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9일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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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개악에 맞서 싸우는 프랑스 노동자와 젊은이들
김광수  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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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개악에 총파업투쟁으로 저항하는 프랑스 노동자계급


파리는 연이은 테러와 파업, 그리고 홍수까지 덮쳐 끔찍한 곳이 되면서 파리 관광사업은 완전히 기진맥진이라고 한다. 도로, 항공, 철도 파업은 물론이요. 자가용을 가진 사람들은 석유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차에 기름 주유하기도 만만치 않다. 프랑스 노동총동맹의 파업은 원자력발전소까지 확대되었고, 원전 파업노동자들은 한 때 전기마저 차단했다.


그러나 지옥은 교통체증에 있는 것이 아니라 프랑스 경찰들이 시위대에 휘두르는 폭력이 난무하는 거리에 있다. 최루탄, 물대포, 그리고 곤봉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시위진압 무기는 다 동원되었고, 그러한 무기를 사용하는데 프랑스 경찰은 거리낌이 없다. 그 명성 그대로 프랑스 경찰이 휘두르는 폭력은 고등학생부터 여성, 그리고 유색인종까지 사회적 약자들에 대해 무자비하기 짝이 없다.


경찰의 강제해산과 폭력에도 프랑스 사회당 정부가 주도하는 노동법 개악에 대한 저항은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 이미 3월말부터 시작된 프랑스 젊은이들의 점거투쟁도 있었고, 비록 노동조합 조직률은 놀랍게도 한국보다도 낮지만(8%), 투쟁하면 그 누구에도 뒤지지 않는 프랑스 노동자들의 파업투쟁도 완강하기 때문이다.


혁명광장을 점거한 젊은이들


최근 프랑스를 달아오르게 한 파업투쟁 이전부터 프랑스 사회당 정부의 노동법 개악에 반대하는 청년들의 투쟁은 2월부터 계속되고 있었다. 특히 파리의 중심가에 위치한 혁명광장을 점거하고 장기투쟁을 하고 있는 밤샘농성(뉘 드부)이 3월말부터 시작되었다. 혁명광장의 밤샘농성투쟁은 월가 점거운동이후에 가장 인상 깊은 대중운동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정한 주도그룹 없이 수많은 젊은이들이 2분을 넘지 않는 발언시간을 이용해 토론에 참여하는 독특한 밤샘토론문화는 프랑스 젊은이들이 사회당정부에 보내는 가장 강력한 시위 중 하나가 되었다. 노동법 반대투쟁으로 솟아 오른 점거투쟁은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와는 다르게 분명한 투쟁의 대상이 있으며, 노동법 반대투쟁을 계기로 프랑스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환기하고 광장으로 불러들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밤샘농성은 노동법 반대투쟁을 파리뿐만 아니라 전국으로 확대되는데 큰 역할을 했다. 특히 한때 이민자 청년들의 폭동을 주도했던 지역으로 밤샘점거가 확대되면서 폭발력을 키워가고 있다. 


노동법반대투쟁이 주도세력이 명확치 않은 청년들의 밤샘점거투쟁으로 발전된 데에는 프랑스 정치판이 청년들에게 대안정치세력을 만들지 못했던 것에 주원인이 있다. 최근년 주요 좌파 정치 세력으로 떠오른 좌파전선(Front de gauche)은 수년 동안 파벌 싸움에 빠져 전체 청년과 불만에 찬 대학생, 노동자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오히려 이민자에 대한 혐오를 선동하는 국민전선이 전통적인 노동자 밀집지역에서 지지율을 끌어 올렸고, 프랑스사회의 불평등과 불만은 이 당을 프랑스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정당으로 만들었다. 결국 분노한 청년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새로운 정치의 장을 만들어야 했고, 혁명광장은 새로운 정치운동을 만드는 보육의 장이 되고 있다. 


프랑스의 좌파정치세력은 밤샘점거운동과 결합을 위해 다양한 제안을 내놓고 있지만 신통한 결과는 아직 나오고 있지 않다. 지난해 초 제6공화국 운동을 시작하며, 헌법개정논의를 촉발했던 장 뤼크 멜랑숑은 프랑스 젊은이들에게는 기존 정치시스템의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프랑스 좌파 정당들은 밤샘점거운동에 결합하고 토론을 프랑스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정치분석가들은 이 운동이 그 동안 수세에 처한 좌파운동의 부활로 바로 이어지기는 힘들거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대중운동은 눈부시지만 좌파의 근거지는 계속 축소되어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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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당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의 본질


사회당 정부는 집권을 하면서 유럽에서 수십 년 동안 처박아 놓았던 담론, 즉 성장을 내세웠고 이를 실현할 방도로 부자증세에 대한 공약도 제시했다. 프랑스의 성장담론은 이탈리아나 그리스의 혼란과 연관되어 유럽에서 잠시나마 유행했고, 그 덕에 프랑스 사회당은 재집권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밝혀진 것처럼 성장과 확대정책은 프랑스에서 더 이상 실현가능한 정책이 아니었다. 프랑스 경제의 취약성이 유럽경제의 위기가 지속되면서 계속 드러났다. 수십 년 동안 추구한 재정건전성도 그다지 성과가 훌륭하지 않았다. 프랑스 제조업의 경쟁력이 통합된 유럽시장에서도 독일에 비해서는 많이 밀리고 있음이 드러났다. 통합된 유럽경제에서 프랑스는 수혜자의 지위에서 조금씩 밀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현실이 드러나자 올랑드의 선택은 분명했다. 이제 더 이상의 양보를 허용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노동법 개악이었다.


