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8일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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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케이블카, 우리가 해야 할 심판
박성율 원주녹색연합대표  ㅣ  2015년 10월 8일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사업이 승인되었다. 자본주의 체제의 확대재생산에서 오는 필연적인 결과다. 21세기 자본의 축적양식은 변하고 있다. 금기시 하던 자연과 생명체 내부를 이윤축척의 공간으로 활용하고, 이 과정에서 극심하게 노동자들도 소모품으로 바뀌고 있다. 농경생활을 중심으로 하던 생활에서 자본주의 초기의 공업중심으로 삶의 형태를 바꾸는 것은 저절로 되지 않는다. 정부의 독재나 환경문제, 노동문제는 모두 자본주의 생성과 함께 시작된다. 90년대 이전 민중과 함께 하는 환경운동은 그 이념도 반자본이었다. 그러나 환경운동과 노동운동이 제대로 연대하지 못하고 환경운동이 민중의 손을 떠나 중산층의 거대화된 환경운동단체로 변이 되면서 노동과 환경이 분리되고 말았다. 설악산 문제를 환경문제로만 보면 최근 강원도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과정을 정확하게 볼 수 없다.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사업 추진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들은 이를 반증한다.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문제는 단순한 환경파괴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치논리와 경제논리가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경제성, 환경성, 공익성 등 모든 점을 충족하지 못한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사업은 2012년과 2013년 두 차례에 걸쳐 국립공원위원회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환경부가 반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5년 4월 29일 3차 사업신청서가 제출되고, 8월 28일 국립공원위원회가 조건부 승인을 했다. 탐방로 회피・산양 보호・풍속계 설치・사후관리 5년 모니터링・공동관리・운영수익 투자・상층부 식물보호대책 마련 추진 등이다. 문제는 이 조건들이 역설적으로 승인할 수 없는 조건들을 드러내고 있고, 두 차례에 걸친 심의과정과 달라진 게 없는 데도 통과되었다는 점이다. 그 핵심논리는 경제활성화였다.

설악산은 환경부가 지정한 국립공원, 산림청이 지정한 백두대간보호구역이자 산림유전자보호구역, 문화재청이 지정한 천연보호구역, 유네스코가 지정한 유네스코생물권보전지역이다. 한국정부와 국제사회가 나서서 다섯 겹으로 보호하는 산이다. 개발이 어려워지자 이번 3차 신청과정은 온갖 수단이 다 동원되었다. 2014년 8월 청와대에서 개최된 6차 무역투자진흥회의가 도화선이었다. 환경부는 설악산 케이블카의 연이은 무산에 대한 질타를 받았다. “산양 서식지와 겹쳐 허가가 안 되는 곳”이라고 하자 기재부 최경환 부총리는 “산양이 문제가 된다면 노선을 바꾸면 되지 않는냐”고 압박했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환경친화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양양군에 컨설팅을 제공하고, 케이블카 설치안이 신속히 국립공원위원회 심의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굴복했다. 3주후 환경부, 기재부, 국토부와 문화재청은 TF를 구성하고, 9월 11일 1차 회의를 시작으로 올해 1월27일까지 총 네 차례의 회의를 진행했다.

사업신청 전에 결론부터 내린 것이다. 치밀하게 명분을 만들었다. 환경영향평가를 조작하고, 민간전문위원들 조사를 왜곡 천연기념물 217호인 산양의 서식지가 아니라 이동경로로 주장했다. 국책기관인 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의 경제성 검증 보고서는 탑승객을 부풀리고 ‘비용-편익 비율’을 높여 뛰어난 경제효과를 강조했다. 양양군은 이를 받아 조작된 보고서를 제출했다. 공원위원회는 반드시 해야 하는 외부검증을 하지 않았다. 승인과정에 참석한 공원위원 중 해수부, 농림부, 국방부 등 안건과 관련 없는 정부부처 관계자의 불법 심의도 드러났다.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대상지가 중요 야생동물 서식지라는 정부보고서를 누락했다. 강원도는 장애인과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설치한다고 했다. ‘산악 민주화’란 말도 나왔다. 심지어 케이블카를 놓으면 환경을 보호한다고 ‘친환경’ 사업임도 강조했다. 최문순 도지사가 양양군에 사업승인과 지원을 약속하는 확약서도 써줬다. 관변단체를 동원한 찬성분위기도 만들어갔다. 문재인, 이종걸 등 새정치민주연합과 강원도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의 지지도 이끌어냈다. 전경련은 4성급 호텔과 레스토랑을 지으면 장밋빛 미래가 온다고 부추겼다. 환경부는 국정감사 내내 당당한 모습이었다. 가이드라인을 지켰냐는 질문에 윤성규 장관은 “주요서식지, 산란처 등을 최대한 회피하라는 것이지 절대적으로 회피하라는 것이 아니다”, “가이드라인은 법규명령이 아니다”라고 했다. 스스로 법을 거부하는 환경파괴부장관이다.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최종 승인까지 가게 된 배경으로 지방정부・여당・야당・청와대 모두가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에 대해 찬성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대운하, 4대강사업, 국립공원 등 산지개발, 기업도시 추진은 우연이 아니다. 자본은 하나씩 목적이 달성되자 점차 악랄하고 노골적인 수법을 쓰고 있다. 마음 놓고 개발이익을 챙기기 위해 들고 나오는 ‘지역경제 활성화’엔 모두 백기투항하고 있다. 결과는 대자본 독점과 카르텔로 귀결되고 있다. 더 나아가 낭설로 전해지던 ‘산악관광진흥구역’ 입법예고를 했다. 4대강 망친 삽질을 산에서도 하겠다는 것이다.
설악산 케이블카 문제는 자본의 음모를 주시해야한다. 시민운동자체가 갖고 있는 한계인 자본과의 유착현상과 이념의 모호성은 환경운동이 근본적으로 지향해야 할 반 자본운동의 전선을 흐리게 했다. 그래서일까? 노동자들도 환경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전선이 분명한데 무거운 연대는 자본의 무한 질주를 도와주고 있다. 생각을 바꾸자. 보호가치가 있는 자연환경인가 여부가 개발 여부를 결정짓게 해선 안 된다. 모든 것이 가치나 돈으로 귀결된다. 그래서 항상 끌려 다니는 것이다. 생명과 땅을 지키는 것은 가치 판단의 대상이 아니다. 설악산 케이블카는 시작한 게 아니다. 불법과 편법으로 사업승인만 됐다. 남은 절차를 막고, 이미 승인된 절차도 뒤로 돌려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해야 할 심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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