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8일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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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좌파정당 비판] 정세대응과 당건설의 변증법
김인해  ㅣ  2012년4월30일
통합진보당의 창당과 진보좌파정당 건설 제안

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 이후, 민주노총이 추진했었던 진보정치대통합은 아이러니하게도 민주노동당이 진보신당과 사회당이라는 진보정당, 노동자 정당들과의 대통합이 아니라, 국민참여당이라는 자본가 정당과의 통합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그래서 소위 '진보좌파정당 건설' 제안은 바로 통합진보당의 창당에 대한 반대급부로 태동할 수밖에 없었다. 통합진보당이 국민참여당이라는 신자유주의 자본가 정당과 통합함으로써 태생적으로 노동자 정당으로서의 정체성에 그 자체에 근본적인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2008년 민주노동당에서 진보신당이 분당할 때와는 또 다른 노동자 정치의 지형이 형성되었다.(물론 본질적으로는 변한 게 없지만) 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 그리고 그 분당의 시발점인 2007년 대선 평가가 파행으로 치달을 당시, 민주노동당으로 대표되는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정치적으로 파산했다면, 이제 2012년 민주노동당의 국민참여당과의 당대당 통합은 노동자를 배신했을 뿐만 아니라, 그 파산한 정치세력화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었다.

일부 사회주의자들이 2008년 민주노동당에서 진보신당이 종파주의적으로 분당했을 때와는 달리, 2012년 진보좌파정당 건설 제안에 대해 그 종파적 성격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갖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객관적 조건과 주체적 조건의 비조응의 심화

노동자의 독자적 정치세력화가 주저앉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이 안타까워하지만 이상의 사태 전개는 객관적 조건과 주체적 조건의 비조응이 심화되고 있는 것을 반영하고 있을 뿐이다.

먼저 객관적 조건.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시작으로 2012년 본격화되고 있는 세계대공황은, 자본주의 그 자체가 문제가 되면서 노동자 민중의 삶의 위기는 더 심각해지고 있다. 한국의 부르주아 정치가 2008년 이후 복지를 화두로 가지고 나온 이유는 그래서이다. 2007년 이명박의 당선(경제대통령), 2008년 18대 총선 당시 서울에서 한나라당의 압승(뉴타운)은 노무현 정권 후반기 경제위기에 대한 성장주의와 개발주의의 광풍이었다면, 2010년 지방선거(4대강 삽질 심판)와 2011년 서울시장 재보선(무상급식, 반값등록금)은 대중에게 자본주의적 성장과 개발이 더 이상 설득력이 없으며 이제 복지가 절대적인 문제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진화하는 부르주아 정치와 대비될 정도로 퇴행하는 노동자 정치라는 주체적 조건의 비조응이다. 아니 그 비조응이 더 강화되고 있다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 이제 노동자 정치운동은 개혁적 자유주의적 부르주아 정당이자, 정치적으로 진화하는 민주당의 2중대로 철저히 전락해버렸다. 민주대연합 뿐만 아니라, 국민참여당이라는 자본가 정당과의 통합까지 실현가능했던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통합진보당은 단지 가장 진화하는 부르주아 정치와 가장 퇴행적인 노동자 정치의 조우였을 뿐이다.  대선에서는 진화와 퇴행 그리고 조우가 더 극적일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관건은, 이 비조응 상태를 해소하기위해 사회주의정당건설이 정세적으로 절박해지고 있는데 비해, 당건설이 전혀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 이후, 사회주의 세력들은 사회주의정당 건설을 대중적으로 천명하고 당건설 투쟁을 했지만, 2012년 현재 당건설은 전혀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일부 사회주의자들이 당면 정세 대응의 절박함과 성공하지 못한 당건설이라는 문제를 제대로 풀지못하고, 소위 진보좌파정당에 대해서 혼돈을 초래하고 심지어는 조급증까지 드러내고 있다. 

