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 28일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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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2주년, 변하지 않은 것과, 변한 것
황성현 대학생  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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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16일 이후로도 2년이 흘렀다. 지난 2년 동안 우리는 수없이 많은 고통들을 보았고, 당연하게도 지난한 투쟁의 과정 속에 있었지만 쉬지 않는 투쟁의 연속 속에서도 아무 것도 바뀌어 낼 수 없었다. 그러는 사이 개개인들은 조금씩 변해왔다. 2년 전부터 다짐했던 잊지 않겠다는 약속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풍화되어 갔지만, 남아있는 사람이든 그렇지 않은 사람이든 자신의 처지에 있어서의 절실함과 처절함은 점점 각박해지는 현실과 맞물리며 더욱 심화되어갔다.


나 또한 변하지 않았지만, 또 변화했다. 1년 전 이맘때 나는 어느 대학생 단체와 함께 세월호 추모 행사를 준비하고 있던 중이었다. ‘잊지 않겠습니다, 계속 싸우겠습니다’는 우리의 구호였고, 내 생각이 어떻든 싸우는 우리들의 목적은 ‘박근혜 퇴진, 정권 심판’ 혹은 ‘안전사회 건설’ 이었고, 후속으로 제안 했던 집회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박근혜 퇴진과 정권 심판이 의미를 가지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지금 정치가 어떠한지 대한 질문이 빠진 정권 교체를 위해서만, 또는 지금 사회가 어떠한지 대한 질문이 빠진 안전 사회 건설을 위해 싸웠었다. 그리고 1년 후의 지금 나는 또 한 번의 세월호 행사를 준비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전과는 다른 사람들과, 이전과는 다른 언어로 행사를 채워나갔다. 4월 15일 우리는 ‘기억은 세상을 바꾸지 않는다’라는 대자보를 시작으로 한 집담회를 열었다.


기억은 세상을 바꾸지 않는다.


집담회는 누군가는 항상 이야기 해왔던 새롭지 않은 것이고, 또 어렴풋이 이야기 되었을지 모르는 것이지만 또 언제나 이야기 되지 않았던 관점에서 이야기를 진행해 나갔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자리였다. 그렇지만 우리가 얼마나 의회정치를 넘어서기 어려운지, 또 계급대립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깨닫는 자리이기도 했다. 집담회가 끝난 뒤, 누군가는 자신과 맞지 않다며 후속 제안을 거절했고, 누군가는 주최 측의 논리에 세월호를 끼워 맞추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생각해보면 너무도 당연한 말이었다. 기억만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 물론 세월호 참사는 결코 잊을 수 없고, 참사의 책임은 먼저 무능했던 박근혜 정권이 짊어져야 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세상이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잊지 않는다는 것, 그 사실만으로는 세상은 바뀌지 않으며, 역시나 세상이 그래왔던 것처럼, 누군가가 나 자신의 처지의 문제를 대리하여 해결해 주는 방식으로는 결코 세상은 바뀌지 못할 것이다. 이제는 박근혜 정권의 무능, 역시나 무능한 제도·법 뒤에는 더욱 본질적인 문제가 있음을 우리가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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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문제이고,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는가


무엇이 문제인지는 ‘이윤보다는 생명’을 외치는 모든 곳에서, 예컨대 세월호의 모습에서, 밀양 송전탑에서, 쌍용 자동차에서 드러나고 있다. 한층 더 극대화된 자본주의의 모순이 대립을 견디지 못해 몸부림치고 있지만, 등잔 밑이 어둡듯 교묘히 은폐된 자본주의의 모순이 우리를 현혹하고 있다. 그것은 겉으로 우리의 권리를 보장하는듯하나 실제로는 자본가를 위해 봉사하는 국가란 틀 안에, 그들의 통치 수단인 법이라는 틀 안에, 경제적 지배를 사상한 평등한 계약관계라는 틀 안에 우리가 이미 갇혀있기 때문이다. 4년 만에 돌아온 총선이 우리에게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속삭였지만, 은폐된 모순을 도외시한 ‘박근혜 퇴진, 정권 교체’와 ‘안전 사회 건설’이 알맹이 없는 껍데기였다는 것을 재차 확인했을 뿐이다.


우리는 자본주의라는 체제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학생이기 이전에 자본주의 체제 속의 학생이고, 농민이기 이전에 자본주의 체제 속의 농민이며, 또한 노동자이기 이전에 자본주의 체제 속의 노동자이다. 국가와 상품의 물신성이 끊임없이 우리를 현혹하기에, 우리가 꾸준히 고민해야 할 것은 내가 어디에 위치해 있는 누구인가여야만 한다. 많은 사람들이 수저계급 등을 이야기하지만 노동자와 자본가의 관계는 이야기 하지 못하고, 헬조선을 이야기하면서도 자본주의 체제 그 자체의 문제에 대해 말하지 못한다면, 결코 세상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박근혜 정권퇴진’도 아니고, ‘안전사회 건설’도 아니며, 세월호를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만도 아니다. 문제는 오히려 명확하다. 내가 발 딛고 있는 땅에서부터, 내가 맺고 있는 사회적 관계들에 대하여 고민하는 것, 바로 이 자본주의 체제 그 자체를 지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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