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 28일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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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에 몰린 브라질 노동자당: 정치위기 이면에 놓인 경제위기를 해부하다
현수  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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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룰라 브라질 前 대통령의 뇌물수수 의혹이 브라질은 물론 전 세계에 보도되었다. 다수의 서방언론은 근래 고조되고 있는 반정부 시위에 초점을 맞춰 집권여당인 노동자당의 부패를 강조했으며, 야당의 우파 세력은 여세를 몰아 작년 말 제기한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안을 하원에서 통과시킨 상태이다. 탄핵 이유는 호세프 정부가 2014년에 사회복지 사업의 확충을 이유로 국영은행에서 빌린 돈을 제 때에 갚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브라질 노동자당의 지지자들은 일련의 사태를 우파 야당과 사법부, 미디어 등의 기획된 쿠데타이며 민주주의에 대한 모욕이라 규탄하고 있다.


이러한 브라질 정세를 놓고서 국내 보수언론은 노동자당의 선심성 정책이 낳은 예견된 파국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진보진영에선 이번 사건이 우파의 기획된 의회 쿠데타라는 점을 강하게 지적하며 민주주의의 위기에 맞서 노동자당을 엄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는 그룹 중 과거 군부독재를 지지했던 세력이 있다는 것이 주된 근거로 꼽힌다. 그러나 탄핵안의 찬반을 논하기에 앞서 2013년 이래 반정부 시위가 계속된 이유가 무엇인지, 브라질 노동자당이 왜 노동자 빈민의 지지를 잃고 위기에 처하게 되었는지를 보다 구체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브라질 자본주의의 특수성


브라질은 1910년대 이래 커피생산과 목축업 등의 농업생산과 자원무역을 중심으로 하는 수출주도형 발전을 지향해왔다. 그러나 1929년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 등을 거치면서 수출 증가에 의한 해외로부터의 자극을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삼는 것이 여의치 않다는 판단 아래 1950년대 들어 보호무역과 불균등 발전을 주축으로 하는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을 취했다. 이로 인해 1910년대 GDP에서 36%를 차지하던 농업생산은 1980년대에 이르러 10%로 줄어들게 되었으며 반대로 제조업은 14%에서 41%로 성장하였다.


그러나 수입대체 산업화의 특성 상 제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보다 비싼 기계과 부품들을 해외로부터 사들여야 했기 때문에 언제나 국제수지의 부담에 시달려야 했고 상대적으로 무역업자와 해외 소재 외국기업의 영향력이 커지는 걸 방조하게 되었다. 또한 자본집약적 산업에 중심을 둔 나머지 실업률 감소 효과가 미미했으며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되려 소득격차가 심화되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1964년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는데 군사정권은 외국자본을 보다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면서 위기를 가중시켰다.


대규모의 외채 덕분에 브라질은 상당한 수준의 외형적 성장을 이루었지만 취약한 경제구조 탓에 결국 1973년 오일쇼크를 계기로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경제 위기가 증대함에 따라 정치적 불안은 가중되었고 정권의 부패와 무능을 지적하는 민중의 목소리는 커져만 갔다. 이러한 압박 속에서 군사 및 기존 기득권층은 1985년 자신들의 특권을 보존하기 위해 민정이양을 선언했지만 새로운 정부와 함께 신자유주의의 광풍이 몰아쳤다. 이때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금융자유화와 노동법 유연화, 국내외 자본의 제휴와 국영기업의 민영화 등 각종의 신자유주의 정책이 브라질 자본주의의 모순을 극대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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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당의 집권과 그 이후


