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9일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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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 사태, 자본주의가 정상상태가 된 사회에서 비롯된 비극
김광수  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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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문제가 된 가습기 살균제는 산업자원부에 의해 가습기 세척제로 허가를 받은 제품이다. 그러나 피부접촉정도만 허용되는 세척제가 가습기 물통에 들어가는 살균제로 둔갑하고, 초음파 진동기에 의해 미세먼지 상태로 분해되어 영유아의 폐로 흡수될 때까지,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어디든 간에 업계의 자율규제 사항으로 손을 놓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사건의 시작이다. 그리고 가습기 살균제가 폐손상을 일으켜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음이 밝혀졌음에도 철저히 언론이 외면하고, 국회가 외면하고, 사법기관이 외면해 왔던 것이 사건의 몸통이다. 그러다 피해자와 시민단체의 각고의 노력으로 진상이 명백히 밝혀지자 진실을 외면했건 몰랐건 이웃의 고통이 그토록 처절했음을 새삼 확인한 사람들은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부끄러움에 얼굴을 들지 못하게 되었다. 


옥시사태의 주범과 종범


이번 사태의 주범은 돈벌기 위해 사람의 생명을 유린한 자본이다. 이제 사멸하는 자본주의는 고작 돈 몇 푼에 인간문명을 조롱하고 있다. 제3세계에 공해산업을 수출하는 일, 소말리아 앞바다에 산업폐기물을 몰래 버리는 일, 부작용이 엄청난 약품을 속여서 파는 일이 형태를 바꾸어 더 대규모로 더 노골적으로 자행되고 있다. 이제 인간문명, 혹은 인간의 분별력은 자본주의에서 번듯하게 존재하기가 어려워졌다.


이런 자명한 현실은 모두가 반성하는 자이며 또한 피해자인양 내세우는 신파연기로 은폐된다. 중앙일보가 사설을 동원해 언론의 하이에나 근성을 반성하고 양심타령을 하면서도, 규제완화타령에 나팔수를 하고 다닌 언론의 행적에 입을 다문다. 서울대 교수들이 옥시의 부탁으로 실험결과를 왜곡한 교수가 구속되자 연구자의 도덕성에 대해 개탄하지만 대학을 이미 기업의 하청기관으로 바꾼 대학의 영리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채 학문의 상업화 주범인 자본주의에 대해 꿀 먹은 벙어리 행세다. 진실규명에 시간 끌기로 일관한 사법기관이나, 사태를 외면하고 딴 소리 해온 국회의 행적이 바로 대기업과 자본에 대한 스스로의 본능이란 걸 인정치 않는다. 그저 나쁜 놈은 딱하나, 외국자본, 옥시 그 놈들인 것이다. ‘옥시’를 ‘자본주의’로 바꾸면 사태가 더욱 선명해 보이지만 이들이 그럴 리 만무하다.


자본주의 규제개혁이라는 정상상태


이러한 사태가 벌어진 것은 우리 사회가 ‘정상사회’로 가는 괘도에서 벗어나거나, 발을 헛디뎌서가 아니다. 정관계 모두가 합심으로 이 나라를 극히 정상으로 이끌어왔고 언론과 학계가 지극 정성으로 그 길에 공헌해 왔다. 규제개혁이 종교가 된 것이 어디 하루 이틀이던가? 대통령선거에서 군수선거까지 모두 같은 부흥회가 열린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는 노무현 정부 때부터 국정제일과제다. 


사실 규제개혁은 정치권이 제일 좋아하는 경제정책이 되었다. 때로는 규제철폐로 더 화끈하게 부르고 있는 이 정책은 설사 성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규제개혁이 철저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하면서 더 철저한 규제개혁을 다짐하며 넘어갈 수 있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약방의 감초요, 전가의 보검이 되었다. 이러한 규제개혁 덕분에 국보 1호, 남대문이 불탔고, 세월호가 터졌다. 옥시사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인체에 해로운 약품을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자율에 맡긴 것이 사태를 이렇게 키웠다. 


대부분 선량한 사람들에게 옥시사태는 분노와 미안함, 부끄러움이 함께 몰려오게 한다. 분노의 대상이 선정적인 나쁜 외국자본 악마 만들기 놀이가 아닌 사태의 본질에 대한 성찰로 이어져야 한다. 매일의 노동이, 해마다 치루는 선거가 악마를 불러들이고 있는 이 질서의 재생산이 아니었는가를 성찰하는 일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세월호에 메르스에 이번 옥시사태까지 관통하고 있는 자명한 사실은 더욱 선명히 사람들의 눈앞에 폭로되고 있다. 그저 정직히 사실에 반응하면 그만이다. 그렇게 정직은 인류역사를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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