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14일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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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기후총회의 미래?
이정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부소장  ㅣ  2015년 11월 14일


1992년 기후변화기본협약에 합의한 리우 회의 이후 20년이 넘는 동안 기후변화는 시대적 과제가 되었지만, 그 성과는 초라하기만 하다. 1997년에 탄생한 교토의정서는―비록 미국이 비준을 하지 않고 이탈했지만―세계가 기댈 수 있는 최소한의 게임의 룰로 작동했다.

교토의정서(2008~2012년) 이후 새로운 체제, 즉 포스트 교토체제에 대한 논의가 2007년부터 시작되었지만, 2009년 코펜하겐 기후변화총회(COP15)의 실패로 2013년 이후에 대한 합의는 어려워졌다. 2011년 더반 기후변화총회(COP17)에서 미봉책으로 교토의정서 2차 공약기간(2013~2020년)을 결정했지만, 유럽연합을 제외한 주요 선진국들이 거부하면서 파행으로 치달았다.

2020년까지 국제 목표가 없는 상황 속에서 어느 나라도 ‘의무적으로’ 감축할 필요가 없는 국제온실레짐의 무정부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렇게 유엔 중심의 기후변화 거버넌스는 8년을 포기하면서 2020년 이후의 프로세스를 기약하는 식으로 봉합하기는 했으나, 국제기후협상은 후퇴를 거듭했다.

11월 30일부터 2주 동안 파리에서 열리는 제21차 유엔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1)는 ‘신기후변화체제’라는 이름으로 다시 한 번 ‘잘 해보자’는 취지에서 목표와 계획과 방법을 협상하는 회의이다.

새롭게 시작하는 만큼 뭔가 혁신적인 내용이 담겨있을까?

파리 총회는 지구와 민중을 살릴 ‘또 한 번’의 국제회의로 기대를 받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숨만 붙어 있는 교토체제를 대체할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에, 반드시 새로운 합의가 도출되어야 한다는 바람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짜인 판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선진국만이 아니라 개도국도 참여하여 감축 대상국이 사실상 전 세계로 넓어졌지만, 각국이 ‘자발적으로’ 목표와 계획을 수립해 이를 취합하는 ‘상향식’ 방식을 도입하였다. 지구적 목표를 야심차게 설정하고 국가 간 할당 배분의 정의를 실현하는 데 유용하다면 이런 방식을 마다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각국이 유엔에 제출한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방안(INDC)을 취합한 결과, 2.7~3도 상승이 전망된다(이것에도 여러 조건이 붙어 있다!).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역사적 책임과 역량에 맞게 자신의 감축 목표를 제시한 선진국은 찾아보기 힘들다. 결국 2030년까지 지구 전체의 온실가스 배출은 계속해서 증가하며, 2030년이 지나도 당분간 배출 정점을 기대할 수 없다. 이것은 교토의정서가 택한 ‘의무적으로’ 그리고 ‘하향식’ 방식을 포기하는 순간 예견된 사태이다. 한마디로 ‘네 멋대로 해라’로 룰을 바꿨기 때문이다.

쟁점은 또 있다. 기후변화 완화와 적응에 대한 국제기금인 녹색기후기금(GCF)의 재정 확보와 운영 방식은 물론 기후변화로 인한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 메커니즘도 난항이 예상된다. 이런 재정 지원과 보상 문제는 1992년 이래로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으며 개도국과 빈국의 신기후변화체제 동참과 직결되는 사안이기 때문에, 파리 기후변화총회에서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는 쟁점이다.

지난 10월에 본에서 개최된 사전 실무협상에서 51페이지 분량의 협상문 초안이 작성되었다. 파리에서는 이 초안을 가지고 협상을 재개한다. 2월 제네바에서 만들어진 85페이지가 줄긴 했지만 옵션들이 숱하게 만다. 초안에는 기후정의, 정의로운 전환, 식량주권, 이 모든 용어들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1.5도와 2도 역시 장기목표로 제시된 상태이다. 그러나 개도국과 빈국, 특히 소위 기후 좌파 국가들의 제안을 모두 담은 문서에 불과하기 때문에, 최종 합의문에는 어떤 것이 선택될지 모른다. 확실한 것이 있다면, 최종 합의문에는 기후정의의 원칙과 방향이 담기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미 선택의 폭은 좁혀졌다. 파리 회의장 안에서는 2030년까지 후퇴한 목표 아래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새로운 국제탄소시장을 창출하며 ‘녹색성장’을 추구하는 것 말고는 다른 상상은 불가능하다. 그곳에서 2014년 뉴욕에서, 2015년 코차밤바에서 울려 퍼진 기후정의의 대안은 존재하지 않는다. 기후운동 역시 개혁적인 ‘기후행동’과 진보적인 ‘기후정의’로 나뉜 상황에서 이번 결과가 과연 또 하나의 ‘절반의 성공’으로 끝날지는 약 한 달의 시간이 남아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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