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22일 100
해방 > 호 > 쟁점

파탄난 ‘전략적 인내’, 미국은 북한과 진지한 협상에 나서야 한다.
성두현  ㅣ  


해방 97호_3면_쟁점_파탄난 ‘전략적 인내’_1.jpg

연초 1월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또 다시 한반도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 정부는 1월 8일 대북확성기 방송을 전면 재개하였으며, 북한은, UN의 새로운 대북제재가 준비되는 동안인 2월 7일, 장거리미사일도 발사하였다. 같은 날 한국과 미국정부는 주한미군 사드 배치 가능성의 공식협의 시작을 발표하였고, 연이어 한국정부는 여러 번의 긴장고조에도 불구하고 유지되던 개성공단의 가동 전면 중단 결정을 발표하였다. 3월 2일에는 안보리 전체회의에서 강화된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가 채택되었고, 한국과 미국정부는 “사상최대규모”의 키리졸브 독수리 훈련(3. 7.~4. 30.)에 돌입한 상태이다. 북한은 이에 맞서 핵탄두 소형화 주장,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핵폭발 시험과 핵 공격 능력을 높이기 위한 시험 계속 지시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런데 과거의 양상을 되돌아보면, 북한의 핵실험, 한반도 긴장고조, 대북제재 강화, 미국의 전략무기 시위, 그리고 소강상태, 미국의 무시(‘전략적 인내’), 그러다가 일정한 시기를 지나면 또 다시 북한의 핵실험 혹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가 반복되곤 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경험 때문에 이번에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지 않겠는가 하는 추측이 나오더라도, 그것이 그다지 부자연스러운 것은 아닐 것이다. 연일 계속되는 날선 북미 공방, 남북 공방에도 불구하고, 시민 대부분이 위기감보다는 반복되는 사태에 지겨움을 더 느끼고 있는 것도 이러한 학습 효과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북미간 공방의 역사를 통찰하고, 한반도 문제 관련 국가들의 최근 동향을 살펴보면, 과거와 같은 양상이 그대로는 반복되지 않고 있으며, 그럴 수도 없게 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이미 그 생명을 다한 ‘전략적 인내’ 정책

 

북한의 4차 핵실험 이전부터 미국에서는 공화당, 민주당을 불문하고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에 대해서 비판적인 태도가 우세하였다. 4차 핵실험 이후 ‘전략적 인내’에 대한 비판은 더욱더 거세지고 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마이클 그린 일본 석좌는 포린폴리시 기고에서 ‘클린턴·부시 행정부는 모두 북한 대응에서 실패했지만 두 정부는 북한 문제를 최고 우선순위에 뒀다’며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는 무대응의 대책이었다’고 비판했다.”(중앙일보, 1. 11.).

 

“미국이 이란 핵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반면 북한의 핵개발은 애써 무시하는 ‘전략적 인내’ 전략을 구사한 것이 북한의 4차 핵실험을 묵인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비판이 미 언론에서 제기됐다.”(국민일보, 1. 7.).

 

인용한 기사에서 언급되었듯이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는 사실상 무대응의 대책으로서, 결국 북한이 이동식 장거리미사일(KN-08), 잠수함 발사 미사일(SLBM) 시도, 수폭개발추진, 핵탄두 소형화로 핵무장력을 계속 강화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북한의 핵무장과 그 진전 속도는 미국이 더 이상, 무시 방치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으며, 미국은 ‘전략적 인내’가 파탄났음을 인정하고, 새로운 길을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게 되었다. 이 점이 과거의 양상이 다시 그대로는 반복될 수 없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이다.

 

해방 97호_3면_쟁점_파탄난 ‘전략적 인내’_2.jpg

대북제재와 압박의 강화

 

4차 핵실험 이후 미국이 채택한 대응은 일단 대북제재와 압박의 강화이다. 3월 2일 채택된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2270호는 UN 70년 역사상 비군사적 조치로는 가장 강력한 제재결의라고 평가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제재결의에 중국과 러시아, 특히 중국이 동의한 것이 제재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제재가 북한에 가할 압박은 과거보다 클 것이고, 북한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제재강화만으로 북한이 이제 와서 미국에 굴복하여, 미국의 지금까지의 주장대로 선비핵화선언에 나설 리는 전무하다. 북한경제가 완전히 붕괴될 정도로 중국과 러시아가 제재에 나설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더욱더 그러하다.

 

그렇다고 하면 미국은 다음 수순의 선택을 하여야 하는데, 하나는 전쟁이고 다른 또 하나는 협상이다. 아마 미국은 이 두 가지도 아닌 북한의 체제붕괴를 희망할지 모른다. 제재를 강화하여 북한체제의 붕괴를 유도하는 것, 이것은 절대로 불가능한 것은 아닐지라도 언제 그것이 가능할지 거의 예측하기 불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전략적 인내’ 정책을 진행하면서 미국이 이미 기대했다가(2015. 1. 22. 오바마 북한붕괴발언으로 확인됨) 기대만으로 끝난 것인데, 미국의 희망은 희망일 뿐이다. 

