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18일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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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당신에게 <자본론>을 권하는 이유
현수  ㅣ  2015년 12월 18일


자본론 전면 개정판의 의미

지난 7월 세상을 떠난 고(故)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가 생애 마지막에 개정한 <자본론> 새 번역판(비봉출판사)이 최근 출간됐다. 김교수와 함께 개정판 작업에 참여한 강성윤 박사는 기존 번역판의 한자어와 영어 표현들을 우리말로 바꾸는 등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읽기 쉽도록 개정판을 수정했다고 말한다. 또한 원문에 가장 가깝다고 평가받는 영어판 마르크스-엥겔스 저작집과 신일본출판사의 <자본론> 등을 참고하여 다른 나라의 번역 성과들 역시 담아냈다고 하니 눈 여겨 보아야 할 것 같다.

자본론을 필요로 하는 시대

이로써 현재 한국에서 공식적으로 판매되는 <자본론> 번역판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2010년 발간된 강신준 교수의 <자본론>(도서출판 길)이고 다른 하나가 최근 개정된 김수행 교수의 번역판이다. 강신준 교수 스스로가 자신의 책에서 이미 밝혔듯이 “국내총생산 규모가 세계 10위권에 들어간 경제대국에서 인류지성사의 거의 최상급 고전 반열에 들어 있는 <자본>의 번역본이 겨우 2개뿐이라는 점”은 다소 초라해 보인다. 그러나 그와 별개로 현 세태는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필요로 하고 있다.

김수행 교수는 2001년 번역자 후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자본가들을 살리려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실직과 임금삭감과 고용불안과 노동 3권의 상실과 기아를 경험하고 있으며, 일반 시민들은 자기의 세금이 공적자금이라는 이름으로 깨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낭비되고 있는 것을 본다. 이러한 일상생활의 현실이 자본주의의 비합리성, 잔인성, 폭력성을 그대로 폭로하기 때문에 자본론을 읽으면 금방 “이 이야기가 우리에 대한 이야기다”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그로부터 14년이 지난 2015년의 한국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노동자들은 이전보다 더 큰 고용불안과 저임금, 장시간의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산재 사망률 OECD 1위, 자살률 1위, 노인빈곤율 1위와 가계부채율 1위라는 숫자는 우리의 현실을 보다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심지어 올해 유엔이 ‘세계 행복의 날’에 맞춰 여론조사업체 갤럽을 통해 실시한 ‘행복도 조사’에서 한국인이 느끼는 행복감은 143개 나라 중 118위, 100점 만점에 59점에 불과했다. 이것이 지금 한국의 현실이다.

자본론은 무엇을 말하는가?

이제 더 이상 포기할 걸 셀 수 없어서 ‘N포세대’라 불리는 청년은 물론 노동개악으로 인해 비정규직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노동자 민중에게 <자본론>은 무엇을 말하고자 할까? 그저 자본가들이 탐욕스럽고 이기적이며 노동자에게 악의(惡意)를 가진 존재라고 하는 걸까? 결코 그렇지 않다. 마르크스는 “경제적 사회구성의 발전을 자연사적 과정으로 보는 나의 입장에서는, (중략) 개인이 이러한 관계들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개인은 주관적으로는 아무리 이러한 관계들을 초월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사회적으로는 여전히 그것들의 산물이다”라고 말한다.

단지 자신이 잘못한 게 없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이 시궁창이어서 감내해야 할 고통이 커지는 데 대하여 그저 냉소로 일관하거나 애꿎은 누군가를 혐오하거나 개별적으로 헐뜯는 것이 아니라 마르크스는 그 고통스러운 현실을 보다 세밀히 과학적으로 보라고 말하고 있다. “사태를 전체적으로 보면 이 모든 것은 개별 자본가의 선의나 악의 때문은 아니다. 자유경쟁 하에서는 자본주의적 생산의 내재적 법칙들이 개별 자본가에 대해 외부적인 강제법칙으로 작용한다.” 문제는 자본주의, 그 자체라는 것이다.

마르크스는 <자본론>을 통해 자본주의 체제에서 필연적으로 도래할 수밖에 없는 위기에 대해 노동자 민중이 무엇을 보아야 하는지를 지적하고 있다. 즉 혼란한 현상에 현혹되기보다 그러한 현실을 심층적으로 움직이는 자본주의 체제의 본질을 발견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본론>은 현란하다 못해 어지러운 현실 속에서 방향을 잡아 자본주의의 질곡을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돕는 나침반에 해당한다. 남은 것은 이 나침반을 들고 나아갈 길을 명확히 하는 것뿐이다. 바로 지금부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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