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30일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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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위기시대 복지환상이 좌초하다
김광수  ㅣ  2013년 9월 30일
결국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박근혜 복지의 파산

“박근혜정권이 복지나 연금을 들먹이는 순간, 사실은 한국사회의 잠재된 모순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공주님이 물려받은 옥쇄는 판도라의 상자안에 들어있었던 셈이다. 경제민주화든 복지든 이야기를 꺼내고 실제적 조치를 거론하는 순간 갈등은 유발되고 모순은 폭로되게끔 되어 있다. 결국 이 체제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재벌가의 방탕한 행복이지 국민모두의 행복은 아니라는 것이 곧 밝혀질 것이다.” (해방 76호, 자본주의 체제 능력 이상의 것을 꿈꿔야 할 2013년)

박근혜는 2008년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소위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 올바로 세우기)를 외쳤었다. 그런데 1년 만에 한국형 복지국가로 노선을 변경했다. 그리고는 대선에서는 마침내 마술을 부리기로 맘을 먹었는데, 그것이 바로 증세 없는 복지였다. 증세 없는 복지라서 빈약한 것은 아니었다. 노인들에게 20만원씩 노인연금을 공짜로 주고, 5대 중증질환에 대해 무상의료를 확대하는 등 화려하기 그지없었다. 게다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고용율을 70%까지 끌어올리는 등 마술의 경지에서 기적의 경지로 경제를 살리겠다고 했지만 결론은 “잘되지 않는다”였다. 박근혜는 99년 국민연금 제도확대 과정에서 DJP연합이 흔들리고 공단이사장과 보건복지부 장관이 경질되었고, 결국 김종필이 떨어져 나간 연금문제를 우습게보고 달려들었다 쪽박을 찰 기세다.

연금재정 파탄의 덫에 너무 일찍 걸린 박근혜 정부

잃어버린 10년을 겪은 일본에서 비정규직 고용의 증가에 따른 극적인 비극중의 하나가 연금재정의 고갈이다. 비정규직들이 연금가입이 안되는 반면 노인인구가 증가하고 재정부담은 늘게 되어 연금재정 확충에 빨간 불이 들어온 것이다. 결국 연금재정이 파탄날 것을 우려한 노장년층이 소비를 줄이고 저축에 몰두함으로서 예금자산의 90%가 60세 이상에게 몰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소비는 줄고 내수 경기는 약화되고, 무역흑자만 늘어나 엔화는 계속 고공행진을 하는 등 악순환을 초래했다.
지금 겁도 없이 연금을 가지고 공약남발을 했던 박근혜 정부는 경제악화에 의한 세수부족, 꼼수 증세에 대한 저항에 직면해 있다. 그리고 일본과 마찬가지로 비정규직이 너무 많은 고용구조의 취약성과 청년, 여성, 장년층의 고용율 저하에 따른 연기금의 고갈문제를 겪고 있다.

“2008년도 공황이후 크게 세 가지 영역에서 위기는 심화되었다. 개선되지 않는 고용율과 높은 청년실업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높은 비중과 계층별 임금격차의 지속, 독점자본의 유통업진출확대로 인한 자영업자의 몰락, 결국 87년 이후 형성되어 온 한국적 소득분배시스템이 총체적으로 위기에 닥친 것이다.” (해방 61호, 자본주의와 투쟁하지 않는 자들은 복지를 입에 올릴 자격이 없다 )

연금은 결국 개인들의 소득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특히나 노령인구의 증가에 따라 젊은 층의 부담이 높아져야 하는데, 청년들이 하위소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재의 소득구조에서 연금이 한계에 부딪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일본의 경우도, 70년대 연금 시대를 열었다고 환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80년대 노년인구 급증과 비정규직 증가로 연금위기를 맞았다. OECD 국가중 최하위권에 속하는 조세부담율을 유지하면서 개인소득에 의존하는 보험방식이나 연기금방식으로 복지를 확대하겠다는 계획 자체가 터무니없었던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복지사회는 왜 점점 실현될 수 없는 꿈이 되어가고 있나

한국사회는 기업임금을 중심으로 형성된 소득분배체계가 불평등을 야기하면서 기업임금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줄이고, 사회가 임금을 보전하는 방식, 즉 사회임금을 확대하는 과제가 꾸준히 제기되었다. 2000년대 민주노동당의 무상의료, 무상교육 정책이 민주노총에게 사회임금 정책으로 무난히 받아들여진 것도 그런 사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런 재원을 어디서 마련하는가가 문제가 되는데, 결국은 증세를 하거나 나라가 빚을 내야 한다. 소위 진보세력은 부자증세를 통해 재원을 마련하자는 안, 즉 소득세 누진율을 높여서 재원을 확보하자는 안을 계속해서 제기해 왔다. 이런 안은 당장 귀가 솔깃해 지는 것이지만 몇가지 전제가 있다. 

