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25일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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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세련된 이명박’ 안철수의 진짜 생각
박남일  ㅣ  2012년10월15일

대선을 앞두고 정권교체가 화두이다. 판은 이미 정해졌다. 박근혜라는 상수(常數)를 놓고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가 경합을 벌여 단일화를 이룬 뒤에 본선을 치러서 정권교체를 이룬다는 시나리오이다. 물론 이들 ‘빅3’ 후보에 맞서 노동자 민중 후보를 내세우자는 말도 있고, 이른바 ‘진보’ 후보를 자처하며 출마 의사를 밝힌 정파주의 후보도 있다. 하지만 그 파장은 미미하다. 이미 선거판은 정권사수를 꿈꾸며 박근혜를 ‘지지하는’ 쪽과, 정권교체를 외치며 박근혜를 ‘저지하는’ 쪽으로 선명하게 나뉘어 대립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대선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바로 안철수라는 강력한 제3후보의 등장에 있다. 물론 이전의 대선에서도 정주영, 이인제, 문국현 등의 제3 후보가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혜성처럼 나타나 반짝 인기를 누리다가 혜성처럼 사라졌다. 이에 비하면 안철수는 항성처럼 반짝인다. 안철수의 대선가도는 매우 탄탄해 보인다. 야권 후보 단일화를 전제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도 안철수가 줄곧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안철수 현상’이 이번 대선에서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들이 크다. 그러나 거기에 앞서, 강력한 제3 후보 안철수가 우리 시대에 어떤 의미를 가진 존재인지, 그리고 그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 대다수 인민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고민과 진지한 분석은 드물다. 지금의 정치 지평과 그를 둘러싼 언론 등이 오로지 ‘정권유지’냐, ‘정권교체’냐 하는 이분법적 논리에 함몰되었기 때문이다. 이 땅의 노동자계급에게 과연 안철수는 누구일까. 



안철수는 이명박을 닮았다

정치적으로 두각을 나타낸 인물에게는 대체로 후광(後光)이나 롤 모델이 있게 마련이다. 예컨대 박근혜는 박정희의 후광을, 문재인은 노무현의 후광을 업고 선거에 나섰다. 하지만 제3후보 안철수에게는 어떤 후광도 없다. 그 점은 대통령 후보로서 단점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존 정치에 이골이 난 대중에게는 오히려 매력 포인트이다. 나쁜 경험을 답습하지 않아, 과거의 정치와 단절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안철수 현상을 지지하는 힘은 바로 거기에 있다.

그런데 사실 안철수는 <안철수의 생각>에서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을 롤 모델로 삼고 싶다고 했다. 1930년대 대공황을 맞아 자본주의 궤도를 수정한 인물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지난 2008년, 세계금융위기 대통령직에 오른 이명박 또한 루스벨트를 흉내 내어 라디오 연설을 시작했다. 또한 4대강 바닥을 긁는 사업을 벌이며, 어설프게 루스벨트의 뉴딜 정책 흉내를 낸 적이 있다. 이렇듯 안철수와 이명박이 같은 인물을 롤 모델로 삼고 있다는 점은 의미심장한 일이다. 

안철수와 그 지지자들은 펄쩍 뛸 소리지만, 사실 안철수의 정치적 여정은 이명박의 그것과 상당히 닮았다. 먼저 정치에 입문하게 된 배경부터 그렇다. 요컨대 두 사람은 모두 CEO 출신이다. 다만 이명박은 대기업 사장님이었고, 안철수는 중소기업 사장님이었다. 시대적 배경과 업종은 달라도 이들은 모두 무에서 유를 창조한 ‘성공 신화’의 주인공들이었다. 게다가 이들은 정몽준이나 문국현 같은 자본의 상속자가 아니었다. 자신의 능력으로, 끝없는 도전을 통해 주식 부자가 되고 성공한 자본가의 대열에 섰다.

이들의 삶은 자본주의적 욕망에 찌든 대중에게 매력 포인트로 먹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누군가 화려하게 성공하면 누군가는 참혹하게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상식 따위는 대중에게 중요치 않았다. 이명박은 아날로그 시대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대중에게 각인되었고, 안철수는 디지털 시대의 젊은 대중과 직접 소통하며 그들의 ‘멘토’로 각인되었다.

이명박과 안철수, 조금 다르고 많이 닮은 정치 성향
 
미디어를 통한 대중적 인기의 여세를 몰아 이명박은 직접 서울시장으로 뛰다가 대선에 나섰고, 안철수는 직접 서울시장을 만든 뒤에 대선에 나섰다. 이명박과 안철수는 정치 입문 과정이 이처럼 닮은 만큼, 정치적 성향도 비슷하다. 먼저 이명박은 의회정치를 싫어한다. 그 때문에 줄곧 여의도와 거리 두기를 해왔다. 그 자신이 기득권을 가진 부르주아 정당에 속해 있으면서도 정당정치를 혐오해 왔다. 그러면서 ‘탈이념’과 ‘실용주의’를 내세웠다. 이명박에게 의회는 장악하거나 컨트롤해야 할 대상이었다. 현대건설 사장이 청와대 사장으로 승진한 꼴이었다.

