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 10일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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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저축은행 파산
김광수  ㅣ  2011년6월10일

터질 것이 터진 저축은행 사태


빚더미에 올라있는 한국경제가 어디서 문제가 터질지 모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폭탄 돌리기의 끝은 결국 부산저축은행이었다.([2011년 세계경제 전망] 폭탄 돌리기의 끝은 어디인가? 해방 60호, 참조) 2008년 금융공황이후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가 빚더미에 올라앉은 지금 약한 고리를 찾아 헤매던 위기의 폭탄이 지중해연안의 이집트, 튀니지, 리비아에서 정권교체와 내란으로 터졌고, 바다를 건너서는 스페인과 그리스, 이탈리아에서 파업과 청년들의 광장투쟁으로 이어졌다. 이제 한국에서는 신기루처럼 솟아오른 빈 아파트들의 후폭풍으로 저축은행이 무너지고, 닫힌 은행문앞에서 예금자들의 통곡소리가 높아졌다. 역시 세계는 하나였다.

예금자들은 예금보험공사가 보증하는 5천만원을 제외하고는 예금을 모두 날리게 되었다. 시중은행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로 예금자들을 유인했던 저축은행들은 부산저축은행 파동이후 괴담이 돌때마다 영업정지의 공포 앞에 놓이게 되었고 공포에 싸인 예금자들은 시중은행으로 12조가 넘는 돈을 피난시켰다. 그러나 그건 그나마 여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고, 수백조의 예금이 저축은행 금고에서 맘 조리면서 머물러 있다. 은행에 목돈을 예금한 사람들이 맘 졸이는 나라, 대한민국은 없는 사람이나 있는 사람이나 참 프렌들리하게 살고 있는 태평천국이다. 




한국 금융업의 약한 고리- 저축은행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영업정지 정보를 미리 알고 돈을 인출해간 유력자들의 반칙과 아울러 저축은행의 부실을 숨기기 위해 전방위 로비를 한 저축은행관련자들과 정치권의 부패한 유착이 매일매일 폭로되고 있다. 그러나 저축은행들이 이런 지경에 놓이게 된 것은 저축은행이 특별히 시중은행에 비해 도덕적 해이가 높고, 금융통제 시스템의 바깥에 놓여 있어서가 아니라 제 2 금융권으로서 애초에 갖고 있는 약점이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의 재정건전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자기자본비율, 즉 BIS인데, 이 BIS는 임의적인 회계기준이기에 단기적으로는 돈만 빌릴 수 있다면 언제든 맞출 수 있다. 시중은행들은 이 BIS를 맞추기 위해 한국은행에서 긴급자금을 받는 콜자금이라는 것을 쓰고 있다. 그러나 저축은행들은 한국은행으로부터 직접 콜자금을 쓸 수 없고 시중은행을 통해서 이를 사용하는데, 시중은행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콜자금 대행을 부실이 예상되는 저축은행들을 위해 해줄리 만무했던 것이다. 결국 이미 시장에서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는 일부 저축은행은  콜자금 대출이 불가능했고, 이것이 사태를 급격히 약화시키는 구실을 한 것이다. 결국 저축은행은 한국 금융업의 가장 약한고리였던 셈이다.


엉성한 금융감독이 사태의 원인이라고?


언론에서는 저축은행사태의 근본원인이 부동산 PF의 부실과 금융감독시스템의 부실이 빚어낸 결과라고 한다. 부동산 경기침체가 건설사의 부실, 은행의 부실로 이어지는 것은 지난 몇 해 동안 보았던 것이다. 실제 부동산 PF의 챔피언인 증권사들이 멀쩡한 것은 그 사이 치고 올라온 주가덕분에 손실을 만회해서지, 부동산 경기침체가 그리 호락호락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러니 저축은행의 위기는 부동산 경기침체가 주원인이고 사회적으로 통제받지 않는 무정부적인 자본의 무분별한 부동산투기가 그 원인이라고 말하는 것은 옳다. 

그러나 은행감독기관의 부실로 저축은행 사태의 원인을 지적하는 것은 썩 틀린 말은 아니지만 자본주의 체제 위기를 은폐하는 구실을 하고 있다. 사실 은행감독기관이 한국에는 부족해서가 아니라 넘쳐서 문제가 될 정도다.

은행업이라는게 예금자들의 돈을 몇배 초과해 빌려주고 이자놀이를 하는 거다. 이런 행위는 은행신용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자본을 만들어냄으로서 투자를 촉진하고 결국은 과잉투자를 고무한다. 금고에 가진 돈의 몇 배를 가지고 장사를 하는 은행은 빌려준 돈의 10%만  떼여도 망할 수 있고, 이러면 은행에 저축을 한 예금주들을 알거지로 만든다. 이런 사태를 예방하기위해 자본주의 국가는 은행에 대한 감시체제를 확보하고 있고, 각국마다 중앙은행이나, 중앙은행이 없는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금감원 등의 기구를 두고 있다. 우리는 비정상적으로 한국은행이라는 중앙은행이 있음에도 금융위원회가 따로 있고, 금융위원회가 금융감독원(금감원)을 감독하고 있다. 한편으로 보면 한국은 97년 IMF외환위기 이후 은행의 부실을 막기 위해 촘촘한 안전망을 갖추고 있던 셈이다. 이번 저축은행사태에서 이 안전망은 은행에 줄을 대고 있는 자들이나 고관대작에게만 작동했고 대부분은 바보가 되었다. 이게 공정사회다.  


