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8일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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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 <위로공단>을 보며 진정 위로 받는 길을 고민하다
이승숙  ㅣ  2015년 10월 8일


얼마 전 선배언니가 페이스북을 통해 영화 위로공단을 보러가자고 글을 올렸다. 가고 싶었으나 시간이 맞지 않아 함께 관람을 하지 못하였다. ‘위로공단’은 무슨 내용일까 문득 궁금하기도 하고, 그때 같이 볼 걸 하는 아쉬운 맘도 있어 시간을 내어 혼자 영화를 보러갔다.
영화 상영시간은 90여분이고, 형식은 다큐멘터리였다. 영화는 상영시간 내내 어떠한 해설이나 메시지를 따로 전달하지 않는다. 다만 7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여성노동자들의 노동현장과 투쟁현장 그리고 인터뷰만으로 채워졌다. 그러한 형식이 처음에는 조금 낯설게 느껴졌다. 그러나 노동하고 투쟁했던 영상과 동지들의 인터뷰는 영화에 집중하게 하였다. 70년대 평화시장과 구로공단에서 어린 소녀들이 일하는 열악한 노동현장, 닭장집이라 불리었던 구로공단의 노동자들의 자취방, 인간이하의 처우 특히 여성노동자들이 당했던 이중삼중의 고통의 증언들은 아픈 상처를 다시 드러내듯 보는 내내 가슴이 저릿했다.

그러나 80년 90년대를 거쳐 2015년 현재까지 변함없는 열악한 여성노동자들의 현실과 그것에 맞서는 처절한 투쟁의 증언은 분노를 느끼게 하였다. 삼성이라는 대기업에 취직한 자부심과 기쁨도 잠시 백혈병을 비롯한 각종 암에 걸려도 산재인정도 못 받고 투병하며 투쟁하는 삼성반도체 공장 노동자들, 1,895일간 고공농성과 단식 등 목숨을 건 극한 투쟁을 통해 공장으로 돌아갔지만 야반도주를 자행한 자본가로 인해 또다시 거리로 내몰린 기륭전자 노동자들, 마트에서 전화기 앞에서 혹은 비행기 안에서 장시간노동과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 서비스라는 미명아래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며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는 감정 노동자들. 70년대 여성노동자들이 봉제, 가발, 방직, 전자 등의 경공업 중심의 노동에 집중되어 자본가들의 이윤을 위해 착취당하였다면, 현재는 다양한 업종에 분화되어 착취당하는 현실을 나타내고 있다.

더욱이 영화에서 캄보디아 노동현장과 이주노동자들의 사례를 통해 자본가들의 끊임없는 이윤추구가 어떻게 확장 되나가고 그 속에서 노동자들은 어떻게 착취당하는지를 담담하게 드러낸다. 70년대 한국의 여성노동자가 담당했던 노동집약적 산업이 이제는 한국보다 더 가난한 나라들로 이전 되어 그곳의 노동자들이 70년대의 우리보다 더 열악한 노동조건 속에서 착취당하고 또 그에 맞서 목숨을 건 투쟁이 일어나기도 한다. 캄보디아 봉제공장에서 만든 옷이 장 당80~90달러에 팔리고 노동자들은 하루 14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에 임금은 45달러를 받는다.

한국이 산업화가 속도를 내고 자본주의가 본격적으로 발전을 시작할 때, 농촌에서, 도시의 빈민촌에서 가난한 부모를 도와 오빠나 남동생의 학비를 벌기위해 혹은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저마다 희망과 꿈을 찾아 공장에 들어와 ‘공순이’로 불리었던 여성노동자들. 2015년 스튜디어스, 상담원, 캐서 등으로 이름만 바뀐 채 언제 짤릴지 모르는 비정규직 노동자로 살아가는 여성노동자. 치열한 노동과 투쟁으로 산업의 발전, 노동운동의 주춧돌이 된 여성노동자들. 감독은 이러한 이 땅의 모든 여성 노동자들에게 위로의 마음으로 헌사 하고자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감독이 이 영화에서 어떠한 멘트를 하지 않은 것이 이 영화를 통해 보는 이들이 그야말로 위로를 받든, 아니면 거울에 비추듯 자신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이 현실을 보다 능동적으로 본질적으로 파악하여 새로운 투쟁의 필요성을 직시하든, 그것은 각자의 몫이라 말하는 것 같았다. 나는 영화를 보고 후자의 감정을 가지고 나왔다. 그동안 여성노동자들은 생존권과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온몸으로 가열찬 투쟁을 해왔다. 그렇지만 현실은 더욱 강화된 억압과 착취 구조로 고착화되고 있다. 더 이상은 자본가들이 만들어 논 테두리 안의 투쟁에 머물지 말고, 이 구조를 깨트릴 투쟁을 해야만 그 처절했던 투쟁의 끝을 볼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늘 그렇듯이 우리는 그럴 힘이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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