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14일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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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엄한 비극, 초라한 희극] 자본가 정권의 초라한 희극, ‘경제혁신3개년계획’
박남일  ㅣ  2014년 3월 14일

 

세계 자본주의 공황에 따른 글로벌 금융위기의 골이 깊다. 그럼에도 터널의 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자본가계급의 이윤 전선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그러자 취임 2년차를 맞은 박근혜 정권은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운운하며 이른바 ‘경제혁신3개년계획’을 내놓았다. 2017년까지 3년 동안 잠재성장률 4%, 고용률 70%를 달성하며 1인당 국민소득 4만불 시대의 초석을 다지겠다는 거창한 목표를 제시한 것이다. 이와 더불어, 꺼져가는 성장 엔진을 다시 점화하여 지속가능한 이윤착취의 길을 모색하겠다는 의지가 강력하다.

경제혁신3개년계획은 세계공황시대 한국 자본가계급의 출구전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전략이 경제혁신을 일으켜서 지배자본가들의 행복 연장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는 보이지는 않는다. 새로울 게 전혀 없고 시대에 뒤떨어진 ‘경제혁신3개년계획’은 대중에게 별로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용어부터가 박정희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요컨대 ‘한강의 기적’은 박정희 정권의 치적에 대한 극단적 헌사이며, ‘경제혁신3개년계획’이라는 말도 박정희의 ‘경제개발5개년계획’의 아류이기 때문이다.

역사는 장엄한 비극과 초라한 소극(笑劇)으로 되풀이한다던 마르크스의 일갈이 이처럼 잘 맞아떨어지는 경우도 드물다. 박정희 시대의 ‘장엄한 비극’이 박근혜 시대에 어떤 모습의 ‘초라한 소극’으로 되풀이될 것인지 눈여겨 볼 일이다. 그에 앞서, ‘기초가 튼튼한 경제’, ‘역동적인 혁신경제’, ‘내수·수출 균형경제’ 등 세 가지를 핵심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는 ‘경제혁신3개년계획’의 속내를 들여다보기로 한다. 

공기업 민영화 등 자본의 논리 베껴 쓴 경제계획


박근혜 정권은 경제혁신계획의 첫 번째 핵심전략으로 ‘기초가 튼튼한 경제’를 내세웠다. 이와 관련하여 ‘공공부문 개혁’,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 ‘사회안전망 확충’ 등 세 가지 핵심과제를 설정했다. 하지만 이 과제들은 ‘공공부문 민영화’, ‘시장경제 강화’, ‘사회안전망 없음’의 다른 이름이다. 먼저 ‘공공부문 개혁’ 과제에서는 공기업의 방만 경영을 질타하며 경쟁의 원리와 더불어 사업조정, 자산매각, 기업분할, 자회사 신설 등 구체적인 방안까지 거론함으로써 광범위한 민영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여기에 임대주택 등 공공서비스 분야를 민간에 개방하고, 3년간 600개 이상의 정부재정사업을 감축하겠다고 한다. 또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 등 3개 공적 연금도 손을 보겠다며 긴축재정을 예고하고 있다.

두 번째 과제인 ‘시장경제 확립’은 다분히 선언적인 공정거래 원칙을 나열한 것으로, 해묵은 노사타협 논리의 재탕에 불과하다. 다만 눈에 띄는 것은 ‘노사관계 생산성’이라는 억지스러운 개념이다. “세계 최하위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노사관계 생산성”이라거나 “임금과 생산성 간 연계를 강화하여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불합리한 임금격차를 줄인다”는 따위의 내용이 수상하다. 이는 철저하게 자본가의 논리로 노사관계를 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더불어 이미 예고한 바 있는 ‘시간제 근무’를 염두에 두고 노동조건 악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박근혜는 또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경제가 여러 충격에도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주춧돌”이라 하면서 ‘고용보험 대상 확대’와 ‘실업급여체계 개편’, ‘희망키움통장 확대’, ‘근로장려금 증액’ 등을 그 해법으로 나열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비정규직 증가와 노동조건 악화 때문에 빚어진 고용불안과 보편적 저임금 문제 등 한국 사회 문제의 핵심을 애써 피해가는 것이다. 일을 할수록 가난해지는 다수 인민의 현실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억울하면 창업해서 ‘대박’ 쳐라!
 

경제혁신3개년계획의 두 번째 전략인 ‘역동적인 혁신경제’는 먼저 ‘창조경제’라는 박근혜 정부의 경제 슬로건과 맞닿아 있다. 온라인 ‘창조경제타운’을 운영하고, 광역시도별 오프라인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설치하여 아이디어 창업을 지원하겠다고 한다. 더불어 박근혜는 “창업이 대박으로 이어지는 성공 사례를 만들어 세계적인 신화를 써달라”며, 사행심을 조장하는 특유의 ‘대박’타령도 잊지 않았다. 기술과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창업 붐을 일으키겠다는 의도인데, 이는 결국 도박성 투자와 창업을 지원하는 사태에 이르게 될 것이다.

