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25일 74
해방 > 74호 > 이슈

[해방연대 재판 방청기] 자본주의의 위기 속에서 성장하는 사회주의 활동의 정당성을 보여준 재판
이영수  ㅣ  2012년10월25일

“우리가 유일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은 유치한 검찰의 주장을 반박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오래전부터 목표를 하고도 사회주의 정당을 현실화하지 못했다는 것이고 이번 대선에서 사회주의 대통령후보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성두현 동지의 모두진술 중에서)


지난 10월 8일(월) 오후2시 서울지방법원에서 해방연대에 대한 첫재판이 진행되었다. 증인인증심문은 이미 예비재판에서 다 진행되었던 터라 생략되었고 검찰측의 기소 발언에 이어 변호사 및 4명의 동지들의 모두진술을 하는 순서로 재판이 진행되었다.


지난 5월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1시간 분량의 파워포인트로 구속사유를 설명했던 검찰은, 이번 본재판에서도 해방연대를 어떻게든 탄압하려고 온갖 주장들을 장황하게 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30분 내외의 짧은 프리젠테이션으로 마무리하였다. 이는 검찰이 핵심을 요약해서 했다기보다 그만큼 해방연대를 기소할만한 충분한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검찰은 ‘피의자’들이 노동자계급의 대의를 위해서 한 일을 국가보안법 위반, 폭력, 업무방해 등 전과 몇범의 범죄자로 규정하며 범죄경력을 요약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어 반국가단체, 이적단체, 국가변란선전선동단체의 차이점을 설명하면서 반국가단체의 존재 없이도 국가보안법상으로 처벌할 수 있다며, 해방연대가 국가변란선전선동단체라고 설명하였으나, 정작 공소장에는 해방연대를 이적단체로 기소한다고 함으로써 스스로의 혼란을 드러내었다. 국가보안법이 ‘귀에걸면 귀걸이 코에걸면 코걸이’와 같이 적용되고 있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검찰은 결론적으로 해방연대가 의회주의를 부정하고 폭력혁명을 통해 체제를 전복시키려는 세력으로 규정하고 설명을 마무리하였다.

변호사(김도형)는 검찰의 공소장이 일본주의의 원칙에 위반된다는 사실부터 지적하였다. 무려 2만쪽이나 되는 공소장에는 해방연대 발행물의 내용 중 상당히 많은 분량을 그대로 인용하고 있어 재판의 공정성을 기하기 어렵다고 하였다. 이적단체와 국가변란선전선동단체가 무엇이 다른지 구별할 수 없음을 주장하면서 검찰의 설명은 검찰의 일방적인 생각일 뿐이라고 반박하였다.

마지막으로 해방연대 동지들의 모두진술이 진행되었다. 모두진술의 순서는 성두현, 이태하, 최재풍, 김광수 동지의 순으로 진행되었는데, 무려 2시간 30분 가량 진행되었다. 성두현 동지는 전반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이태하 동지는 법적용에 대한 비판을 중심으로, 최재풍 동지는 실제 활동과정에서 느낀 점을 중심으로, 마지막으로 김광수 동지는 우리가 건설하고자 하는 사회주의의 내용을 중심으로 해방연대 탄압의 부당함을 진술하였다.

성두현
동지는 지금 시기에 국가보안법으로 법정에 서 있는 자체가 이해하기 어렵다는 솔직한 심정으로부터 모두진술을 시작하였다. 또한 검찰과 자본가세력이 현실과 소통하지 못하고 대단히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하면서 지금 자본주의가 어떠한 상태인가를 설명하였다. 핵심적인 내용은 자본가들조차 자본주의의 위기를 이야기하고 있고, 지금은 어느 누구도 단시일 안에 이 상황이 극복될 수 있다고 조차 이야기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주의는 새로운 대안이 될 수밖에 없고, 이것을 탄압하는 것은 자본주의 위기속에서 같이 죽자는 것에 다름 아니라고 비판하였다. 사회주의는 어느 골방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자체가 만들어내고 있으며 위기에 빠진 한국사회를 위해서도 사회주의 활동이 더욱더 강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어 검찰의 보도자료에서도 드러나듯 해방연대의 문건을 임의로 왜곡하여 폭력혁명세력으로 부각시키고 있다며 검찰의 주장을 반박하였다. 성두현동지의 마지막 발언과정에서 우리가 정말 고민하고 있는 것은 어떠한 증거도 제시하지 못할 유치한 검찰의 주장을 반박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목표로 해왔던 사회주의 정당건설을 현실화하지 못하고 있고, 사회주의 활동을 전면화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번 대선에서 사회주의 후보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하였는데, 앉아서 방청하고 있는 스스로도 마음속으로 반성하게 만들었다. 1시간 30분가량의 긴 모두진술을 마친후 방청석에서는 자발적인 박수가 터져나왔고 판사가 이를 제지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하였다.

