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5일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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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패스트푸드 노동자 파업을 통해 본 남한의 현실
박준규 (세미나 네트워크 새움 회원, 시급제 아르바이  ㅣ  2013년 6월 24일



뉴욕과 시카고를 비롯한 미국 주요도시에서 수백 명의 패스트푸드 노동자들이 임금인상과 노동조합을 결성할 권리를 요구하는 파업을 벌였다. 이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은 최저시급에 해당하는 7.25달러(약 8,100원)를 받지만, 미국사회에서 실질적으로 생계를 꾸려나가기 위해 최저임금을 시간당 15달러로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파업 그 자체는 한 도시당 1일파업의 형태로 짧게 진행되었지만, 기간보다도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여 시급제 노동자들이 공동행동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조직될 수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 여기에는 서비스노조(SEIU : Service Employees International Union)와 지역 사회단체들이 해당 노동자들과 연대하여 그들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 것이 크게 작용하였다. 

현재 남한의 법정 아르바이트 시급은 4,860원이며, 이마저도 교육생 기간 중에는 더 낮은 금액을 줘도 무방하게끔 되어 있다. 이 시급으로 하루 8시간에 주 5일로 일할 경우, 단순한 산술적 계산으로는 한 달에 777,600원을 벌 수 있다. 물론 여기에 주휴수당을 비롯한 추가수당이 더 붙을 수 있겠지만, 최저시급조차 지키지 않는 사업장이 많다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한 달에 저 정도밖에는 벌 수 없다고 봐야 한다. 한 달에 77만원으로는 의식주를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 당연히 불가능하다. 이렇게 낮은 임금이 정당화되고 있는 이유는, 아르바이트가 정식 직업이 아니라 ‘용돈 좀 벌려고 잠깐 거쳐가는 일’로 여겨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편의점이나 패스트푸드점 등지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은 ‘용돈을 벌려는 학생’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값비싼 등록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할 수밖에 없는 학생도 있으며, 결혼이나 출산 및 육아 등으로 인해 정규직을 그만 둘 수밖에 없게 된 여성들도 상당수 존재한다. 이미 그 구성원들만 놓고 보더라도 아르바이트가 결코 ‘일 안해도 되는 사람들의 부업’은 아니다. 또한 편의점, 패스트푸드점, 식당 등에서의 노동은 이 사회 자체를 유지시켜주는 데에 실제적으로 기여하는 일이다. 이런 곳에서 일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고 상상해 보라. 당장에 오늘 밥 한끼를 먹을 수 있겠는가? 사회 전체를 먹여살리는 지극히 중요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 일을 하는 사람은 한 달 생활비조차도 벌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 직접행동에 나선 패스트푸드 노동자들 역시 자신 혹은 자기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노동이 사회 전체의 생존을 책임지는 중요한 일임을, 그리고 마땅히 자신과 자신의 가족들이 걱정 없이 살 수 있을 정도의 대우를 받아야 함을 미국사회 전체에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미국 패스트푸드 노동자들의 파업을 우리 자신의 일로 여기고 귀 기울여야 할,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 자신의 모습을 돌아봐야 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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