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18일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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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제국주의 한국경제의 서글픈 자화상, 자원외교
김광수  ㅣ  2015년 4월 29일



MB의 자원외교는 전형적인 도박경제

땅밑, 혹은 바다 땅 밑에 있는 자원을 개발하는 것은 로또에 가까운 일이다. 그래서 우리말로는 똑 같은 추정 매장량으로 번역되지만, 실제로는 assumed, estimated, measured 등등 추정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이들 사이에서도 나름 구별은 있어서, 보통은 시추공을 몇 개나 뚫은 지로 구별을 한다. 그러나 자원시장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광산들은 흔히 지형분석만 가지고 추정매장량을 주장하는 것도 많고 딱 한곳만 시추공을 뚫어놓고 지하의 광맥까지 그려놓은 경우가 흔해 빠졌다. 그래서 광산개발과 투자가 나름 체계적이라는 캐나다에서도 지형분석만 해 놓고 자원주식시장에 공개해 놓은 이른바 종이 광산이 부지기수이고 투자가들은 거의 헐값에 로또 사는 기분으로 몇십주씩 사 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 누군가 큰 맘먹고 시추공 하나라도 뚫어서 리포트가 나오면 수배씩 올라가고 10개쯤 뚫어서 보고서가 나오면 또 수배가 올라 마침내 매장량 확인이 되면 대박을 터트리는 그런 구조로 되어 있다. 세계최대라는 캐나다의 자원주식시장은 어찌보면 솔직하고 나름 합리적으로 시장의 도박성을 드러내고 있다. 그래서 자원개발은 운칠복삼이라는 21세기 카지노 자본주의의 본질에 딱 걸 맞는 분야라고 볼 수 있다. 

그 놈의 외교타령


한국의 자본주의는 중국과 동구권, 동남아, 중남미, 북미에 까지 자본을 수출하는 수준으로 고도화되었다. 따라서 당연히 생산원료와 연료의 확보는 아제국주의로 발전하고 있는 자본주의 국가로서는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것이다. 20세기 초반만 해도 비슷한 발전수준에 있었던 독일과 일본, 이탈리아는 이러한 필요성으로 전쟁을 일으키거나 무력을 동원해 저발전 지역을 강탈하는 짓을 서슴지 않았다.

한국이 자원수급에 무력을 동원하고 있는 것은 해적들이 출몰하는 아덴만에 군함을 파견하는 정도이고, 노르웨이 같은 소국도 이미 아프리카 원전에 빨대를 꽂아놓고 있는 현실에서 후발주자가 할 수 있는 것은 고작 자원외교인 것이다. 중국은 서남아프리카 시골동네에 현금을 풀어 쌀푸대를 가지고 석탄을 모으게 하는 소위 돈질을 하고 있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은 한국은 외교를 통해 자원을 확보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뱁새가 황새는 쫒아가야 했고, 주력이 안되니 주둥이로 뭔가를 해보려고 했고, 그것이 외교였던 셈이다. 세상사 그렇게 호갱님이 되고 사기꾼도 되는 것이다.  

자원약탈에 꼿혀 있는 초록이 동색인 자들

신문지상에서는 연일 자원외교라는 이름으로 각국에서 호갱역할을 했던 MB자원외교에 관한 폭로기사가 실리고, 이 틈을 노리고 사기행각을 벌인 몇몇 기업들이 오르내리고 있다. 이럴 사태에 접할 때 마다 생각나는 건,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다. 언제는 한반도 금융허브를 이야기 하다 신자유주의의 폐해를 말씀하시는 소위 진보적 야당인사들도 그랬고, 이번에 문제가 되었던 성공불 융자제도를 장려하셨던 분들이 이제와 성공불 융자금을 떼먹은 자원개발기업을 도둑놈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도 그렇다. 물론 나랏돈을 자기 쌈지돈인양 4대강이다 자원외교다 해서 펑펑 퍼주고, 무상급식도 안되고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도 안된다고 세상 살벌하게 만든 MB가 잘했다는 것이 아니다. 뭐 자주 하는 말이지만 아제국주의에서 기업하기 좋은 나라 떠 든 족속들은 모두가 초록이 동색이고 똥 묻은 개 아니면 재 묻은 개라는 말이다.

이쪽 동네 개들에게 중요한 것은 왜 제대로 자원확보도 못하고 돈만 가져다 썼냐는 것이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전 세계 자원을 퍼와 펑펑 쓰면서 지금의 생활수준을 유지하겠다는 발상이 변하지 않으면 세상은 점점 살기 어려운 곳이 될 거라는 점이다. 더 많이 소비하고, 더 많이 낭비하고, 더 많이 생산하고, 그래서 더 많은 자본과 노동의 관계, 즉 더 많은 갑을의 관계가 퍼진다면 누구를 행복하게 하는가? 결국 갑질하는 자들이다. 파산한 자원외교의 대안이 더 효율적인 자원외교가 될 수는 없다. 자원낭비로 그래서 갑질의 과잉으로 이어지는 자본주의 체제를 분쇄해야만 황당하고 오글거리는 외교적 추문이 비로소 종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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