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9일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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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양적완화 축소조치로 부러진 약한 고리, 우크라이나
김광수  ㅣ  2014년 3월 14일



또 하나의 러시아 우크라이나


우크라이나라는 말에는 검다는 뜻이 들어있다. 우크라이나는 그래서 비옥한 흑토지대을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리고 러시아 역사는 우크라이나 영토안에 있는 드네프르 강 유역에서 시작되었다. 바이킹은 드네프르강을 타고 노르만족이 세운 도시, 노브고로드를 건설했다. 러시아공국의 옛 수도 끼에프나 “전함 포템킨” 영화의 무대였던 오데사, 그리고 크림전쟁의 무대이자 2차대전 중 가장 참혹한 진지전의 벌어졌던 세바스토플도 모두 우크라이나 영토안에 있다. 이렇듯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리고 짜르시대 반동의 상징, 코자크기병의 땅이 바로 우크라이나다. 러시아는 야누코비치 실각이후 20세기에 우크라이나 영토로 병합되었던 크림반도를 신속히 점령함으로서 19세기 러시아 제국과 마찬가지로 흑해를 향한 통로를 확보하는 데 주저함이 없는 태도를 보여주었다. 

산업화된 드네프르강 동부는 친러시아 지역

우크라이나는 구소련의 공화국중에서 러시아를 제외하면 가장 부유한 공화국이고, 과학기술도 발달되어 있는 산업화된 국가다. 세계최대 화물기인 AN-225를 설계한 직원 8만명의 안토노프 비행기 설계국이 우크라이나에 있으며, 로케트 설계국은 고체연료 로켓트 중 세계최대를 자랑하는 SS-18를 설계하고 가장 값싼 인공위성 발사체 제니트를 설계한 바 있다. 원자력발전소는 15개에 이른다. 그리고 산업화된 우크라이나의 동부지역은 러시아민족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크라이나어를 사용하는 농촌지역과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산업화된 동부지역은 러시아에 대한 태도에서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곤 했다. 소연방 붕괴후에도 러시아에 대한 의존성을 면치 못했는데, 그건 석유와 가스를 거의 대부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점을 이용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내정에 노골적으로 개입해 왔으며, 유럽으로 수출하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이 우크라이나를 통과하고 있는 사실 때문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통제권을 잃지 않으려고 늘 노력해왔다.

야누코비치 실각의 근본원인은 무엇인가?

야누코비치가 실각하게 된 직접원인은 반정부 시위 현장에서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하면서(이에 관해서는 외부개입의 증거들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 반정부시위가 급격히 확대된 데 있다. 야누코비치에 대한 저항이 시작된 것은 지난해 야누코비치가 작년말 EU가입과 EU 자유무역지대 확대 서명을 거부한 때부터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정치위기의 배경인 우크라이나 경제위기는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에 의한 세계경제 위기확산이 주원인이다. 이미 모건스탠리는 테이퍼링에 의해 서든스톱(외환고갈) 위험이 가장 높은 네 개 나라 중 하나로 우크라이나를 꼽았다. 말 그대로 약한 고리가 부러진 것이다.
 
2008년도 경제위기때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바 있는 우크라이나에는 EU가입이 자신들의 고난을 끝내줄 해결책으로 이해하는 실업상태의 젊은이들이 넘쳐났다. 그러는 와중에 EU와 경제협력을 논의하다 러시아로 급선회한 야누코비치는 번영의 서방이 아닌 성질 더러운 이웃형님인 러시아에 굴복한 세력으로 헐벗은 젊은이들에게 낙인을 찍혔다. 그러나 야누코비치가 친EU에서 친러시아로 급선회한 건 바보라서가 아니다. 그건 IMF측이 구제금융 확대 조건으로 에너지 보조금 중단 등 사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는 고육책을 우크라이나에 요구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야누코비치가 작년 소요가 일어난 12월부터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오히려 대중의 분노를 확대시켰으며 외부의 개입이 의심되는 폭력사태로 대규모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던 것이다. 


떨어져야 할 것은 러시아 주가가 아니라 서방의 주가다.
 

미국의 테이퍼링이 시작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결국 약한 고리가 부러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는 서방과 러시아가 대립하고 크림지역이 러시아에 합병되는 등 민족적 갈등, 국제적 갈등으로 표면화되었지만, 세계경제위기의 약한 고리가 부러지고 그에 따른 정치위기가 폭발한 것이다. 러시아가 세바스토플을 총 한방 쏘지 않고 점령하자 러시아 주가가 폭락을 했지만 사실은 세계금융체제의 위기를 보여주는 신호이기에 서방의 주가가 떨어져야 했다. 그러나 헤알화가 브라질 화페단위인지 아르헨티나 화폐단위인지 구별도 못하는 머저리들이 잔뜩 몰려 있는 월스트리트의 바보집단은 이 사태의 불똥이 조만간 자신들에게 튈 것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반러시아 선전에만 몰두하고 있다. 그리고 이 사태를 이용해 우크라이나를 세계 금융권에 편입시키는데 애를 쓰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친EU 세력의 소망대로 서방 금융질서에 편입될 수도 있다. 그리고 그런 결과는 미제국주의의 승리로 기록될 수도 있다. 그러나 서방언론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세계공황의 유령은 우크라이나 흑토지대를 지나 드네프르강 서쪽 유역으로 소리 없이 번져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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