‘당면 정세대응’과 ‘사회주의정당 건설’ 사이의 변증법

오히려 사회주의자들은 자문부터 해봐야 한다. 당건설이 성공하지 못한 것은 둘째 치고, 왜 총선이나 대선에서 사회주의 후보조차 세울 수 없는가. 답은 간단하다. 씨를 뿌리지 않고 추수할 수는 없다. 사회주의 정치적 실천이 양적, 질적으로 축적되지 않고 있는 상황, 당건설투쟁 과정에서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자칭 사회주의자들이 사회주의자로서 역량의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당건설을 공개적 천명한 사회주의세력들 중 일부는 아직까지도 노동조합주의 정치활동만을 관성적으로 반복하고 있고, 사회주의 정당을 건설하겠다고 호기좋게 선언했던 일부에서는 진보좌파정당 건설논의 주변을 쭈뼛거리면서 기웃거리고 있다.

이러한 혼란과는 별도로 진지한 사회주의자라면 당면 요구를 실천해 가는 것을 외면할 수는 없다. 그래서 대중이 반자본주의적으로 급진화될 수 있는 정세 전개에 대해서 사회주의자들이 대응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래서 사회주의자들은 한편으로는 당면 반자본주의 정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직접적인 사회주의정당 건설 사업 역시 추진해야한다. 당 건설에 있어서 우회로는 없다. 동시에 반자본주의 정치투쟁 전선을 구축하는 정치 실천이 필요하다. 그러나 사회주의자들이 소위 진보좌파정당 류에 혼돈스러워한다면, 당면 반자본주의 정세 대응에서도 실패하게 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역으로 사회주의정당 건설을 실질적으로 포기(실패도 아니고 포기)한 것으로 대중적으로 공표한 셈이 된다. 그리고 이러한 오류는 당면 정세 대응과 사회주의정당 건설의 변증법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민주대연합하는 진보신당을 어찌할 것인고

물론 일부에서는 진보신당을 포함해서 진보좌파정당이 반자본주의 정치에 나설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2012년초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 반대 공동투쟁 속에서, 사회주의자들은 똑똑히 목도했다. 자본가 정당과 통합한 구 민주노동당에 대한 비판과 달리, 진보신당이 자본가 정당과 선거연합(민주대연합 야권연대)하는 진보신당에 대해서는 제대로 비판되고 평가되지 않았다. 상식적이라면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 반대는 민주대연합 야권연대에 대한 반대가 되어야 하며, 발전적이라면 반자본주의로 전화되어야 했다. 하지만 배타적 지지 반대는 민주대연합에 대한 반대로 발전하지 못하면서 오히려 통합진보당에 대한 종파주의적 반대를 완전히 극복해내지 못했다.

진보좌파정당 건설 역시 진보좌파의 재구성(전에는 진보의 재구성), 혹은 민주노총이나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우경화에 대한 현실적인 제어 등등 여러가지로 표현되고 있지만, 진보신당의 민주대연합 노선의 청산 없이는 어떤 명분을 내세운다한들 그것은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한 희화화 이상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다. 결국 진보좌파의 재구성은 통합진보당에 반대하는 세력들은 다 모여라 이상이 될 수 없으며 이는 정세과 요구하는 사회주의 정당건설이 아니라 도로 민주노동당, 그것도 종파주의적 색채가 가득해 대중으로부터 외면받는 실천으로 전락할 것이다.

지만 이번 총선만 놓고 본다면 오히려 그러한 비관적 전망이 현실적일 수 있다. 선거 직전 통합한 사회당이 소수파라지만 진보신당은 총선 전술에서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민주대연합이 관철되었다. 사회당이 통합의 과정에서 민주대연합에 대한 청산을 전혀 하지 못했고, 어쩌면 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현재 제안되고 있는 진보좌파정당의 현실적 미래가 될 것이다.

진보신당이 자본주의 극복 강령이 사문화 된 채, 민주대연합 야권연대라는 블랙홀에 빨려들어간 이유는 진보신당이 갔고 있는 반신자유주의 정치노선과 의회주의(선거주의) 때문이다. 그런 진보신당에게 반자본주의 대중운동에 복무하기를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위 진보좌파정당 건설은 마치 뇌사 환자에게 산소호흡기를 씌워서 죽지못한 생명을 연장시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오히려 정말로 진지하게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고민한다면 파산한 노동자 정치세력화에는 종지부를 찍고, 어렵고 힘들더라고 사회주의정당건설에 매진하자!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우회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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