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25일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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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시장화, 탈기업화! 대학구조조정 이렇게 맞서자
임순광  ㅣ  2013년 7월 25일

1. 대학의 기업화


자본주의에서 교육비는, 훈련된 노동력을 활용함으로써 이득을 얻는 자본이나 국가가 아니라 개인들에게 전가되어 왔다. 실업, 비정규직, 정리해고의 공포 앞에서, 개인들은 너도나도 살인적인 등록금을 내고 졸업장이라는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몸부림친다. 학력차별과 학벌이 만연한 한국에서 대학은 고등교육기관이라는 외피를 가진 ‘지식공장’의 모습을 분명히 하고 있다.


작금 대학들의 목표는 고등교육의 질 향상이나 학문 성숙이 아니라 ‘부(富)의 축적’이다. ‘위장된 비영리조직’은 한국의 대학 운영을 이해하는 열쇠이다. 한국 전체 대학의 연간 재정 규모는 입시전형료(약 1,500억원), 등록금, 병원 운영 수익, 각종 영리 사업을 통한 이윤 등을 합하였을 때 연간 36조원 이상(2009년 기준. 2011년 정부 예산은 309조원임.)이다. 이 금액은 많은 대학들이 보유한 천문학적인 각종 자산(특히 부동산)을 뺀 것이다. 사립대학들은 10조원이 넘는 적립금을 쌓아두고도 등록금을 계속 올린다. 대학은 등록금 말고도 기숙사, 식당, 각종 수익사업을 통해 노동자의 호주머니를 털고 있다.


한국 정부는 1995년의 ‘5․31대학개혁조치’부터 ‘2012년의 8․27대학자율화조치’에 이르기까지 약 20년 간 일관된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대학 설립을 쉽게 해 주고, 대학들이 등록금을 마구 거둬 적립금이나 기성회비로 남기고, 그것으로 대학들이 펀드나 부동산 투기까지 하도록 부추기며, 몇몇 개인들에 의해 대학이 기업처럼 운영되도록 한 것이다.


대학이 기업화되었느냐를 따지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다. 영리공간과 영리사업의 확대, 기업식 운영 방식 도입, 기업문화 창궐, 대학 의사결정구조에서 자본의 직접 지배 등이 주로 거론된다. 어찌되었건 대학이 기업의 성격을 강화하면서, 인건비 절감 욕구는 [자본론]의 표현처럼 ‘흡혈귀의 유혹처럼’ 다가온다. 인건비 절감은 자본주의 대학 구조조정의 본질적 측면이다.


2. 대학 평가와 서열화


1984년에 미국의 시사주간지 유에스뉴스앤월드리포트(U.S. News & World Report)는 미국 대학의 순위를 전체/학과별로 매겨 보도하면서 대학 서열화에 불을 붙였다. 한국의 보수 일간지들도 이 방식을 활용하여 1990년대말부터 대학 평가질을 시작하였다. 한 술 더 떠 교육부는 스스로 대학평가를 하기에 이른다. 순위 경쟁은 대학의 체제를 평가와 성장 위주로 변형시켰다.


미국 대학 순위 경쟁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대학 자산의 액수, 학생들의 만족도이다 이에 따라 미국 대학들은 ‘품질 관리’와 ‘품질 보증(Quality Assurance)’을 내세우며 효율성과 경쟁을 극단적으로 추구한다. 한국은 어이없게도 ‘취업률’이 교육부의 평가 항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 외에도 등록금, 연구실적, 전임교원 강의담당비율, 세계화 비율 등이 주요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대학 평가는 대학 구조조정을 직접적으로 강요한다.


3. 대학 구조조정 철칙: 속이고, 쥐어짜고, 줄이고, 책임을 회피하라!


속이기: 취업률이 낮은 대학은 퇴출되기 십상(정부의 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선정)이기에 많은 대학들은 취업률 부풀리기에 고심한다. 대학에 알바 자리(‘반듯하지 못한’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어 취업률을 높인다. 취업률 조작도 어렵진 않다. 대학통폐합도 지원금을 따내기 위해서 대충한 뒤 상생의 노력은 하지 않는다. 시너지 효과는 지적 사기에 다름없다.


