월 17일

국가보안법 전문 인권변호사, 박원순

내가 국가보안법으로 기소되고서 처음 접한 책이 박원순 시장이 저술한 <국가보안법연구>였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우리의 변론을 맡은 변호사님도 그 책으로 공부하였다고 한다. 즉 박원순 시장이 변호사로서 명망을 얻고 시민단체를 만들 수 있는 기반을 다진 것이 바로 국가보안법 폐지론의 바이블, <국가보안법연구Ⅰ, Ⅱ, Ⅲ>이었다. 

<국가보안법연구>에 나오는 박원순 시장의 주옥같은 글을 한 번 읽어보자.

“필자는 국가보안법이 인류가 보편적으로 발전시켜온 제반 법률적 원리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세계에 유례없는 사상의 탄압법인 동시에 세계정세의 변화와 남북한 관계의 진전과정에 비추어 시대착오적인 냉전과 독재의 유물이라는 점을 입증하려 하였다. …… 따라서 이 당연한 결론에 더 이상 억지와 궤변으로 대응하는 것은 우리 국민과 민족의 장래를 위해서도 대단히 불행한 일이 될 것이다.”

“국가보안법은 오히려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비롯하여 언론, 출판, 학문, 예술의 자유 등 정신활동의 자유를 주요 제한목표로 삼고 있을 뿐만 아니라,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유무에 전혀 상관없이 이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 결국 국가보안법은 기본권 제한의 법률이 갖춰야 할 제반 요건 중 어느 하나도 갖추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국가보안법은 우리나라가 민주헌정국가이고자 한다면 마땅히 가장 먼저 폐지하지 않으면 안될 법이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시장후보 시절인 2011년 10월에도 “국가보안법 문제는, 이미 제가 대한변호사협회 인권 위원을 한 적이 있는데 인권위원회 한 명도 빠짐없이 남용될 소지가 있다, 특히 유엔 인권위원회도 이 개폐를 권고했을 정도”라고 말하였다. 

국가보안법 존속으로 전향한 전직 인권변호사

그러던 그가 달라졌다. 그는 11월 초 종편방송 채널A에 나와 “과거 국가보안법 폐지론을 폈던 인권변호사로서 통합진보당에 이석기 의원에게 국가보안법이 적용된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하는 질문에 “인권이라는 것이 헌법상 보장돼야 할 중요한 가치이면서 동시에 국가 안보라는 것도 정말 우리의 모든 안전을, 우리의 삶을 보장하는 기초적 조건이다”라고 말하며 국가보안법의 존립을 인정하였다. 또한 “서울시장이 된 후 재야 인권변호사 시절과 생각이 많이 달라진 것인가”라는 질문에 “당연히 많이 달라져야 하고 당시와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고 보고 있다”고 대답했다. 

왜 이런 있어서는 안 될 입장 변화가 일어났는가? 물론 다 아는 사실이다. 즉 국정원 등의 대선개입이 정권의 정통성에 결정적 흠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이 시점에 정권은 통합진보당 이석기의원을 ‘내란음모 혐의’로 기소하며 종북몰이에 모든 정권의 명운을 걸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모든 보수언론과 보수세력들이 결집을 하고 있다. 이러한 정치 지형을 반영하여 당장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보수층 표다지기 발언임을 삼척동자도 다 알 것이다. 

그런데 사람이 욕심이 생기면 너무나 쉽고 간단한 문제도 제대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이번 사태에서도 다시 한 번 확인 된다. 박 시장은 이런 분위기가 내년 시장선거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발언이 있고서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박근혜 퇴진 시국선언이 터져 나왔다. 그 이후 기독교,, 불교, 천도교, 시민단체, 학생들이 종북몰이를 멈추고 사퇴하라고 할 정도로 박근혜 사퇴 여론이 확산되었다. 

박원순의 변신을 보면서 자유주의자의 본 모습을 정확히 볼 수 있었다. 즉 글과 말로는 현실 분석을 할 수 있으나, 실천에 있어서는 자신의 글과 전혀 상관없이 오직 자신에게 이득이 되면 모든 것을 언제든지 손바닥 뒤집듯 쉽게 하는 모습 말이다. <국가보안법 연구> 3권에 빛나는 인권변호사는 가면에 불과하였으며, 자신의 영달을 위해 이젠 또 다른 가면으로 바꾸려는 것이다. 이런 카멜레온 행세를 하면서도 ‘중요한 것은 현실에 실용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라고 포장하여 자기합리화 할 것이 눈에 선하다.

다른 한편 우리가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은 박원순의 가면에 넘어가 있는 소위 ‘진보’운동이다. 박원순의 변신을 단순히 일시적인 전술로 치부하는 그들은 박원순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못한다. 그러나 하나를 보면 열을 아는 법이다. 자신을 지금 이 자리까지 있게 한 가장 중요한 정체성조차 내던질 줄 아는 정치인이라면 다른 것과 관련해선 두말해서 무엇 하겠는가!

관련기사

기사평쓰기
번호 제목 평점 작성자 작성일 조회수
등록된 게시물이 없습니다.

HTML코드 복사하기 (블로그나 카페에 바로 붙여넣기 하실 수 있습니다)


권력욕에 국가보안법 존치로 입장을 바꾼 전직 인권 변호사
바보야, 문제는 자본주의야!
미국 경제, 회복이 아닌 터지기 직전의 새로운 거품이다!
조달협정으로 도둑들에게 문을 열어준 박근혜 정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