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30일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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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한국형 점거운동, 희망광장 시즌 2가 기대된다!
황정규  ㅣ  2012년4월30일

“희망광장”의 시작, 한국도 광장을 점거한다!

작년 9월 15일 월스트리트에서 점거운동이 시작된 후, 세계는 월가시위로부터 큰 충격을 받았다. 세계 대공황과 맞물려 세계 자본주의의 핵심국가에서 일어난 반체제운동은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지닌 사건이었다. 월가시위는 직접민주주의를 강화하고 스스로 배우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노동자계급 운동과 결합, 반자본주의적 성격을 강화시켜갔다. 이러한 국제적 흐름에 발맞춰 한국 역시 전세계 공동행동의 날에 동참하는 등의 활동을 하였으나, 실상 국제적 투쟁에 우리도 함께 한다는 의미 이상을 만들어 내지 못하였다.

문제는 한국의 실상에 맞는 내용과 운동형식을 가지고 운동의 흐름을 형성해내는 것이었다. 한국은 이미 작년 희망버스 투쟁을 통해 정리해고 문제에 대한 대중적 폭발력을 보여주었다. 희망버스의 한계는 많지만, 그 흐름은 희망텐트, 희망뚜벅이 등의 투쟁을 통해 계속 이어지고 있었고, 그 한계를 극복하고 스스로를 진화시키고 있었다.
3월 10일, “비정규직, 정리해고 없는 세상을 향한 99% 희망광장”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투쟁이 진행되고 있는 단사에 연대하는 수준을 넘어서 투쟁하는 모든 사업장의 요구를 “비정규직, 정리해고 철폐”라는 노동자계급의 보편적 요구로 고양시켜, 공동의 투쟁을 형성하려고 하였다. 희망버스에 비해 투쟁의 노동자계급적 성격은 더욱 강화되었다. 그리고 시청광장을 점거하고 청와대로 진격하면서, “비정규직, 정리해고 철폐”를 정치쟁점화하는 요구투쟁을 만들어갔다.

희망광장이 심은 씨앗

1인시위조차 가로 막히고, 희망광장 참여자 1인당 대여섯 명씩 경찰을 달고 다니는 상황에서, 마치 80년대처럼 인왕산 정상, 건물 옥상에서 현수막을 내리는 상황에서 희망광장의 투쟁은 용감무쌍한 투쟁이었다. 처절한 투쟁이었다. 3월 26, 27일 핵안보정상회의, 4.11 총선이 이어지는 정치일정 속에서 희망광장의 투쟁은 자본과 권력의 거센 탄압을 이미 예견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것만이 경찰 탄압의 원인 전부는 아니었다. 경찰의 탄압은 희망광장이 잉태하고 있는 씨앗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보여주었다.

- 앞서 말했듯이, 희망광장은 이전의 연대투쟁과 다른, 노동자계급의 보편적 요구를 내건 투쟁이었다. 각 투쟁사업장들은 자신의 투쟁을 노동자계급 전체가 겪는 고통으로 표현해내었으며, 자신의 개별 요구와 노동자계급의 보편적 요구를 결합시켰다. 아이러니하게도 3월 10일 시청광장에서 문화제를 하는 와중에 옆 편 전광판에서는 2011년 10만 정리해고자, 100만 비자발퇴직자가 발생했다는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들의 고통을 가장 극명하게 대변하고 투쟁하고 있는 사람들이 쌍용차의 동지들이 아니었던가!
- 희망광장에서 가장 많이 울려 퍼진 구호는 “우리가 희망이다”라는 것이었다. 이는 바로 세상을 바꾸어가는 주체는 우리를 대변한다는 정치인도, 의회도, 선거도 아닌 바로 우리라는 선언이었다. 노동자가 스스로 자기해방의 주체가 되어 싸운 싸움이 바로 희망광장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희망광장의 투쟁은, 의식한 것은 아니었지만 사실상 민주대연합, 야권연대와 같이 노동자의 투쟁과 정치를 자본가계급에 종속시키는 현재 상황과는 대별되는 투쟁을 실천으로 보여주었다. 또한 “공조직”, “지침” 등이라는 말로 표현되는 기존의 노동조합 구조에 기대지 않고 자주적인 투쟁을 만들어 갔다는 점 역시 매우 중요한 희망광장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 단지 한곳에서 투쟁하면 다른 단위들이 연대해주는 형태를 넘어서 모두가 함께 모여 자신의 요구를 가지고 공동투쟁하는 것은 큰 의미를 만들 수 있었다. 희망광장의 동지들은 18일 함께 투쟁하는 동안 돈독한 동지애를 형성할 수 있었다. 이는 이후 투쟁을 형성하는 데 있어서도 크나큰 자산이 될 것이다.

