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18일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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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총선의 교훈
이영수  ㅣ  2015년 12월 18일



지난 12월 6일 베네수엘라 총선에서, ‘21세기 사회주의’를 표방했던 차베스의 정치적 후계자인 현 마두로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여당인 통합사회당(PSUV)이 패배하였다. 2008년 창당된 우파 민주연합(MUD)은 167석 중 109석을, 통합사회당은 55석을 확보하는데 그쳤다. 베네수엘라의 사회주의 실험은 이제 과연 실패했는가? 실패라고 단정하기 당장 어렵다면 무엇이 잘못되고 있는가?

패배의 직접적 원인

2004년부터 2008년까지 베네수엘라 경제는 매년 10%가 성장할 정도로 잘 나갔다. 이것은 베네수엘라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석유의 가격이 고공행진을 했었고, 그 덕분에 각종 사회정책에 예산을 투입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2008년부터 원유가격이 하락하자, 베네수엘라는 석유수출만으로 소비재의 수입을 감당하기 어려워지게 되었고, 2010년에는 자국 화폐를 저평가하는 새로운 환율제도를 도입해 위기를 막고자 하였다. 하지만 이는 반작용을 동반했다. 베네수엘라의 채무는 늘어났고, 물가는 폭등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베네수엘라의 부유층을 형성하고 있는 수입업자들은 부패한 관리와 결탁해 암시장을 통해 엄청난 부를 거머쥐게 되었다. 소비재의 부족, 물가폭등은 민중의 삶을 힘들게 만들었고, 보수언론은 이를 활용해 마두로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비판하고 나섰고, 이들의 지원을 바탕으로 2014년에는 10여명이 사망하는 폭력시위가 발생하기도 하였다.

‘21세기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베네수엘라의 빛과 그림자

베네수엘라는 ‘21세기 사회주의’ 실험을 함께하고 있는 여러 대중조직―공동체 위원회(Commune council), 언론공동체 등―들을 갖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 힘이 아직까지 베네수엘라를 지탱하고 있는 것이다. 성공이라고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베네수엘라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20개 이상의 미션의 경험이 있다. ’바리오 아덴트로’(무상의료), ’미션 비비엔다’(무상주택 건설), ‘미션 수크레’(무상 교육), ‘미션 메르칼’(빈민들을 위해 생필품을 저가에 공급하는 소매 제도) 등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진보적 실험에도 불구하고 베네수엘라의 경제구조는 여전히 근본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국내총생산의 90%이상을 석유에 의존하고 있는 국가다. 그러다보니 유가가 하락되면 바로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취약점을 가지고 있다. 이런 부분은 많이 지적되어 온 상황이지만 뚜렷한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차베스는 민영화됐던 석유 기업 뻬데베사(PDVSA) 국유화하고, 통신, 철도 등 기간산업을 재국유화하는 조치를 실행했지만 생산, 유통부분의 상당수가 자본가들의 손에 맡겨져 있다. 마두로 대통령이 인플레이션과 물자부족을 통제하기 위해 2년 반 동안 여러 가지 수단을 동원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노동자 경영의 실험도 그다지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21세기 사회주의’의 성공은 경제구조를 어떻게 변혁하는냐에 달려있다

마두로 정권의 총선 패배는 사회주의로 가려고 하는 베네수엘라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결과이다. 사회주의를 표방하면서 경제적 토대를 형성해 나가고 있지 못하고 있다. 높은 석유의존도, 자본가들이 통제하는 생산구조가 바로 그러한 것이다. 또한 관료들의 부정부패, 자본가들과의 어정쩡한 타협도 여전하다. 경제의 대부분을 악마의 눈물이라 불리는 석유에 의존하고, 차베스 집권 이전 오랜 시간동안 형성된 사회경제 구조를 그대로 존속시키는 한 볼리바리안 혁명의 위치는 계속 불안할 수밖에 없다. 치안을 개선하고 주택공급을 확대하는 정책도 중요하지만, 사회주의로 이행하는데 핵심이 되는 조치들을 과감히 시도하려는 노력만이 야만의 자본주의로 회귀하지 않는 방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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