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14일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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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은 민주노조인가?
김광수  ㅣ  2013년 4월19일


최근 민주노총의 마지막 간접선거에 이갑용 전위원장이 단기필마로 나서 비대위원장 출신 후보를 이겼다. 이갑용위원장이 2대위원장으로 나서서 압도적 상대를 거꾸러뜨린 1998년만큼의 환호는 없었지만 오랜만에 목도하는 의외성에 많은 사람들이 상쾌함을 느꼈다. 그러나 씁쓸한 허무주의 또한 만연해 있다. 선거가 파행되는 혼란을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누가 나서도 민주노총 의 상태를 개선하거나 개혁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함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통합으로 태어난 민주노총, 분열로 성장하다

사회적인 격변은 정치적 격변을 초래 한다. 그리고 그러한 격변을 초래한 거대한 운동과 흐름 내부에도 변화를 가져온다. 97년 IMF사태와 김대중 정권의 등장, 그리고 96,97총파업은 서로서로 어우러져 노동운동의 질적인 변화를 초래했다. 이는 노동운동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사회운동 전체를 변화시켰다. 첫 눈에 그것은 당장 분열이었다. 그전까지 사회운동은 반독재 민주화 투쟁의 성격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노동운동도 민주화 투쟁, 즉 자유주의 부르주아들이 주도하는 민주화 투쟁의 후견자가 되었다. 아니 기꺼이 그렇게 되었다. 전노협이 조국의 자주화, 민주화, 통일이라는 강령을 가진 것 자체가그런 성격을 대변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97년을 전후한 상황변화는 민주화 운동의 유통기한이 다했음을 내보였고, 계급의 문제, 제국주의에 대한 태도의 문제를 중심으로 운동진영을 분열시켰다. 민족회의와 범민련이 분열되고, 이창복과 전국연합이 분열되었다. 97년 총파업을 계기로 민주노총은 이러한 분열 가운데 민주노조의 통합을 통해 확보된 압도적인 동원력을 바탕으로 주도세력으로 등장했고, 대통령 선거를 거치면서 거침없이 스스로 목표로 내세웠던 정치세력화를 밀고 나갔다. 그리고 민주노동당이 창당되어 2004년 총선에서 10석을 당선시키고, 한때 민주당의 지지율을 위협하는 지경까지 상황이 발전하였다.

정치적 자주성을 상실하며 몰락한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

그러나 더 이상 되돌릴 수 없게 되었다고 생각했던 분열, 진보와 민주의 분화는 이른바 2중대라는 말이 나오면서 급격히 봉합되기 시작했다. 정권의 어설픈 개혁 놀음에 편승하면서 민주노동당은 2중대가 되었고 민주노총은 사회적 교섭을 시도하며 정권에 협력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투쟁의 대상이 모호해지고 아군과 적군이 헷갈리기 시작했다. 사실은 민주 노동당이나 민주노총이 신자유주의 정책의 폐해가 노골적으로 드러나며 자본주의 모순이 적나라하게 표현되는 그때에 스스로의 정치적 각성과 실천 수준을 끌어올리지 못함으로써 공세의 방향을 잃고 퇴보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2008년 세계적인 금융공황을 전후한 상황은 또다시 격변을 초래했다. 앞서 2007년에는 대선이 있었고, 곧바로 민주노동당이 분열되었다. 역사적 퇴물이 될 거라 여겼던 수구보수세력은 집권에 성공했다. 이 모든 상황에서 비정규직 문제나 청년실업의 문제, 그리고 양극화 문제에 무능함을 보였던 진보정당은 분열되었다. 이 분열은 퇴보의 결과였기 때문에 비극적이었다. 2중대라는 퇴보를 주도했던 세력들은 야권연대로 빠져 들어갔다. 민주노총은 이 분열에서 처음에는 정체를 나중에는 퇴보의 주역으로 나섰다. 민주노총이 이미 야권연대의 덫에 빠진 진보정당운동을 어찌 해보겠다고 나선 진보대통합은 결국 파멸적인 결과를 낳았다.

자본주의 위기에서 정치적 자주성의 상실은 민주노조운동의 정체성까지 흔들어

민주노총의 정치적 실패는 조직의 구조적, 본질적 문제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필연적이며 동시에 비극적이었다. 아직은 먹고 살만한 대공장,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다수를 점하고 있는 민주노총 구성원들의 보수성과 산별교섭의 지체 등은 가장 큰 박탈감을 느끼고 있는 비정규직 등, 기층과의 분리를 가속화시켜 민주노총을 고립시켰다. 더욱이 정치적인 후진성을 고스란히 유지한 자민통 세력과 대중정서에 영합한 관료집단이 민주노총 지도부를 사실상 과점함으로써 야권연대로 빠져드는 진보정당운동을 오히려 후원하는 모양새를 가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야바위 짓거리를 하는 어용세력과 대비해 민주노총이 아직도 현장 노동자에게 희망의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비극이기도 하다. 그만큼 자본주의 위기 속에서 대중은 절박했지만 이들의 절박함을 수용해 투쟁으로 발전시킬 민주노조운동의 역량은 정치적 후진성으로 말미암아 발휘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자신들의 경제적 처우 개선을 위해서는 자본가들의 정치적 배후를 흔들어야 했지만 그것이 불가능한 조건에서 언제나 투쟁은 고립되고 몇 개의 개량 조치에 의해 전선은 분열되었다. 민주노조운동은 큰 싸움을 벌이지 못하고 투쟁현장에 사람만 동원할 수 있는, 아니 그것만을 기대하는 후견조직으로 전락하였다.

반자본주의 투쟁을 할 수 있는 노조가 민주노조

지난 몇 년간의 실천은 노동운동이 부르주아 정치로부터 자주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전세계 민중의 보편적 자각이 되고 있는 반자본주의 운동을 대중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교훈을 주었다. 반자본주의 투쟁이 활발했던 지역인 프랑스나 독일, 미국에서 새로운 투쟁 주체와 새로운 노동운동의 주체가 성장하고 있는 것이 그 예라 볼 수 있다. 반면 그렇지 못했던 남한에서는 여전히 퇴보가 진행되고 있다.

최근 노동중심의 새진보정당 건설을 표방하는 “노동정치 연석회의”가 출범해서 새로운 노동정치 운운하고 있지만 계절의 변화를 모르고 있다. 이들은 도로 민주노동당을 꿈꾸고 있을 뿐 성찰과 발전의 지향이 거세된 조합주의의 뒷북치기에 불과하다. 이제 전체로서 민주노총은 민주노조의 힘과 추진력을 잃었다. 그래서 민주노총 운동의 연장선에서 정치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따라서 새로운 노동운동, 사회주의 정당의 씨앗은 온전히 활동가의 몫이 되었다. 이제 절박한 과제를 중심으로 현장정치토론을 부활시키고 현장정치토론을 광장으로, 그리고 그 광장에 자본주의 위기와 함께 몰락하고 있는 제 계급들과의 연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세력에 의해 민주노조운동은 새롭게 정의되고 새로운 돌파구를 열 수 있을 것이다. 미련을 버리고 미래를 위해 새롭게 모색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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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보장요구 투쟁은 계급투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