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25일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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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대선 후보 전술’은 역사적 퇴행이다
김인해  ㅣ  2012년10월25일

1. 노동자 대선 후보 = ‘도로 권영길’

대선을 앞두고 이른바 ‘노동자 독자 완주 후보’ 전술이 결의되고 있다. 하지만 노동자 대선 후보는 2012년도판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일 뿐이다. 왜냐하면 자본가 정당의 대선 후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사회주의 후보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동자 대선 후보는 통합진보당 및 진보정의당(추)의 대선 후보와도 본질적인 차이는 없다. 물론 아예 차이가 없는 건 아니다. 바로 야권연대에 찬성하는가 아니면 반대하는가이다. 그래서 중도에 사퇴하느냐 그렇지 않으면 독자적으로 완주하느냐가 쟁점 아닌 쟁점이 되고있다. 이런, 2012년도에 쌩뚱맞게도 92년도에 나왔던 ‘사퇴하지 않는 후보 전술’의 부활이라니!



2. 중도사퇴 대 독자완주?

하지만 오히려 통합진보당이나 진보정의당(추)와의 차별화가 ‘중도사퇴’냐 아니면 ‘독자완주’냐라는 것 자체가, 역설적으로 노동자 대선 후보 자체가 지금 그 정치적 존재 이유가 불분명하다는 반증일 뿐이다. 그래도 10년전 권영길 후보는 최소한 완주가 너무나도 당연시되었기에, 중도사퇴 자체에 대한 언급도 없었고, 대내적 목표로 독자완주를 굳이 제시하지도 않았다. 그 이유는 권영길 후보가 96,97 총파업의 성과로 제기된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독자성을 실현한 당의 후보였기 때문이다. 여야 할 것 없이 신자유주의의 전도사를 자처할 때 이에 맞서는 노동자 민중의 정치적 독자성, 즉 ‘반신자유주의’ 후보였기 때문이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전이 ‘신자유주의 시대’였다면, 이제는 ‘자본주의 위기의 시대’가 도래하였다. 이미 자본가들조차도 신자유주의 파산을 공식 선언했다. 심지어 2011년도부터 세계대공황이 본격화되자, 2012년 올해 다보스 포럼에서는 그 주제가 위기의 자본주의였다.

따라서 지금 노동자, 민중의 대선 후보 전술이 처음부터 반자본주의 정치투쟁의 수단으로 고민되었고, 아예 사회주의 후보로 스스로를 규정했다면, 낯 뜨겁게 완주여부를 스스로 쟁점으로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3. 역사적 퇴행 현상들

지금 전세계적으로 “문제는 자본주의다!”라는 슬로건을 내건 반자본주의 정치투쟁이 성장하고 있다. 그런데 유독 한국에서만 노동자 정치운동의 역사적 퇴행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노동자 정당들은, 창당 당시 사회주의를 계승, 발전한다는 강령이나 반자본주의 기조는 사문화된 채, 오히려 시대에 역행하여 우경화의 길을 걸어왔다. 2010년 민주노동당을 필두로, 2011년에는 진보신당, 그리고 최종적으로 2012년 사회당(진보신당과 통합함으로써)이 순차적으로 야권연대에 찬성한 이유는 노동자 정치운동이 반자본주의 또는 사회주의 정치노선으로 발전하기보다는, 역으로 정치적으로 우경화하거나 10년여째 반신자유주의 타령만 하는 등 역사적 퇴행 현상의 필연적 결과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각에서 야권연대의 원인을 출세주의나 의회주의라고하는 틀로 분석하는 것은 틀렸다. 그것은 정치적 퇴행의 결과물이고 유감스럽게도 노동자, 민중후보조차 그러한 퇴행, 혹은 정체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본인들은 모르고 있다. 2012년도에 ‘순수한’ 노동자 대선 후보 전술은 구시대적인 10년전 반신자유주의 후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4. 노동자 대선 후보 전술 = 조합주의 정치의 절정

그렇다면 왜 노동자 대선 후보 전술이 10여년전처럼 반복해서 결의되고 있을까? 민주노동당은 조합주의와 개량주의, 특히 개량주의에 의해 주저앉았다면 이번 노동자 민중후보는 조합주의적 정치활동에서 비롯된 정체가 주원인이다. 조합운동 스스로를 되돌아보면 이건 자명하다. 현안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중투쟁도 하지만 이와 더불어 기본 정당들에게 정치적 압박이란 이름으로 청원하고 타격한 것이 정치와 가장 가까이 간 경험이다. 스스로 정치쟁점을 만들고 투쟁을 한 경험도 적고 현안문제를 계기로 체제에 대한 분노와 회의를 노골적으로 표하거나 자본주의는 안 된다고 대놓고 싸워본 경험은 더더욱 없다. 그러니 이제껏 봐왔고 익숙한 민주노동당 식의 사고에서 크게 벗어날 수가 없다.

민주노총조차 반신자유주의 투쟁으로 야권연대를 포장하고 나서는 마당에 이를 넘어서는 행동과 의식은 반자본주의로 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노동조합운동에게 그 길은 익숙하지 않고 자신감도 없다. 그래서 순수한 ‘노동자 민중후보’ 순수한 ‘노동자계급정당’에 쉽게 동화된다. 그러나 순수한 철은 도구로서 쓰기엔 젬병이다. 불순물이 제대로 섞어야 강도가 높아진다. 노동자계급에게 필요한 불순세력은 노동자계급의 해방세상으로 무장한 사회주의 노동운동가들이다.

그들은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바로 이글을 읽는 당신이 그런 불순세력이 될 수 있다. 익숙한 것과 단절하고 고단하고 어려운 길로 가는 노동자에게 임금노예의 사슬을 끊을 새로운 지혜와 용기가 발휘될 수 있다. 대선은 대선일 뿐이다. 어차피 당장 우리잔치는 될 수 없다. 그렇다면 반자본주의가 시대정신이 되고 있는 이때 제대로 된 정치투쟁, 제대로 된 정당으로 힘겹지만 제 길을 찾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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