‘역동적인 혁신경제’ 전략의 두 번째 핵심과제는 ‘미래대비 투자’이다. 기술연구 투자와 대학 연구역량 강화, 지적재산권 거래 활성화, 인터넷 기반 융합산업 등이 그 내용이다. 또한 기후ㆍ환경ㆍ에너지 등 전 지구적 문제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비, 새로운 사업과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한다. 박근혜는 이미 “통일은 대박”이라 천명했던 것처럼 지구생태 문제 또한 어김없이 돈벌이 논리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박근혜는 “우리 경제의 수출의존도가 높은데도 불구하고, 전체 중소, 중견기업 가운데 2.7%만이 수출을 하고 있고, 이 기업들이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며 수출 의존형 경제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수출의존도가 높다는 것은 수입의존도 또한 높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부는 현재 미국, EU등과 발효 중인 9건의 FTA 외에도 지속적으로 자유무역협정을 늘려나가겠다고 공언했다. 오로지 글로벌 자본가들의 이윤 확보를 위한 경제정책을 밀고 가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무역경제는 글로벌 위기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자급경제의 비중을 높여야만 경제의 기초가 튼튼해진다는 건 상식이다.

박근혜 정권이 말한 ‘역동적인 혁신경제’ 전략이란 한 마디로 “모두 창업해서 대박 치라”는 것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경제라는 건 어느 한쪽에서 노동을 착취하지 않으면 어느 한쪽에서 ‘대박’이 날 수 없다. 따라서 박근혜가 말한 ‘역동적인 혁신경제’는 곧 ‘역동적인 착취경제’를 뜻한다. 역동적으로 노동을 수탈하고, 역동적으로 이윤을 축적하고, 역동적으로 인민의 삶을 밟아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경제혁신3개년계획’의 핵심은 규제혁파로 자본의 천국을 만드는 것

박근혜 정부는 경제혁신을 위한 세 번째 전략으로 ‘내수와 수출의 균형성장’을 내세웠다. 더불어 내수기반 확대를 위해 가계부채의 주원인인 전세 값 상승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주택담보대출 장려, 장기주택자금 공급 확대, 민영주택 전매 제한 완화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전세금 인상 문제를 빚내서 집 사는 것으로 해결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건설 자본과 부동산 투기 세력에는 도움이 될지언정, 결국은 ‘하우스 푸어’를 양산하여 내수기반을 더욱 악화시키게 될 것이다.

한편 박근혜 정부는 3개년계획에서 “투자의 가장 큰 걸림돌인 규제를 반드시 혁파하겠다”고 단언했다. 더불어 규제의 가짓수가 늘어나지 않도록 하는 ‘규제총량제’와, 존속기한이 끝난 규제는 즉시 자동으로 효력이 상실되는 ‘자동효력상실제’도 도입하겠다고 했다. 자본가들의 이윤 추구에 걸림돌이 되는 건 모두 걷어내겠다는 굳은 의지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이는 ‘경제혁신3개년계획’의 핵심적 의도이며, 사회 공동의 이익보다 자본가들의 사익에 봉사하는 자본가정권의 본질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것이다.

이밖에 박근혜 정부는 ‘청년·여성 고용률 제고’를 내수활성화의 과제로 삼고 있다. 그에 따라 청년 일자리 50만 개와 여성 일자리를 150만개를 창출하는 방안을 버젓이 내놓고 있다. 그런데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라는 달콤한 표현은 경제자유구역에 투자개방형 병원을 유치하거나 원격 의료 같은 의료 상업화의 음모를 교묘히 합리화하는 논리일 뿐이다. 또한 여성 일자리 150만개 창출도 ‘시간선택제’를 도입하여 저렴한 일자리를 양산함으로써 값싼 노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자본가들의 바람을 그대로 구현하고 있다. 어떻게든 자본가들에게는 희극을, 노동자들에게는 비극을 선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의 이러한 ‘경제혁신3개년계획’은 박정희가 추진한 ‘경제개발5개년계획’의 역사적 반복이다. 그런데 박정희의 그것 또한 기시 노부스케 등 일제 때 자본주의 개혁 관료들이 만주에서 추진한 ‘경제개발계획’을 답습하여 남한에 비극적인 자본 독재의 토대를 닦은 것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박근혜가 ‘지속가능한 자본독재’를 위해 아버지의 비극을 따르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정권의 시도는 노동자계급의 저항에 직면하여 초라한 희극으로 마감될 것이다. 그것이 역사의 법칙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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