이태하
동지는 상당한 분량의 모두진술서를 결의에 찬 목소리로 읽어가면서 발언하였는데, 이미 대법원의 판례에서도 해방연대의 사회주의 활동이 국가보안법의 적용대상이 되지 않음을 어느 법조인보다 꼼꼼하게 증거를 대면서 주장하였다. 진보당사건, 인혁당사건, 학림사건 등의 재심사건은 모두 당시에 극형에 처해진 사건이나 하급심의 판결에 대하여 모두 무죄가 선고되고 재판부의 참회와 반성들이 줄을 있다고 하면서, 시대의 변화에 둔감한 사법부를 질타하기도 하였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근현대사에서 많은 지식인들이 일본제국주의와 군사정권에 동조하여 왔는데 그에 맞서 민주주의를 앞당긴 세력들은 온갖 탄압을 받아왔다고 하면서, 해방연대를 포함한 사회주의자들의 활동이 지금 당장은 국민의 절대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지 못하지만 머지않은 날 우리의 활동이 제대로 평가될 것이라는 결의에 찬 발언을 하였다. 조합활동 과정에서 동지들에게 설명할 때 해박한 속담과 격언 지식으로 적절한 비유를 잘 드는 이태하 동지는 “우리는 ‘일시적막(一時寂寞)’을 택할지언정 결코 ‘만고처량(萬古凄凉)’의 길을 가지 않을 것”이라며 모두 진술을 마무리하였다.

최재풍
동지는 평소의 스타일대로 짧고 굵게 모두진술을 진행하였다. 대표가 된 후 수많은 회의 속에서 한번도 폭력혁명을 이야기한적이 없는데, 검찰은 무슨 근거로 우리를 폭력혁명세력이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고, 관심법으로 처벌하려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도 어긋난다고 비판하였다. 스스로도 노동조합 활동과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해 열심히 활동했고, 스스로 국회의원까지 출마하면서 활동해 온 것이 무슨 문제인지 도무지 말이 안된다고 하였다.

마지막으로 김광수 동지는 모든 것이 내구연한이 있다며 자본주의도 예외일 수 없다고 하면서 모두진술을 시작하였다. 김광수 동지는 주로 우리가 왜 사민주의가 아니라 사회주의의 길을 가려고 하는지를 여러가지 문제를 들어 설명하였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복지를 이야기하며 그럴듯한 논리를 펴고 있지만, 사민주의는 자본주의가 일정한 기간동안 번영할 때만 가능할 것이라며, 지금과 같은 현실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평가하였다. 복지에는 돈이 필요하고 경제성장 없는 복지는 재정적자로 나타날뿐더러 정부가 견딜 수 있는 재정적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사민주의라도 했으면 한다는 것은 한국사회의 자본주의가 계속 번영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의 다른 표현에 불과하다고 비판하였다. 이어 우리나라의 교육현실, 의료체계의 문제, 생태의 문제에서 왜 우리가 사회주의를 주장할 수밖에 없는지, 무상교육, 무상의료가 왜 필요한지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였다. 김광수 동지는 한국에 올떄마다 성인대접을 받는 달라이라마의 “나는 반은 맑스주의자이며 반은 불교도라고 볼 수 있다”라는 말을 인용하며, 50%의 맑스주의자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나라라면 100% 맑스주의자의 말에 귀 기울이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최후진술을 마무리하였다.

해방연대 동지들의 모두진술이 계속되는 내내 세 명의 검사들은 머리를 숙이고 딴청을 피우고 있었다. 재판에 앞서 열렸던 기자회견에서 이미 나왔듯이, 이미 시대착오적인 법논리로 해방연대의 사회주의 활동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은 첫번째 재판을 통해 명확히 드러났다고 본다. 이제 남은 것은 재판부의 판단이다. 모두 진술에 나왔던 것처럼 이 재판은 검찰의 주장을 가지고 아웅다웅하며 논리싸움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유일한 의미가 있다면 이 재판을 통해 사회주의 활동의 합법화를 쟁취하는 것이 될 것이다. 다음 재판은 10월 31일 있을 예정이다. 수세적인 재판대응이 아니라 당당하고 공세적인 재판대응만으로 반드시 국가보안법을 철폐하고 사회주의 활동을 강화해 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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