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18일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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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선진화법으로 둔갑한 국제의료 상업화법 “국제의료사업지원법”
정동식  ㅣ  2015년 12월 18일



‘국제의료사업지원법’이 발의 1년여 만에 드디어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안은 의료기관의 해외진출과 외국인환자의 유치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국제의료 사업지원법은 한쪽에서는 의료수출과 환자유치를 막는 제도적 장애를 제거하는 것이라는 주장부터, 해외를 통한 우회적 영리병원설립법이라는 비판까지 받아왔다.

이 법의 주요골자는 해외진출병원에 대한 금융‧세제 혜택과 외국인 환자유치를 위한 광고허용, 외국인 환자를 위한 배상보험가입, 불법브로커 고발신고 제도 마련 등이다. 병원의 해외진출과 외국환자유치는 정치권이 의료선진화라는 말로 포장하며 청년일자리 창출의 유력한 방안으로 강조해왔던 내용이다.

국제의료사업은 청년일자리 창출의 대안이 될 수 있는가?

우리나라 의료산업은 경기지지산업으로 불릴 만큼 만년 불황에도 꾸준한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아무리 경기가 안 좋아도 현상유지는 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가하면 의료진의 높은 수준과 의료기술의 발달은 지난 수년간 해외환자유치 ‘엘도라도’를 형성해왔고, 곧이어 의료수출로 이어지고 있다. 사실 동네의원에서 맹장절개수술을 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시피 할 정도로 국내의료진의 수준은 매우 높아서, 막강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의사들의 공급은 과잉이고, 전문의 수련을 마치고 의원 개업 전망을 갖기에는 거의 절망적일 만큼 동네의원은 포화상태다. 병원들의 폐업은 단지 의원급 병원들의 문제가 아니라 수년전부터 중형병원의 위기로 번져있어, 1500여개 중형병원들 중 상당수가 폐업위기에 몰려 있다. 그러나 통계를 보면 의료진의 절대적인 숫자는 OECD평균의 절반에 불과하다. 간호사, 간호보조인, 간병인 등의 인력은 턱없이 모자란 수준이다. 고령화에 따른 장기요양환자나 퇴행성 질환을 돌볼 인력 등이 모자란 것이다. 지금에 와서 영화 “국제시장”에 나온 것처럼 간호보조인을 인력수출하자는 것이 아니라면 청년일자리 창출은 비정규직과 저임금지대로 고통받는 직군의 숫자를 늘리자는 것 이상이 아닌 것이다.

영리법인 타령이 계속되다

사실 이번 국제의료사업지원법은 비영리법인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모양새를 띄고 있기에 곧바로 영리법인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금까지 해외진출이 현금 투자보다는 인력의 파견 혹은 컨설팅, 위탁 운영과 같은 무형자본의 투자를 통한 진출인 이유도 의료기관의 개설주체가 비영리법인이라는 것이고, 그래서 자금조달도 불가능했다는 것이 영리법인론자들의 주장이다. 그래서 이들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정부가 해외진출을 돕기 위해 제공한 금융 지원이 의료기관의 부실한 운영적자를 메우는 등 다른 용도로 전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해외진출을 위하여 별개의 법인을 설립하고 비영리법인이 아닌 이 법인에 세제상 혜택을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의료기관의 해외진출 사업 자체의 시장성을 보고 투자하고자 하는 투자자들 역시 자신들의 투자자금이 회계가 불투명한 비영리법인에 투입되는 것보다는 이와 별개의 법인격을 보유하는 법인의 회계에 집합시키는 것을 선호한다.”
즉 이들은 영리자회사를 세우고 이 자회사가 해외진출사업의 자금을 지원받기를 원하고 있다. 결국 해외진출을 계기로 의료민영화의 물꼬를 트겠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인 것이다.

내부에서는 복지, 밖으로는 국외수탈

한국도 일부 서구국가처럼, 국내의료시스템은 공적체계를 어느 정도 유지한 채 해외에서 돈벌이 기회를 제공하는 나라로 가겠다는 것이 정부의 대체적인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영국은 NHS시스템을 갖고 있어 강력한 국가중심의 의료서비스체계를 갖고 있지만, 의료진의 해외진출, 의료자본의 해외진출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영국은 이를 통한 수익원발굴에 혈안이 되고 있어 영연방내의 의사면허를 통일시키기조차 했다. 영연방내 저개발국가에서 의사를 수입해 자국 내 공적의료시스템을 확보하고, 자국 내 높은 의료수준을 이용해 고수익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 왔던 것이다. 소위 사회복지가 잘되어 있다는 나라들이 이 지경인데, 한국처럼 의술이 상술과 구별이 잘 안 되는 곳에서 이러한 발상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높은 의료수준이 의료사각지대의 질병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해서 쓰이지 못하는 자본주의적 의료체계는 이제 더욱 악랄한 경쟁과 수탈체계로 진화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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