은행감독의 부실이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의 부실이다


은행 감독기관이 기형적으로 많은 한국에서 금감원은 금융기관에서 뇌물 받는 것을 감독하는 기관이 되었다. 고리대금업자나 상인들, 고관대작들의 유착은 유사 이래 비일비재했지만 소위 은행 감독기관이라는 데가 대놓고 부정을 해 먹으니 사람들이 할 말을 잃었다. 저축은행들은 금감원에 뇌물을 갖다 바치면서 자신들의 부실을 필사적으로 감추려 했다. 문제는 왜 저축은행의 부실이 유독 심했냐는 것이다. 감독기관이 부패해서인가?
우리나라 저축은행의 성격을 굳이 미국에 비교하면 2008년 금융공황을 낳은 일등공신인 서브프라임모기지론으로 파산한 저축대부조합 같은 곳이다. 서브프라임모기지라는 말이 신용도가 좀 떨어지는 사람들에게 담보대출을 해 주는 것인데, 저축은행도 신용도가 시중은행에서는 안 먹히는 기업이나 사업에 고이율로 돈을 빌려주는 곳이다. 너도 나도 돈을 빌려서 과잉투자를 일삼는 와중에 문제가 있던 곳에 대출하는 곳이 저축은행이었으니, 거품이 꺼질 때 충격파를 가장 세게 맞은 곳은 당연히 저축은행이 될 수밖에 없었다.  

경영컨설팅 기관인 맥킨지의 조사결과 국내 대부분 산업의 평균 투하자본 수익율 (ROIC)이 가중 평균자본 조달비용 (WACC)보다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쉽게 말해 돈 빌리는데 드는 비용보다 사업해서 남는 돈이 적다는 것이다. 맥킨지는 이 원인으로 중복투자, 과당경쟁, 재벌들의 문어발식 사업확장을 들고 있다.

그렇게 이자가 낮아졌음에도 금용비용을 감당할 이윤확보가 쉽지 않았으니, 부실은 꼭 부동산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전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을 비롯해서 전 사회적으로 과잉이 만연했으니, 과잉은 부실을 낳았고, 부실은 결국 기업의 파산과 은행의 파산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2008년 공황 때 정부가 돈을 풀어서 큰 불은 막았다하나, 저축은행처럼 애초에 신용이 낮은 곳에 돈을 빌려준 곳은 위기를 넘길 힘이 모자랐던 것이다. 결국 저축은행 사태는 한국경제가 얼마나 부실한 기반위에 있었던 지를 보여주는 것이고, 자본투자에 대한 사회적 통제가 없는 한 같은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음을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은행국유화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2008년 금융공황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취한 정책은 돈을 푸는 것과 수출을 늘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풀린 돈은 신용이 양호한 수출대기업에 몰리면서 불균형은 확대되고 상대적으로 허약한 부문은 여전히 부실상태를 못 면하고 있다.

앞서 메킨지의 평가대로 이 모든 사태가 과잉에서 발생하고 있고, 과잉은 여전히 확대되고 있다. 과잉투자, 과당경쟁은 높은 이자를 찾아 안하는 짓이 없는 사적인 금융시스템의 속성에서 더욱 촉진되고 있다. 과잉의 주범 말고도 이미 민영화된 은행들의 폐해는 속속 들어나고 있다. 쌍용자동차는 채권단인 은행들의 손실보전이란 명목으로 노동자의 고용안정이나 지역경제의 안정은 뒷전으로 밀리고 대표적인 먹튀인 상해자동차에게 헐값으로 매각되었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주택담보대출로 은행돈은 몰리고 있다. 은행은 기업이나 가계에게 재앙의 근원지가 되고 있다.

자본주의 과잉에 직면해 이 과잉에 지렛대 역할을 하는 은행을 사회적으로 통제하지 않고는 과잉에 의한 재앙을 막을 수 없다. 이윤율 하락을 극복하겠다고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정리해고를 단행하면서 해외투자를 늘리는 자본을 통제하고, 재벌들의 문어발확장의 종결판인 SSM 확장을 막는 첫 번째 조치는 은행을 국유화하는 것이다. 사회적인 자원을 왜곡됨이 없이 사회적 필요에 의해 분배하기 위해서는 사회가 돈줄을 잡고 있어야 하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세계적인 부채위기와 물가고로 인해 점점 현실화되는 금융공황의 두 번째 파고를 피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돈줄을 은행가들의 책상에서 민중의 토론장으로 끌고 와야 하고, 그 첫 번째 조치인 은행을 국유화하는 것이다. 저축은행사태를 보고 “돈 앞에 장사 없더라”가 교훈이 아니라 “장사하는 놈들에게 돈줄을 맡겨서는 안된다”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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