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17일 59
해방 > 59호 > 쟁점

누가 파업을 파괴했는가
- 사측도, 어용도 아닌 썩어빠진 민주노조운동이다 -
김인해  ㅣ  2010.12.17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파업이 끝났다. 물론 아직 투쟁 자체가 끝나진 않았다. 따라서 투쟁 전반을 평가하기에는 시기적으로는 무리다. 하지만 이번 파업에서 누가 흔들림없던 파업 주체들을 계속 흔들었고 누가 이 역사적 파업을 파괴했는가는 분명하게 폭로되고 말았다. 그것은 바로 사측도, 어용도 아니라, 썩어빠진 노동운동이었다.


1. 왜 싸우는지가 분명했던 파업 주체들


왜 파업을 하는지, 또 투쟁의 목표가 무엇인지가 분명했다. 파업 주체들의 흔들림 없던 투쟁은 그래서 가능했다.
왜 파업을, 그것도 생산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 점거농성 파업을 했는가. 동성기업 폐업 문제가 아니었다. 파업 주체들은 불법파견 정규직화가 목표였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가 스스로 밝혔듯이, 정규직화에 대한 성과있는 합의! 현대차 사측과의 불법파견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교섭! 이 두 가지는 그야말로 이번 파업이 쟁취해야할 요구였다.


2. 현대차 사측도 흔들림이 없었다


현대차 사측도 입장에 흔들림이 없었다. 역시 두 가지였다. 첫째, 선 점거농성 해제 후 교섭 이라며 교섭하고 싶다면 파업을 끝내라는 전제조건을 달았고, 둘째, 그 교섭 내용 역시 불법파견 정규직화는 제외한다는 것이었다.


3. 흔들렸던 지도부, 그 지도부를 흔드는 상급단체


- 금속노조와 울산본부는 노동자 상급단체인가 자본가 상급단체인가


그런데 이상수 비정규직 지회장은 정규직 노조와 논의할 때마다 흔들렸다. 심지어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 비정규직 울산아산전주 지회, 이렇게 3주체가 어용 이경훈 현대차 지부가 제시한 불법파견 정규직화와 무관한 교섭 내용을 논의할 때마다 명시적인 반대는 정작 비정규직 아산 지회장이었지 현대차 울산공장 파업 주체들의 지도부인 이상수 비정규직 울산 지회장이 아니었다.(그래서 3주체 논의에 비정규직 아산 지회장을 배제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파업 주체들의 흔들림 없는 투쟁은 파업 지도부의 흔들림마저 바로 잡았다. 그래서 이상수 비정규직 울산 지회장 역시 혼란을 야기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파업의 목표인 정규직화에 대한 성과있는 합의없이 농성을 풀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오히려 흔들림 없는 파업 주체들 때문에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와 민주노총 울산본부의 관료주의적 배신이 적나라하게 폭로되었다. 어용 이경훈 현대차 지부가 3주체 논의에서 제시한 불법파견 정규직화와 무관한 교섭 내용을 논의할 때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은 찬성했고 김주철 울산본부장 역시 찬성했다. 박유기 위원장은 “노사간 교섭에서는 여지가 있어야 한다. 불파교섭만 주장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김주철 본부장은 “교섭을 하자면서 상대방에게 운신의 폭을 좁혀서는 안 된다.”고 했다.


파업 주체들은 흔들림이 없는데 상급단체가 지도부를 흔든다? 박유기 위원장과 김주철 본부장은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울산본부가 아니라 전경련과 대한상의와 같은 자본가 계급의 상급단체 소속인가.


4. 연대 파업 실패 : 또한번의 역사적인 정규직 민주파의 파산


솔직히 말해서 이번 파업의 승리 유무는 연대 총파업의 성사에 달려있었다. 성사만 된다면 투쟁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것이었다. 물론 그 연대 총파업의 핵심은 현대차 정규직이었다. 그런데 연대 파업이 실패한 것이 단지 어용 이경훈 집행부 탓일까.


파업 15일째이자 정규직 노조 대의원대회 첫날인 29일 울산 현대차 지부 9개 사업부 대표들이 파업 현장에 나타났다. 하지만 사업부 대표들은 어용 이경훈 현대차 노조와 입장이 같았다. 결국 대놓고 파업을 파괴한 것은 아니지만 어용 이경훈 집행부의 파업 파괴 행위에 동조자였던 것이다.


하지만 작년 12월 현대차 정규직 노조 임원선거 결선에서 당시 모든 민주파 현장조직들은 현 이경훈 집행부 후보조를 반대하고 다른 후보조를 지지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어용 대 민주의 대결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파업 기간 그 수많은 민주파가 그 어용 집행부의 입만 바라보고 있었다. 집행부니까 지도에 따라야 한다는 것인가. 최소한 살쾡이 파업이라도 조직했어야 하지만, 대다수 민주파는 오히려 2공장, 3공장으로 비정규직 파업이 확산되는 것에 대해서 반대했다.


솔직히 이경훈 집행부 역시 안으로는 정규직 대중의 지지, 밖으로는 전체 노동자 계급의 지지 때문에 그동안 최소한의 연대라도 안할래야 안할수 없었다. 더 적나라하게는 비정규직 지회의 파업을 파괴하기위한 당근과 채찍 중 당근에 해당한다. 하지만 그 이상은 어용세력이기 때문에 할래야 할 수가 없다. 한마디로 말해서 연대 파업은 처음부터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하지 않아도될 조합원 총투표를 한 것 아닌가. 그렇다면 민주파가 직접 아래로부터 연대 파업을 조직하는 것이 진짜 민주파였다. 선거 때만 어용과 민주가 다르고 정작 투쟁에서는 차이가 없다면 그것은 짝퉁 민주파가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파는 대의원대회에서 조합원 총투표가 아닌 연대 파업을 조직하지 못했다. 어용 이경훈 현대차 지부가 조합원 총투표라는 거짓 민주주의 방법을 통해서 파업을 파괴하려는 술수는 누구나 다 알고 있었다. 물론 민주파는 조합원 총투표 실시에 대해서 총투표 자체를 부정하거나 총투표에서 압도적 찬성을 주장하기는 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솔직히 어용 이경훈 집행부는 정규직 민주파에게 회피하고 싶은 문제인 연대 파업에 대한 자기 변명으로서는 제격이었다.


이번 연대 파업 실패는 현대차 정규직 노동운동 역사에서 민주파에게 또한번의 역사적인 파산으로 기록될 것이다. 2005년 고 류기혁 열사 부정 이후 5년 후인 2010년 현대차 정규직 노조에는 민주노조 건설 14년만에 어용 세력 집행부가 들어섰다. 2010년 비정규직 파업에 대한 정규직의 연대 파업 실패는 정규직 민주파에게 그 이상의 운동적 파산을 낳을 수 밖에 없다. 5년 후 현대차 정규직 노동운동은 과연 어떨까? 분명한 것은 어용 이경훈 집행부가 자본가 계급의 세련된 앞잡이 노릇을 할 때, 그래서 비정규직 파업이 파괴되었을 때, 정규직 조합원들에게 그리고 전국의 노동자 계급에게 운동적으로 파산하는 것은 어용이 아니라 민주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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