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24일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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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샷법과 한국 자본주의의 공황
현수  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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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자본주의의 공황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위기의 한국경제 마이너스 경제지표 증가’라는 자료를 통해 생산·수출·소비·투자 등 주요 경제지표가 모두 마이너스임을 밝히며 한국 경제가 명백한 위기임을 고백했다. 특히 제조업의 경우 지난해 사상 최초로 매출액이 감소한 데 이어서 재고율지수 역시 작년 말 128.1(잠정치)에 육박하여 2009년 세계공황 때와 비슷한 수준이 되었다. 그리고 위기는 조선·해운·철강·자동차 등은 물론 금융권으로까지 퍼져나가고 있다.


몇 년 간의 조선업 구조조정으로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이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기업부채도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2401조 3000억 원에 달해 GDP 대비 150%로 세계 최고수준이 되었다. 또한 영업이익으로 은행대출이자를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2009년 보다 증가했으며 지금도 늘고 있는 추세라 하니 언제 연쇄 도산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다.


이러한 위기 앞에서 박근혜 정부를 비롯한 자본가계급은 자유로운 해고를 위한 노동개악과 각종 사회보장정책의 후퇴와 더불어 조속한 구조조정을 목표로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이하 원샷법)을 통과시켰다. 과잉공급 부문의 생산성을 재고하고 재무구조의 개선을 위해 사업재편을 추진하는 자본에게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 이른바 원샷법의 주요 내용이라 하겠다.
 
노동자민중을 겨냥하는 원샷법


그러나 원샷법을 통해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점은 그들이 본질을 말하고 있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일 과잉생산이 현 자본주의 위기의 원인이라면 과잉생산이 무엇으로부터 비롯되었는지에 대해, 즉 과잉생산의 원인을 지적하는 것이 올바른 수순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원인을 지적하지 못하는 건 과잉생산이 바로 자본주의 체제 자체의 모순으로부터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공황의 근본적인 원인은 사회의 필요가 아닌 자본의 이윤을 위해 상품을 생산하는 자본주의적 경쟁과 무정부적 생산이다. 달리 말해 생산수단을 독점한 소수 자본가와 그들에게 노동력을 팔지 않고선 살 수 없는 노동자 사이의 적대적 모순으로부터 비롯된 것이 자본주의의 공황인 것이다. 한편에 세습적 부(富)와 다른 한편에 상대적 빈곤을 축적하며 일시적인 호황과 공급과잉, 그리고 파멸적 공황을 반복해온 것이 바로 자본주의의 역사라는 것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들은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부정한 채 그저 앵무새처럼 과잉공급의 현상과 양상만을 지적하며 과잉부문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만 반복하고 있다. 결국 원샷법은 노동자만을 겨냥하게 된다. 노동자민중에 대한 공황의 책임전가와 과잉된 자본의 땡 처리에만 목을 매는 것이 원샷법의 본질이다. 이대로라면 IMF 때와 마찬가지로 거대 독점 자본의 독점은 더욱 심화될 것이고 삶의 현장으로부터 내몰린 노동자민중의 삶은 몰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본주의를 향한 ‘One Shot’


일찍이 엥겔스는 과잉생산과 공황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예컨대 생산력이 너무나도 확대되었기 때문에 그것은 이 생산력이 그 속에서 운용되고 있는 사회제도[자본주의(옮김이 주)]에 대해, 견디기 어려운 질곡에 대해 반역하는 것”이라고.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유일하게 가능한 해결, 그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사회질서라는 질곡으로부터 사회적 생산력을 해방시키고 실제의 생산자인 민중을 임금노예제로부터 해방시키는 사회혁명” 뿐이다.


이미 자본가 계급은 노동자민중을 향한 대규모 공세를 펼치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다가온 공황의 본질, 이 체제의 본질을 깨닫지 못한 채, 그저 현실을 지옥이라 자조하기만 한다면 역사는 제자리에서 멈춰 설 것이다.


양손에 냉소와 무기력을 쥐고 있는 우리에게는 자신을 향한 신세한탄이나 나아가 스스로 삶을 끊거나 잠시 현실을 외면하기 위한 몽상으로의 도피가 아니라 우리를 속박하고 억압하는 이 사회체제를 향한, 자본주의를 향한 ‘원 샷’이 필요하다. 그것은 무엇보다 우리를 둘러싼 억압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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