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24일 97
해방 > 97호 > 문화

[책소개] 레닌, 무엇을 할 것인가?(박종철 출판사)
황정규  ㅣ  

 

최초의 사회주의 혁명인 러시아 혁명을 성공시킨 레닌은 많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전위당을 앞세운 조직가, 권모술수에 능한 전략가 이미지가 가장 강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미지가 실제로 레닌 자신의 모습인지 제대로 볼 기회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 전 다시 읽은 <무엇을 할 것인가>는 통속적 이미지와 다른 레닌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무엇을 할 것인가> 다시 읽기


무엇보다 <무엇을 할 것인가>를 다시 읽으며 느낀 것은 이 책을 ‘의식성의 외부로부터의 도입’이나 ‘직업적 혁명가 조직’이라는 조직형태와 관련된 논의를 하고 있는 책으로 한정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의식성의 외부로부터의 도입’ 테제는 사회주의 의식이 노동자 스스로의 힘으로 형성될 수 없다고 주장하여 혁명적 계급으로서 노동자계급의 주체성을 부정하고 엘리트주의, 대리주의로 이어질 수 있다. 사실 레닌은 자신의 논의를 위해 당대에 널리 퍼져있던 의식성 테제를 가져온 것이었다. 그렇지만 레닌은 “‘자생적 요소’가 그 본질 상 다름 아닌 의식성의 맹아적 형태”임을 주장하였고, “노동자 계급이 자연적으로 사회주의에 이끌려간다”는 점을 부정하지 않았다.


또한 이 책을 의식성과 자생성을 대비시키고 레닌은 의식성만 강조했다는 식으로 이해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레닌은 노동자의 자생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당시 고양된 노동자계급의 운동을 배경으로 노동자투쟁을 절대화하며 자생성에 굴종하는 ‘경제주의자’를 꽁무니주의라고 비판하였다. 그리고 노동자 운동의 더 큰 진전을 위해 사회주의 정당 건설이라는 실천적 과제를 제기하였다.

 

<무엇을 할 것인가> 새롭게 읽기


오히려 우리가 주목할 점이자 <무엇을 할 것인가>에서도 확인되는 레닌의 진면목은, 능수능란한 전략가도, 사회주의당의 중요성을 인식한 조직가만이 아니라, 올곧은 사회주의자로서 레닌이다. 노동자들이 자본주의적 착취를 철폐하여 계급 자체를 폐지하고 이를 통해 인간에 대한 인간의 착취와 억압 전체를 종식시킨다는 내용이 사회주의의 중심사상이다. 레닌은 바로 이 사회주의의 중심사상을 일관되게 견지한 사회주의자였다.


우선 <무엇을 할 것인가>는 이 책에 대한 일반적 인식과 다르게 노동자의 주체적 가능성을 역동적으로 보고 있고, 노동자들을 단순히 경제적 인간으로 축소시키는 경제주의에 비판을 가하고 있다. 가령 레닌은 “노동자들의 의식 수준을 전반적으로 향상시키려고 가능한 한 많이 고민하고 노동자들이 인위적으로 축소된 ‘노동자용 서적’의 범주에 자신을 가두지 말고 더욱 많은 일반서적들을 읽어 체화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레닌은 오히려 경제주의자들이 노동자들의 가능성을 경제적 요구로 한정하고 있다고 본다.


두 번째로, 레닌은 노동자들이 경제투쟁에만 머물러서는 안되고, 다른 사회적 억압과 폭력에도 적극 나서서 투쟁하고 이를 사회주의적 투쟁과 결합시켜야 한다고 보았다. 레닌은 “민주주의를 위한 전위 투사로서의 노동자계급”이라는 절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이상적인 사회민주주의자는 노동조합의 서기가 아니라, 전횡과 억압―그것이 어디에서 발생하건, 어떤 계급, 계층에 관계된 것이건 상관없이―이 드러나는 온갖 현상에 대응할 능력이 있는, …… 그러한 인민의 호민관이어야 한다는 사실은 아무리 주장해도 충분치 않다.”


이것은 단지 우연히 등장하는 내용이 아니다. 레닌은 정치생애 내내 모든 억압과 착취를 철폐하는 근본적 운동을 지향하였다. 그는 당시 러시아의 계급착취 외에 가장 중요한 억압이었던 민족적 억압과 농민에 대한 억압에 민감하게 반응하였다. 러시아 혁명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역시 이러한 점에서 찾을 수 있다. 레닌과 볼셰비키는 과거의 억압과 착취를 거부하고 자기 삶의 주체로 나서고자 하는 러시아 노동자 민중의 열망을 이론적으로, 실천적으로 표현하는 운동을 건설하였기에 러시아 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것이다. 그리고 <무엇을 할 것인가>에서 우리는 이미 착취와 억압을 철폐하는 근본적 운동을 지향하는 사회주의자 레닌을 읽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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