사회당 정부는 좌파정치의 취약함을 간파하고 시위 초기에 청년실업대책 기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하고, 노동조합 대표와의 만남에서 새로운 개혁안을 내놓을 거라는 등의 유화책 제스처를 취하면서도, 포풀리즘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밝히며 노동법 개악을 밀어붙이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노동개혁을 하지 않으면 두 자리를 넘어선 실업률을 내릴 방도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지난 사회당 정부가 노동조합과 합의한 “노동시간 축소를 통한 일자리 확대정책”에 반하는 것이고, 이는 이 정책을 주도했던 세력의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심지어 사회당의 간부들이었던 전직 관료들조차 올랑드의 도박에 대해 판돈을 걸기를 거부하고 있다.


사실 올랑드의 노동법개악은 매우 익숙한 장면이다. 2008년 금융공황이후 각국 부르주아정부들의 대책이 다 뻔했다. 돈 떼이게 된 은행들에게 돈 찍어서 메워주기, 재정악화를 핑계로 복지축소하기, 미래세대에 대한 투자 줄이기, 항시적인 구조조정 타령이 그런 것들이다. 그리고 각국 정부마다 규제개혁이니, 노동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노동계급에 대한 공격을 마다하지 않았다. 다만 프랑스는 유럽경제통합이후 프랑스 경제의 상대적인 우위와 국내정치의 압박으로 인해 잠시나마 좀 다른 길을 가려고 했던 것뿐이다. 그것이 주 35시간 노동제 도입이었다. 그런데 이제 사회당 정부는 이 좀 다른 길을 버린 것이다.


프랑스라고 예외가 아니었다


프랑스는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한 경찰들의 폭력으로 거리만 지옥이 된 것이 아니다. 수십 년 동안 지배계급이 자행해온 반노동, 친자본적 개혁에 의해 전 사회가 지옥에 처해있다. 다만 착각에 의해 지옥에서 잠깐의 휴식이 그 동안 있었을 뿐이다. 그 착각은 통합된 유럽에서 프랑스가 상당한 비교우위를 누릴 거라는 착각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독일에 경쟁력에 밀리고, 더 가난한 국가의 재정지원 등쌀에 견디기 힘든 지경이 된 것이다.


사실 프랑스도 수십 년 동안 다른 유럽국가와 마찬가지로 재정건전화라는 이름으로 복지축소가 진행되었고 건전해야할 재정을 견디기 힘들게 하는 감세정책이 동반되었다. 프랑스라고 해서 용빼는 재주가 있을 수 없었다. 게다가 2008년 이후에는 은행들의 빚을 떠안기 위해 막대한 재정적자가 진행되었다. 그리스 사태 이후로는 유럽각국에 투자한 투자금 손실에 대한 우려가 눈덩이처럼 커졌다.


결국 사회당 정부는 오래전부터 추구되었으나 2008년에 파산을 경험한 노동유연화에 미래를 걸었다. 판돈을 잃을 것이 너무나 뻔한 도박에 올랑드는 올인을 했고, 젊은이들은 밤새 토론을 하고 있다. 


사민주의자들의 ‘정치’에 대한 믿음은 파탄났다


나라가 빚을 내서라도 복지를 유지하고, 이를 통해 노동자들의 구매력을 유지하면 자본주의가 만족할 만한 성장을 할 것이라는 믿음을 자본가들이 버리면서 신자유주의는 시작되었다. 이들은 세계은행을 통해, 그리고 미국의 대학을 통해 이런 믿음을 세계화했고, 어느 순간 이들의 믿음은 종교가 되었다. 사민주의자들은 일찍부터 이들의 덫에 걸려들었고, 신자유주의의 충실한 동반자가 되었다. 독일사민당의 슈뢰더, 영국노동당의 블레어가 그들이다. 이 종교는 2008년도에 완전히 파산을 맞이했고 창시자는 자리를 떴다. 그러자 신자유주의의 어설픈 추종자들, 그중에서도 진보라 자칭하는 사민주의세력은 이 경제적 파탄이 정치를 통해 회복될 수 있는 거라는 믿음을 유포했다. 


프랑스는 ‘정치’에 대한 믿음을 입증하는 예가 될 것 같아 보였다. 사민당이 새로운 정책을 제시하며 집권했고, 지금까지 다른 길을 갈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프랑스에서 대중의 힘으로 수십 년 동안 유보되었던 노골적인 노동유연화의 길로 사회당 정부가 앞장서서 퇴보하는 것이었다. 정치는 경제의 시녀라는 사실이 또 한 번 확인되었다. 그래서 밤샘점거투쟁을 하는 젊은이들은 피켓을 들었다.


문제는 자본주의다. 자본주의 분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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