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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화된 양극화와 내수부진, 한국경제에 탈출구는 있는가?
김광수  ㅣ  2014년 6월 27일

 불과 몇주안에 견실한 성장에서 우울한 침체로 바뀌어 버린 2014년 한국경제전망

2014년 경기전망은 온통 장밋빛이었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의 다소간의 부진, 그러나 이를 상세할 선진국의 견고한 성장세로의 전환, 한국경제 4% 이상 성장세 가능, 대충 이런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가 6월 들어서 쑥 들어가더니, 전 세계가 또 하품나는 이야기를 되풀이하고 있다. 이른바 상박하후-상반기는 부진하나 하반기에는 쏠쏠한 경기로 간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4% 성장세는 물 건너갔고, 세월호의 영향으로 내수도 부진하고, 환율압박의 영향등으로 수출전망도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전망이 대세를 누리고 있다. 2010년부터 치면 5년째 상반기는 안 좋지만 하반기는 좋아질 것이라는 이야기만 되풀이되고 있다. 이제 경제학자가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이게 전부가 아닌가 생각될 정도로 국적과 인종을 떠나 경제학자의 관용구로 정착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구조화된 양극화와 내수부진이 전혀 개선될 전망이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누가 로또에 당첨되었나?

87년 노동자 대투쟁은 당시 격심했던 소득불평등 추세를 완화추세로 단숨에 바꾸어 버린 일대 사건이었다. 석달만에 2,000개 넘는 노동조합이 만들어지고, 그후 3,4년 동안 연간 30% 이상씩 임금을 상승시킨 결과 한국경제는 임금인상-내수확대-기업실적개선-고용상승 이라는 선순환상황을 맞게 되었다. 이러한 추세는 91년부터 마이카 시대를 열었고, 96년 IMF사태가 오기 전까지 중산층을 확대하고, 중산층의 생활수준이 일본을 능가하는 수준(일인당 거주면적 등의 지표적 측면에서)까지 이르게 했다. 그래서 당시 한 외국경제지는 한국을 로또 맞은 나라로 표현하면서 불과 십년도 안되는 시기에 급속히 국민전체의 생활수준이 급상승한 나라로 지목했었다.

한국의 기업들이 팽창한 내수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며 기술경쟁력을 높이는 동안 중국이 본격적인 대외개방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한계산업을 시작으로 낮은 임금과 세제혜택을 노리고 중국으로 진출한 한국기업들은 90년대 말에 이르면 한해 수백억달러씩 중국에 직접투자를 했고, 이것은 곧 중간재의 수출, 부품수출을 늘리며 한국을 쇠를 조립하는 중국에 쇠를 깎아 팔아먹는 나라로 변모시켰다. 2008년 이명박정권이 환율을 인위적으로 평가절하하면서 이러한 추세는 더욱 강화되었고, 중국의 성장은 IMF사태를 맞아 과잉생산시설을 강제로 해체당할 위기에 처했던 한국경제를 빠른 시기에 구했고, 독점대기업들의 대외경쟁력을 급속히 높여주었다. 2008년 금융공황 상황에서도 중국의 공세적인 재정확대 정책으로 혜택을 많이 입은 나라중의 하나가 한국이 되었다. 한국경제는 중국경제의 고도성장이라는 두 번째 복권을 맞았다. 다만 이번에는 그 혜택이 중산층도, 서민도, 노동자도 아닌 대재벌, 한국에 기원을 둔 초국적 자본이었다는 점이 다를 뿐이었다.  
 
내수위기는 구조화되고 장기화되고 있다.
 
중국경제가 고도성장을 하고 한국의 대외수출이 급격히 늘어나는 같은 시기에 한국의 가계소득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한국경제는 IMF위기를 계기로 선순환의 시기를 마무리하고, 이후 신자유주의 개혁이 가져다 온 후과를 극복하지 못했다. 반면 중국의 고도성장이라는 단 열매는 수출대기업, 그것도 해외에 공장을 지을 수 있는 거대 독점대기업들에 집중되었다. 이것은 10대 재벌이 점유하는 기업의 영업이익, 주가총액 등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그러는 동안 2000년대 초반의 부동산 붐과 뒤이은 침체의 지속은 한국을 빚더미 공화국으로 만들었다. 이제 민간부채, 그중에서도 가계부채 규모는 2013년 말 1,000조를 돌파해 전 국민이 말 그대로 빚더미에 올라있다. 그리고 이 빚중 비중이 가장 큰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주택관련 대출들이다.

소득은 양극화되고 저소득층은 게다가 빚에 시달리고 있다. 내수경기가 활성화될 구석이 보이질 않는다. 비정규직이 줄어들 기세도 없다. 경제활동인구의 증가도 제자리다. 빈곤층은 늘어나고 출산율은 바닥인 채 자살률만 늘어난다. 