쥐어짜기: 대학은 교원들의 연구실적을 높이기 위해 상호약탈적 성과급을 강요한다. 때로는 연구실적이 높은 비정규교수를 전임교원으로 발령내어 평가를 잘 받은 뒤 해고한다. 전임교원의 강의담당의무시수를 늘리는 것은 기본이다. 1주일 9시간의 강의도 많은데 12시간, 15시간을 하지 않으면 페널티를 먹이기도 한다. 직원들에게도 성과급이 강요된다. 재단 앞에 줄세우기와 쥐어짜기는 샴쌍둥이다. 하지만 아이스크림 장수와 우산 장수의 이야기처럼 누군가의 이득은 다른 이의 손실임에도 불구하고 대학구성원 대부분은 이 잔혹한 검투사의 게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줄이기: 전임교원의 강의담당비율을 높이려면 당연히 40% 이상의 전임교원을 더 뽑아야 하는데, 오히려 비정규교수를 대량해고하고 기존의 정규교수에게 잔업수당(초과강의수당)을 안겨주는 방식을 택한다. 도처에 사회적 살인을 당한 비정규교수가 넘쳐난다. 최근 2년 동안 최소 1만 명 이상이 강단을 떠나거나 일감이 줄었다. 지식공장의 정규노동자는 일을 더 하면서 잔업수당을 챙기고, 그만큼 비정규노동자가 해고당하는 셈이다. 교직원 역시 비정규직이 넘쳐난다. 교육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고도 대기발령기간동안 비정규직으로 견습생처럼 일한다. 정규직이 나간 자리는 비정규직 직원으로 채우고, 이들은 노조에도 제대로 가입하지 못한다. 학생들에게도 ‘줄이기’는 교육환경 파괴의 방식으로 강요된다. 졸업에 필요한 학점을 줄여 더 적은 강의를 듣게 하면서도 등록금은 더 받는다. 최대수강인원을 늘리고 폐강기준을 강화하면서 더 적은 강좌를 개설하여 학생들의 수업 선택권을 심대하게 훼손한다. 다양한 강좌는커녕 획일화된 일부 강좌에 학생 상당수를 밀어넣고 게을러서 수강신청을 하지 못하였다고 타박한다. 학과통폐합을 통해 필요 강좌와 교직원수를 줄인다. 교원과 교직원 수 줄이기, 정규직의 비정규직화, 강좌 축소는 대학 구조조정의 대표적 양상이다.


책임 회피: 외주화는 대학의 책임을 부정하는 손쉬운 방법이다. 청소, 시설관리, 식당, 기숙사 관리는 이미 오래전에 외주업체로 넘겨 버렸다. 이제 어학교육원과 전산교육원도 거의 다 넘어가고 있다. 다음에는 글쓰기 등 대량으로 분반이 개설된 강좌들에 대한 구조조정일 것이다. 운영을 학원에 넘기고 학생들은 이수를 위해 추가 학비를 내야 할지도 모른다. 부실재단들은 외주화보다 더 좋은 방법으로 자산을 팔아 이득을 챙기면서 대학운영권을 다른 곳에 넘기는 방식을 선호할 것이다. 신나게 돈 벌고 폼 나게 팔아 한 세상 즐기는 가진자들의 천국, 자본의 신전-학내에서 계급적 질서를 유지하면서 자본주의 만세의 이데올로기를 생산하고 자본 축적에 필요한 연구를 수행하는 신전-인 대학의 현재 모습이다.


4. 대응방향: 탈시장화와 탈기업화를 기치로 조직하고 단결하고 투쟁하라!


우리를 구원해 줄 메시아는 없다. 스스로 조직하고 싸우지 않는 한 ‘착취와 수탈의 오래된 미래’는 반복된다. 정규직이 비정규직을 안전판으로 삼는 한, 그 동료와 자손들 역시 비정규직의 굴레를 벗을 수 없다. 언젠가 아차하는 순간 그 정규직이 비정규직이 된다. 비정규직이 서열화된 중간계층이 되기 위해 이탈과 배신을 일삼는 한 단결은 없다. 투쟁은 적전분열하고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비인간적인 대립과 갈등이 현장을 지배한다.


청소를 하는 노동자와 식당 조리를 하는 노동자와 강의와 연구를 하는 노동자와 공무원 노동자가 서로를 존중하면서 함께 투쟁하지 않는다면, 한 쪽의 이익은 다른 쪽의 목줄을 죌 뿐이다. 하후상박의 원리에 입각하여 대학 구성원 모두에게 생활임금을 보장하고 노동자간 격차를 줄이며 함께 의사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방향으로 대학 지배구조의 변혁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그런 일이 가능하도록 문제가 되는 재단을 퇴출하고 국공립화해야 한다. 법으로 정한 바대로 정규교원을 100% 충원하고 그렇게 해도 비정규직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는 처우 개선과 권리 보장을 해야 한다. 대학설립운영규정에 있는 것처럼 대학 부지와 건물과 교원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대학들은 재단들이 운영에서 손을 떼도록 강제해야 한다. 사립대학으로 남든 국공립대든 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재원 확보와 민중적 감시 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 평등한 대학운영구조가 자리를 잡아야 한다. 그를 통해 원래 그렇듯 대학이 진짜 비영리조직으로 운영되도록 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교육시장을 폐지하고 대학을 탈기업화 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구조조정 대응 방식은 우산 없이 장마철에 소나기 한 번 피하는 결과밖에 낳지 못한다. 언 발에 오줌누기다. 상호약탈적 신자유주의 대학체제냐 아니면 새로운 탈기업적 대학체제냐, 당신은 누구의 바리케이드에 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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