희망광장, 어떻게 확대될 것인가!

혹자는 고립적인 개별 투쟁이 답답해서 투쟁이 만들어진 것 아니냐고 말할 수도, 투쟁해서 이룬 가시적인 성과가 없는 것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희망광장과 같은 투쟁이 등장할 수밖에 없는 객관적 필연성과 이 투쟁이 지닌 가능성의 크기를 제대로 가늠한다면 이에 대한 올바른 답이 나올 수 있다.

희망광장의 투쟁은 노동운동 지형에서 새로운 질의 운동이 등장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희망광장의 투쟁이 민주대연합, 야권연대 등의 흐름, 기존의 노동조합 흐름 등과는 질이 다른 운동으로 발전하고 있는 측면은 외견상 당장의 수적 열세로 표현되었다. 희망버스와 희망광장의 차이 역시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질이라는 희망광장의 장점을 수적 열세라는 고민 때문에 약화시킨다면, 오히려 무색무취의 운동으로 정체될 것이다. 수적 열세는 희망광장 투쟁에서 확인할 수 있는 운동의 가능성을 더욱 발전시키는 방식으로 극복해야만 한다. 단순히 사람들을 모아야 한다는 기계적 결합 수준의 고민을 넘어 노동자계급과 민중에게 감동과 희망을 줄 수 있는 내용과 형식을 중심으로 유기적인 결합을 이룰 수 있는 고민을 해야 한다. “우리가 희망이다”라는 노동자들의 자주적 투쟁정신을 더욱 강화시키고, 요구 역시 노동자계급의 보편적 요구로 더욱 확대 발전시켜나가면서 노동자 대중을 결집시켜야 한다.
더 나아가 이러한 요구들을 반자본주의라는 문제의식과 결합시켜나가야 할 것이다. 노동자계급이 겪는 문제들이 바로 자본주의 체제의 본성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자본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운동을 만들어갈 때에 자본가계급에 맞서 싸울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이고 강력한 투쟁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가능성을 던진 4월 20일 토론회

3월 30일 마무리 문화제를 한 이후, 20일 만에 희망광장의 동지들이 한자리에 모이게 되었다. 이 자리는 2012년 “해고와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해 어떻게 투쟁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토론회였다. 이 날, 80명이 넘는 많은 동지들이 모두 발제자 자격으로 참여하여 머리를 맞대고 허심탄회한 토론을 할 수 있었다.

문서로 준비된 발제문 중에는 민주노총 8월 총파업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지만, 전반적 참여동지들의 분위기는 총파업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었다. 그러나 일부 비관적 시각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총파업에 대해서 지나친 기대를 갖기보다는 희망광장에 참여했던 동지들이 중심이 되어 현실적 투쟁을 만들자는 취지의 발언을 하였다. 희망광장 동지들이 8월 총파업에 대해 어떠한 역할을 할지는 향후 열린 토론이 필요할 것이다.

이 토론회에서 주목할 것은, 18일 동안 경찰의 이지메에, 투쟁의 가시적 성과도 못 만들어내서 지쳤을 법 한데도, 투쟁의 기세가 죽지 않고 살아 올라와 있었다는 점이었다. 모두에게서 공동투쟁에 대한 기대와 요구가 확인되었고, 어떠한 방식으로든 희망광장 2탄을 하자는 의견이 비등하였다. 토론 속에서 반자본주의 투쟁에 대한 의견도 스스럼없이 나왔다는 점 역시 주목할 부분이었다. 우리가 더욱 주목하는 것은 희망광장의 교훈이 함께 한 동지들의 발언과 눈빛에서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 모든 것은 더 힘차고 광범위한 희망광장 투쟁을 앞으로 기대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우리는 투쟁과정에서 그토록 불렀던 “길 그 끝에 서서”의 노래가사처럼, “길의 끝에 서 있던 사람들”이고 “먼저 간 사람들의 빛”이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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