OECD 진단 및 권고


OECD에서 지난 6월 17일 “2014년 OECD 한국경제보고서”를 발표했다.
OECD는 보고서에서 한국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며 사회통합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비정규직 차별완화) △여성고용 촉진을 통한 고용률 70% 달성 △사회복지 시스템 강화 △교육 개혁 △노인빈곤 완화 △가계부채 해결 등에 초점을 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OECD 보고서 어느 곳에도 실질임금을 높여 내수경기를 활성화하고 가계부채를 줄여 소득양극화를 해소하자는 권고는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서비스부문의 대외개방촉구와 규제완화, 중소기업육성책의 완화, 민간 저축율을 높이기 위한 강제저축의 방안으로 연금시장 활성화를 주문하는 등 여전히 금융자본의 이해에 부합하는 정책을 제시하고 있을 따름이다.

OECD의 양극화 심화에 대한 대책은 요즘 서구에서 각광받고 있는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주의에서 나오는 처방과도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피케티는 소득양극화 해소의 주요수단을 이른바 부유세로 보고 있고, 누진율을 대폭 강화한 소득세를 도입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OECD의 한가한 처방은 양반일 정도로 국내 경제정책 담당자들의 대책은 역주행으로 일관하고 있다.  

딴나라에 사는 것 같은 경기활성화 대책

최경환 경제부총리 내정자는 경기활성화를 위해 부동산 대출 완화책을 시행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빚내서 집사자는 정부의 꼬드김은 이미 약발을 다했고, 전세금 폭등으로 시장주체들의 반응도 이미 고착화되었음에도, 죽은 자식 뭐 만지는 식의 대책이 또 재탕이 되고 있다. 그런가하면 여전히 규제완화 타령은 되풀이 되고 있다.

극심한 수주난과 이에 따른 일감 부족으로 수년째 위기를 맞고 있는 건설업계는 주무장관을 불러다 놓고 "부동산시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분양가상한제와 각종 금융규제 등 반시장적 규제를 하루속히 정상화시켜달라"고 정부에 촉구하고 나섰다. 국내 건설수주액은 2012년 101조원에서 2013년에는 90조원으로 감소한 데 이어 올해도 93조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규모가 줄고 있고 건설수주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민간 부동산시장이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더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지난 1월부터 각종 주택관련 지표에 나타났던 회복징후마저 세월호 참사로 다시 얼어붙고 있어서란다. 그런가하면 전경련의 간부는 최근 개최된 행사장에서 우리 기업들이 직면한 대내외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경제 혁신과 규제 개혁을 통한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다시 규제완화 타령을 시작했다.

이들은 세월호 사건이 보여준 것이 규제완화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꾸는 것도 아니고 자본가에게 불량상품으로 돈 버는 기회를 제공할 뿐이고 그 불량상품에 의해 피해를 보는 건 선량한 소비자, 노동자의 가족이라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도대체 사람이 몇 명이 죽어야 정신머리 없는 인간들이 사람다운 생각을 할지 앞이 캄캄하다.

중국경제의 위기증후와 한국경제의 불안한 미래

대외적 환경의 호조건은 주체의 의지와 무관하고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불안한 요소라 볼 수 있다. 중국경제에 대해서는 연초부터 국민총생산대비 부채비율이 200% 대로 일본과 유사함에도 일본이 장기 국채에 몰려 있다면 중국은 만기 3년짜리의 단기부채가 대부분이라는 면에서 많은 경제전문가들이 불안한 전망을 내 놓았다. 올해 들어 중국경제의 성장전망치가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떨어지고 있어 중국경제의 불안요소는 증가하고 있다. 한국의 중국에 대한 무역의존도가 매우 높은 현실에서 대외적 불안을 상쇄할 내수경기를 전혀 기대할 수 없다는 면에서 한국경제의 위기징후는 계속 이어지고 경제주체의 자신감이 회복될 여지는 없다. 자본가들과 이 정부가 경제회복을 위해 부동산을 주물거리고, OECD가 공자님 같은 권고를 아무리 내놓아도 한국경제가 상후든 하후든 개선될 여지는 없다. 그것은 한국경제가 세계경제에서 특별한 위치를 점하고 있어서도 아니라, 너무나 유사하고 보편적인 자본주의의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자인 피카티가 소득분배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유럽에서 락스타 이상의 대접을 받는 것은 그 나라들도 동일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결국 문제는 자본주의이고 이것을 정면으로 다루지 않는 이상 지루한 불황속에 멍드는 것은 민중의 삶이고 커지는 것은 가지지 못한 사람들의 모욕일 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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