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8일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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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안보법 통과가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
현수  ㅣ  2015년 10월 8일



집단적 자위권의 확대, 그 이상을 위하여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중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결과, 패전 후 연합군 최고사령부(GHQ)의 지침 아래 평화주의를 천명하는 헌법을 새로이 만들었다. 이에 따라 국가간 교전과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의 무력행사는 일본에게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2012년 재선에 성공한 아베 총리는 변화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역학구조를 빌미로 단순히 자국을 방어하는 수준을 넘어 긴밀한 유대관계를 가진 국가에 대한 공격 역시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인지하고 대응할 수 있는 ‘집단적 자위권’을 꾸준히 주장해왔다.

그리고 지난 9월 19일 참의원 본회의에서 기습적으로 안보법 제·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집단적 자위권이 현실화 되었다. 사실 무력행사를 금지하는 평화헌법에 대한 일본의 일탈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냉전시기부터 미국과 일본은 미일방위협력 지침에 따라 소련과 중국에 대항하기 위한 미군과 일본 자위대의 역할을 분담하고 있었으며 일본 자위대의 군비는 꾸준하게 증대되어 왔다. 결국 현재의 안보법 개정안은 장기적인 과정 속에서 보자면 평화헌법의 전면적 개정, 즉 개헌으로의 여정과 다름이 없다.
 
안보법안 강행을 둘러싼 반응

이번 안보법 제·개정안의 기습적 통과에 대한 일본 국내외의 반응은 뜨거웠다. 한국의 언론들은 연일 아베와 일본 자민당의 비민주적 행위에 대해 질타하며 일본이 사실상 전쟁 가능한 나라가 되었음을 우려했다. 중국 역시 가뜩이나 첨예한 군사적 대립이 나타나고 있는 동북아시아에서 일본의 안보법 제·개정이 결코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 비판했다. 한편 미국은 동맹국인 일본이 지역 안보에 있어 보다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평가하며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러한 국외의 반응과 별개로 일본 내부에서는 유래 없는 총리 퇴진 및 안보법안 반대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지난 10월 2일에는 ‘실즈(SEALDs)’ 등의 청년 단체와 노조, 오키나와 미군기지 반대 단체, 탈 원전 모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반대 단체 등 아베 정권이 추진하는 각종 정책에 반대하는 민중들이 집결하여 ‘부수자 파시즘! 아베 아웃! 아베 정권 노(No)! 민주주의를 되찾자!’라는 구호로 대규모 집회를 벌이기도 했다. 이러한 대중적 저항은 일본에서 매우 보기 드문 일이다.
 
실즈(SEALDs)가 외치는 평화와 자유

특히 쉴즈는 ‘자유와 민주주의에 기초한 정치를 요구한다’는 슬로건을 건 청년 단체로, 이번 안보법안 등을 국가 권력의 폭주로 규정하고 입헌주의에 입각한 자유와 권리의 정치를 주장하고 있다. 또한 특정 이슈만을 선정하여 의견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취업난과 워킹 푸어, 파견근무직 확대(비정규직) 등 다양한 문제를 거론하며 사회보장과 고용보장을 요구한다는 측면에서 상당한 지지를 획득하고 있다. 물론 현재의 위기를 “블랙 자본주의”라 명명하고 공정한 분배와 지속 가능하고 건강한 성장을 지향한다는 측면에서 뚜렷한 한계를 가지고 있지만 이들의 등장이 일본 사회의 균열을 야기하고 있음에는 틀림이 없다.
 
보다 근본적으로, 보다 급진적으로

이와 같은 일본 사회 내의 반향과 주변국의 저항이 실질적이고 진정한 평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우선 왜 일본이 안보법안을 통과시키고 더 나아가 평화헌법의 개헌을 지향하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정확히는 40여 년 간 질질 끌어온 문제를 왜 지금 해결하려 애를 쓰고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일본의 안보법안을 통과시킨 것은 아베 총리를 비롯한 자민당의 우익 인사들의 망동이 아니라 날이 갈수록 첨예해지고 있는 제국주의 대결과 현대 자본주의의 위기이다.

중국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일대일로를 통해 확장 정책을 펼치는 것에 대항하며, 미일동맹의 건재함을 드러내고 동시에 세계 패권과 경제 이권을 둘러싼 제국주의 열강의 각축전에 끼어들지 않고선 현재의 위기를 덮어둘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당장 안보법 통과가 된지 얼마 되지 않은 지난 10월 1일, 무기 개발과 조달, 민간 기업의 무기 수출 창구를 맡는 방위장비청을 발 빠르게 출범시키고 호주 및 영국 등의 국가들과 무기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것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일본의 안보법 통과는 우리에게 현대 자본주의의 위기가 생각보다 가까이 왔음을, 예상보다 거대해져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러한 위기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보다 근본적인 문제제기와 이를 통한 보다 급진적인 문제인식 이외에는 끔찍한 충돌과 파괴가 수반될 수밖에 없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문제는 지금부터 우리가 무엇을 하는 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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