신자유주의 정책의 결과로 제조업의 생산성은 1990년부터 1997년 사이 매년 7.6%씩 증가했지만 제조업 부문의 고용이 40%나 감소했고 무려 150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또한 국민소득에서 노동이 차지하는 비율은 1980년 50%에서 1990년대 40%로 하락했으며 실업과 빈부격차는 이전보다 더욱 확대되었다. 그 결과 2002년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조직된 노동계급과 외국자본에 등 떠밀린 민족 부르주아지, 기존 지배계급과 중산층 중 일부와 빈민층의 연합에 의해 노동자당의 룰라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하지만 사회주의를 표방한 데 비해 지지기반의 이해관계가 상충했던 룰라 정부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즉각적인 폐기를 시도할 수 없었다. 신자유주의의 폐해에 맞서 룰라 정부는 평균 임금의 인상과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확충하는 재정정책을 구사했지만 여전히 경제성장은 제자리였고 고용지표 또한 개선되지 않았다. 이에 연임을 하게 된 룰라는 이른바 신발전주의로 불리는 “국가 경제 발전” 전략을 내놓았는데, 내수 및 투자의 급속한 성장을 위해 정부지출을 더욱 확대하여 국내 자본을 육성하고 여기서 발생한 잉여의 일부를 노동자와 빈민에게 분배하는 게 골자였다. 즉 파이를 키워 잉여를 분배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이는 한편으로 이미 1980년대부터 아제국주의적 성향을 띤 브라질 경제의 근본적 구조변화를 포기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정책 기조는 지우마 호세프 정부로 이어졌다. 이미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로 선순환 구조가 깨진 상황에서 브라질 자본주의의 모순은 점차 심화되었고 경쟁력 있었던 자원무역마저 흔들림에 따라 2011년 이후로는 성장률이 눈에 띄게 둔화되기에 이르렀다. 결국 노동자당은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회귀했는데 특히 호세프 정부는 친자본적 정책을 채택하며 위기를 심화시켰다. 결과적으로 경제성장의 성과가 민간투자자에게만 돌아가게 됐으며 선진국 경제정책의 변화에 따른 외국자본의 유출입에 경제구조가 더욱 취약해졌다. 그리하여 브라질의 주 수출대상인 중국과 EU, 미국의 경제가 위축됨에 따라 재차 위기에 빠지게 된 것이다.


물론 노동자당이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아니다. 집권 이래 2,100만의 일자리를 창출했고 2001년과 2009년 사이 최하분위의 소득을 91%나 상승시켰다. 뿐만 아니라 남성소득이 16% 상승한데 비해 여성소득은 38% 상승했고, 백인소득이 20% 증가한데 비해 흑인소득이 43% 증가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 결과가 자본주의적 성장에 따른 분배의 결과란 것이다. 즉 브라질 노동자당이 십여 년 넘게 집권할 수 있었던 것은 일시적인 자본주의 호황에 편승하여 국내 자본과 노동자 빈민의 모두의 이해를 만족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본주의 모순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위기는 다시금 찾아올 수밖에 없었고 오히려 이 과정에서 진행된 노동자당의 부정부패와 우경화가 노동자와 빈민의 저항과 극우세력의 약진을 야기하였다.


자본주의 하에서 노동자계급 정당의 역할


앞서 호세프 정부가 사회복지사업을 확충하기 위해 국영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렸다고 했지만, 동시에 의료·교육·연금 등 사회복지 재원을 삭감하고 공공요금을 인상한 것 또한 호세프 정부란 것을 잊어선 안 된다. 그렇기에 이번 브라질 사태를 단순히 우파 세력의 공작으로만 치부한다면 문제를 반만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예컨대 학교를 폐쇄하려는 시도에 대항해 상파울로에서 일어난 학생들의 점거시위와 노동자들의 파업을 우파의 공작이라 치부할 수는 없다. 2015년 총선에서 노동자당이 참패한 이유는 그들이 사회변혁 프로그램을 추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많은 브라질 노동자 민중은 경제위기에 직면한 2기 호세프 정부가 좌선회할 것을 기대했지만, 호세프 정부는 더욱 우경화하여 이 기대를 산산이 무너트렸다.


역사적으로 브라질의 고질적인 정치적 불안과 빈곤의 재생산은 브라질 사회의 특수한 경제적 토대로부터 기인한 자본주의 모순의 결과였다. 현재 브라질과 노동자당이 처한 위기도 마찬가지이다. 근본적인 변혁이 없는 자본주의적 개혁은 자본주의의 모순을 심화시킬 뿐이다. 또한 인기 있고 유능한 정치인이 아닌 자기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실천하는 노동자의 정치적 단결만이 다른 세상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노동자계급 정당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브라질 노동자당의 위기를 단순한 탄핵 찬반문제로만 접근하기보다 브라질 노동자당 이후의 사회주의 정치, 나아가 한국 사회의 사회주의 정치가 어떻게 전개되어야 할지 더 폭넓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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