 

미국은 북한과 진지한 협상에 나서야 한다.

 

결국, 미국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논리적으로는 전쟁과 협상 중 하나이다. 그런데 미국은 전쟁을 선택할 수 없다.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막대한 규모의 재래식 무기와 병력을 보유하고 있는 북한을 공격하는 것은, 그에 상응하는 막대한 타격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수수방관만하고 있지도 않을 것이다. 미국이 전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했으면 미국은 이미 오래전에 전쟁을 감행했을 것이다. 때문에 남는 것은 협상뿐이다.

 

오바마 정권이 대북정책에서 실패한 것은 ‘전략적 인내’를 내걸고, 선 비핵화선언 후 회담과 협상이라는 북한이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제시하면서 북한과의 진지한 협상을 회피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반도문제를 항상 뒷전으로 몰아놓고 북한을 무시하였다. 북한이 4차 핵실험 전에 미국과 북미평화협정 비밀논의를 진행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4차 핵실험은 계속되는 미국의 북한 무시태도에 대한 강한 반발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라도 미국이 한반도문제를 가장 빨리 해결하기 위해 선택해야 할 길은, 일방적인 선비핵화 요구를 포기하고, 진지하게 북한과 협상에 나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보장체제를 동시에 협상하여 일괄타결하는 것이다.

 

중국이 4차 핵실험 이후 2월 17일 제안한 ‘비핵화-평화협정 병행 추진’은 동북아 정세를 신냉전체제로 몰고 가는 미국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교착상태에 빠진 한반도문제 해결의 출구를 제시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사실상 새로운 내용이라고는 볼 수 없는데, 다만 그동안 적극적으로 한반도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던 중국이 최고조로 악화된 상태에 처한 북미관계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제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제안은 곤경에 처한 미국으로서도 무조건 거부할 수 없는 것일 것이다. 미국은 자신의 정책실패를 인정하고, 진지하게 북한과 협상에 나서 비핵화와 북미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보장체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길로 나서야 한다.

 

부화뇌동하는 박근혜정권

 

한반도문제는 현재 최고조로 악화되어 있는 상태이다. 오랫동안 누적된 모순이 최고조에 달한 상태이다. 때문에 모순이 폭발하여 한반도가 또 한 번의 전쟁의 대참화에 빠지지 않도록 우리가 경계와 주의를 다해야 할 시기이다. 그리고 모순이 최고조에 달한 만큼 역설적으로 이 모순을 올바로 해결할 경우 획기적인 역사적 전진도 이룰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느 때보다, 전쟁을 막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전망과 결의를 확고히 갖고 현재의 위기를 극복해 가야 할 시기이다. 그러려면 현상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위기의 본질을 정확히 알고, 미래에 대한 전망 속에서 행동해야 한다.

 

이러한 시기에 박근혜정권은 미국에 부화뇌동하며, 좌충우돌하면서 사태를 더욱더 악화시키고 있다. 박근혜정권은 북미간 공방이 격화되어 한반도과 동북아의 긴장이 고조되면, 이를 완화시키고 한반도문제의 종국적 해결을 위한 방향으로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정반대의 길로 나아가면서, 긴장을 격화시키고,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 박근혜정권은 중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키면서까지 사드배치를 고집했으나, 정작 미국은 철회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또한 향후 미래를 전혀 내다보지 못하며, 개성공단의 가동 전면 중단 결정을 발표하였다. 대북제재를 위하여 러시아와의 나진하산 프로젝트도 중단하였다. 더욱 심각한 것은 평화협정협상과 관련하여 작년의 북미간 비밀논의도 전혀 알지 못했다. 또한 향후 급속히 진행될 수도 있는 평화협정협상에 주도적으로 나서기는커녕, 오히려 발목을 잡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역사적 시야와 전망을 갖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기회만 나면 북한때리기에 가장 먼저 나서, 긴장을 격화시키는 못된 형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세력이 어떤 대접을 받아야 하는지는 너무나 명확하다. 박근혜정권의 퇴행적이고 부화뇌동적인 책동에 맞서 전쟁을 막기 위해 적극 투쟁해야 할 때이다.

관련기사
[칼럼] 한반도 위기 몰고 온 북한 ‘핵 장난’의 의미
한반도 평화는 민중들의 반제국주의 투쟁으로 지켜낼 수 있을 뿐이다

기사평쓰기
번호 제목 평점 작성자 작성일 조회수
등록된 게시물이 없습니다.

HTML코드 복사하기 (블로그나 카페에 바로 붙여넣기 하실 수 있습니다)


양극화에 대한 치유없는 환상 : 재벌개혁
민주노총은 자본가계급의 파트너가 되려고 하는가?
‘여성혐오’ 범죄에 함께 분노하며, 한 걸음 더 나아가기
남성들이 여성혐오에 맞서 싸워야 하는 이유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투쟁을 평가하다: 왜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은 패배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