첫째 정책적 지속성을 보장할 정치적 지속성
둘째 지속적인 경제성장
셋째 주권국가의 지속적인 강화

첫 번째는 증세와 복지지출을 늘리는 정책을 가진 정당, 혹은 연정의 장기집권, 혹은 오랫동안 흔들리지 않는 사회적 합의 등 다양한 것이 될 수 있다. 스웨덴사민당의 65년 집권이 대표적인 경우이고, 우파정당인 기민당이 장기 집권했지만 노동자들과 자본가들의 전후타협이 지속된 독일이나 전후에 노동당, 보수당이 번갈아 집권했으나, 처칠이 만들게 한 비버리지 보고서의 대중적 지지가 확고했던 영국도 이런 경우에 해당된다.
지속적인 세수를 거두고, 정부부채도 어느 정도 견디려면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계속되어야 하는 것과 거시경제정책을 운영할 주권이 필요한 건 상식이다. 화폐발권기능과 환율개입이 애초에 봉쇄되어 복지시스템이 붕괴된 그리스의 경우를 보면 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벌써 눈치 챘겠지만 이런 조건은 한국사회에서 언감생심이다. 아직도 분단에 의한 공안프레임에 갇혀 수구반동세력이 분탕질을 계속하는 나라에서 복지정책을 꾸준히 밀고나갈 정권이 지속되리라는 보장이 없다. 게다가 2008년이후 장기불황에 접어든 세계경제는 위기가 주기적으로 그것도 매우 자주 일어나고 있다. 당장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이 중단되면 한바탕 난리가 날 것이고, 세계경제의 약한 고리 몇 곳이 분질러 질 것이다. 우리의 경우, 대외경쟁력은 상대적으로 높지만 선제적인 환율정책과 산업공동화에 가까운 해외 생산기지 이전에 힘입은바 크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거시지표는 나아 보이지만 빈부격차나 과도한 가계 부채, 자영업의 붕괴, 그에 따른 고용율저하 등의 내상을 입을 대로 입고 있다. 이런 취약함을 안고 있는 한국경제가 언제 세계경제의 약한 고리가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결국 사회주의 없이 복지도 인간다운 삶도 없다

지금 사태가 전쟁만큼 가혹한 경제위기가 예고되어 있다면 최소한의 생존권을 지키려는 복지확대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증세를 하네 마네 수준의 조치를 넘어서서 기업의 통제, 소유권에 대한 개입으로 국가개입이 확대되어야 한다. 그 정도의 조치를 하지 않으면 소리 소문 없이 사회일각이 계속 붕괴되는 사태를 막을 수 없게 되어 있다. 이제 대한민국의 거대한 생산력을 재벌체제라는 극악한 사적소유형태로 유지, 관리하는 것이 불가능해지고 있다. 왜냐하면 그 거대한 생산력이 청년의 취업, 가계의 소득과 지출의 균형, 자영업자의 평화, 평등한 분배와 충돌하기 때문이다.
박근혜정부가 복지국가로 포장하는 것조차 실패하고 있는 것은 한국경제의 재정규모의 부족이나 조세부담율이 낮아서가 아니다. 그것은 복지국가의 전망을 갖기에 너무 엄혹하게 다가오는 자본주의 위기의 그림자 때문인 것이다. 대통령은 약속을 지킬 신뢰는 없지만 자신을 떠받치고 있는 체제의 요동을 감지할 만한 촉감은 갖고 있음을 증명했다. 박근혜와 새누리당의 좌절은 민주당의 좌절, 그리고 고만고만한 진보정당들의 좌절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수백조를 쌓아놓고 있는 재벌들의 사내 유보금이 복지재원 몇조를 조롱하고 있는 이 현실은 재벌들의 소유를 사회적 소유로 바꾸는 것이 불가피하고, 사회의 재부를 사회적 필요에 의해 다시 분배해야 한다는 것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결국 자본주의 체제의 소유관계를 변화시키고 생산과 분배의 새로운 조직없이 복지사회는 그림의 떡이라는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 인간다운 삶을 향해 자본주의 사회를 혁파하고 사회주의로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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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에 대한 탄압을 분쇄하고 강력한 연대투쟁으로 교육투쟁의 새로운 장을 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