안철수 또한 복잡한 행정절차를 싫어하며, 정당정치 혐오증을 줄곧 드러낸다. 최근에 밝힌 ‘무소속 대통령론’은 정당 기피의 극치다. 대신 소통과 합의라는 모호한 말로 ‘탈이념’을 추구한다. 그런데 안철수가 말하는 ‘탈이념’이야말로 사적 소유를 신봉하는 자본가들이 만든, 가장 교묘하고 무서운 이념이다. 또한 안철수의 눈에, 의회 안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대체로 소모적인 행위다. 따라서 그 대안으로 ‘전문가 정치’를 말한다. 전문가는 문제를 가장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사람이다. 그 점에서 안철수의 정치관 또한 이명박의 ‘실용주의’에 닿아 있다.

이명박은 모두 종류의 정치적 갈등을 극도로 싫어한다. 기업의 사적 소유에 익숙한 기질 때문에 권력 또한 사적 소유의 영역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이에 비하면 안철수는 천성 자체가 갈등을 못 견디는 성격을 가진 사람이다. 심지어 안철수는 그의 저서 <영혼철수는는 승부>에서 “개인적으로 나는 노동자라는 말이 편안하지 않다. 이 말에서는 상하간의 계층 구분, 분리의식이 느껴진다.”라고 했다.

안철수는 갈등과 대립이 없는 세상의 대통령이 되려 한다. 그러나 정치란 곧 갈등의 현장에 뛰어드는 일이다. 그러므로 갈등을 회피하는 것은 곧 정치를 회피하는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자본가적 태도의 전형이다. 그 때문에 정리해고 문제, 비정규직 문제 등 이 땅에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계급 갈등을 애써 외면할 수밖에 없다. 이명박이든 안철수든 ‘사장님’ 출신 인사들이 비슷한 정치 성향을 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일 것이다.

‘안철수의 생각’, 그리고 ‘안철수의 진짜 생각’

이번 대선의 막강한 제3 후보 안철수의 행적을 살펴보면, 수년 전부터 정치적 진출을 위해 치밀하게 준비해온 흔적들이 보인다. 제법 오랜 기간 ‘청춘콘서트’ 이벤트 등으로 대중적 이미지를 착실하게 다져온 점도 예사롭지 않다. 특히 최근에 발간한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을 보면, 정치적 진출을 위해 그가 얼마나 치밀하고 집요하게 공부해왔는지를 실감할 수 있다. 거기에는 우리 사회에서 이슈가 되었던, 또는 앞으로 그럴만한 대부분의 문제에 대한 진단이 들어 있다.

대통령을 향한 안철수의 그 출사표는 우리 사회가 지닌 문제들을 매우 듣기 좋은 말로 일목요연하게 진단하고 있다. 하지만 처방은 없다. 예컨대 영양실조에 걸린 환자에게 잘 먹고 잘 쉬라고 훈수를 하는 식이다. 오로지 ‘소통과 합의’라는 모호한 슬로건으로 모든 문제를 풀어내려 한다. 그래서 비정규직, 최저임금, 산업재해처럼 기득권 계급과의 싸움 없이 해결 불가능한 문제들에 대해서도 “너희들끼리 잘 알아서 풀어라”는 태도로 일관한다.

물론 자본주의로 인해 빚어진 사회 문제 자체에 관심이 없는 이명박에 비하면, 신흥 자본가 안철수는 확실히 세련되었다. 이명박이 문제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는 데 비하여 안철수는 문제를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신흥자본가 안철수에게도 문제에 대한 답은 없다. 그럼에도 안철수가 대선에 도전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요컨대 안철수가 정치적 행보를 시작하면서 2만 원대에 불과하던 안랩(주)의 주식은 16만원까지 치솟았다. 반년도 안 되어 주가가 8배나 뛴 것이다. 덕분에 안철수가 보유한 주식 가치는 3000억 원대에 이르게 되었고, 그 중 절반의 주식을 기부한 안철수는 1500억 원을 사회에 환원한 착한 부자로 대중에게 각인되었다. 안철수의 정치는 이미 안철수 자신에게 가장 큰 혜택을 가져다주었다. 이것이야말로 안철수의 진짜 생각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중요한 힌트이다.

이번 대선은 박근혜로 상징되는 재벌 대자본가 집단과, 안철수나 문재인으로 상징되는 중소자본가 집단 간의 권력 쟁탈전이다. 1%를 위한 권력 집단과 3%를 위한 권력 집단 사이의 다툼이다. 따라서 정권이 교체되어도 97%에 해당하는 대다수 인민에게는 별 의미도 없는, 주식 부자들이 리그 성격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안철수는 세련된 이명박이다. 이명박이 괴물이면 안철수는 조금 세련된 괴물이다. 우리에게는 그들 모두를 물리칠 권력이 필요하다. 사적 소유에 맛들인 그들에게는 권력을 위임하지 말아야 한다는 게 우리들의 ‘진짜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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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대선 후보 전술’은 역사적 퇴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