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8일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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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알린스키, 변화의 정치학(조성주, 후마니타스)
낡고 무익한 비판의 변주
문창호  ㅣ  2015년 10월 8일



올해 7월 정의당 당대표 선거에서 “2세대 진보정치”를 표방했던 조성주(現 정치발전소 공동대표)가 화제가 됐었다. 그는 출마의 변에서 1세대 진보정치의 성과와 한계, 2세대 진보정치의 필요성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보수양당체제의 협소한 민주주의를 평범한 시민들을 위한 민주주의로 확장한 것은 1세대 진보정치의 정치적 성과”였지만, “성과에 안주하고 서로 다투는 사이에 민주주의의 광장은 좁아졌고, 시민들은 광장 밖으로 쫓겨나고” 있다. 이제 “새로운 시선으로 현실을 냉정히 진단”하고 청년과 영세자영업자 같은 “‘민주주의 밖의 시민’들을 대변”해야 한다.

2세대 진보정치론

『알린스키, 변화의 정치학』은 조성주가 같은 7월에 낸 책이다. 2세대 진보정치론의 배경과 방법 등을 알린스키라는 1960년대 미국의 사회운동가가 쓴 책에 대한 강의의 형식으로 설명한다. 조성주는 60년대 미국과 현재의 한국을 오버랩시키며, 당시 미국에서 들끓던 신좌파 운동의 관념성과 조급증에 쓴소리를 마다않던 노(老)활동가에게 감정이입한다. 그가 보기에 한국의 80~90년대 학생운동의 변혁성과 현재까지도 그때의 낡은 언어를 붙잡고 있는 고집불통이 문제이다.

그렇다면 2세대 진보정치는 1세대와 대비하여 무엇이 달라야 하는가? 이항대립의 형식을 빌어 설명하자면, ‘1세대 vs 2세대’는 ‘계급 vs 갈등’, ‘지배체제 vs 민주주의’, ‘혁명 vs 타협’, ‘투쟁 vs 정치’, ‘이념 vs 자기이익’이다. 1세대는 우리 사회를 노동계급을 착취 지배하는 체제로 바라보았고, 혁명을 목표로 계급투쟁을 수단으로 삼는 이념에 뿌리내려 있었다.

그러나 1세대의 이념은 “환상의 거미줄”(26쪽)에 불과했다. 이제는 환상에서 빠져나와 사회적 약자들의 이익에서 출발해야 한다. 자기이익이 서로 다른 구성원들이 살아가는 사회에서 영원한 것은 갈등이요, 유한한 것은 갈등의 내용과 모습, 당사자들이다. 그리고 다양한 갈등들을 풀어가는 정당한 룰과 장소가 바로 민주주의이다. “민주주의야말로 사회적 약자들의 힘을 효율적으로 조직하고, 권력을 쟁취할 수 있는 체제”(45쪽)이다. 갈등 상대를 타도하고 제거하는 건 민주주의 밖의 문제이므로, 민주주의 안에서 현실적인 목표는 타협이며, 그 수단이 정치이다. “정치는 불평등한 한 사회의 약자들이 그들의 이익을 최대화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이고 강력한 방법”(47쪽)이다.

낡은 딱지 붙이기

갈등과 민주주의를 축으로 새로이 사회운동을 구성하려는 시도는 1960년대부터 사회주의 지향의 운동에 대한 대안을 자임하던 신사회운동, 포스트주의, 급진민주주의론 등의 여러 이름으로 있어왔다. 이런 주장들은 68혁명의 퇴조와 현실사회주의 붕괴 같은 전환점들에서 매번 사회주의를 낡은 이념으로 매도하면서 자신들의 리바이벌은 새롭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잔가지를 치고 나면 그 줄기는 주관적인 사회인식이라는 점에서 늘 같았다. 그들에게 사회란 “무질서하고 부조리한 세상”(109쪽)이고, 이념의 문제는 사회 속에 질서와 이치가 있을 뿐더러 이를 올바로 인식할 수 있다고 착각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념이 과잉이면 운동은 실패한다. 조성주가 1세대 진보정치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진정한 문제는 자본주의의 과잉이고, 괴물처럼 자라나는 타겟을 겨누지 못하는 운동의 미성숙이다. 조성주 같은 이들은 사회적 약자의 권리와 이들을 위한 정치를 말하지만, 자본이 자본이기 위한 조건 즉, 이윤획득과 축적이, 약자가 계속 약자가 되고 누군가는 밑바닥에 남아야 하는 부도덕한 굴레와 위계 없이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에는 침묵한다. 한편에는 부의 축적이, 다른 한편에서는 굴종의 축적이 자본주의의 영원한 질서이다. 그리고 신자유주의 30년을 건너 이러한 사회인식이 다시 전세계적으로 깨어나고 있다. 남미에서, 남유럽에서, 영국과 미국에서까지. 그런데 우리도 다시 가야할 길에 낡은 딱지나 붙이는 착오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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