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8일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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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붉은 시선] 노사협조주의·조합주의를 넘어 자기반성을
홍기탁 스타케미칼해복투  ㅣ  2015년 4월 8일


한국합섬 5년 투쟁

한국합섬 5년 투쟁은 많은 것을 남겼다. 대대적인 정리해고 구조조정에 맞서 당당히 승리하였지만 구조조정 자금으로 쏟아 부은 공장 운영자금이 유동성 위기로 내몰리면서 결국 파산에 이르렀다. 투쟁은 자연스레 파산투쟁으로 전환했고 빈 공장을 굳건히 지키며 채권단을 상대로 정부를 상대로 싸워갔다.

시간이 흐르면서 전국 곳곳의 활동가조차 ‘싸울 상대가 없다’, ‘한국합섬 공장은 화섬업계 공급과잉 등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없는 공장이다’며 절망공장이라 표현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그 긴 시간동안 한국합섬 투쟁하는 동지들은 생계비 투쟁기금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지원을 받지 못하고 힘겹게 버텨야 했지만 연대하고 투쟁하며 싸움의 원칙을 지키려 했다. 파산기업 공기업화, 노동시간 단축(하루 6시간 주30시간)으로 실업문제 해결 등을 정부에게 요구하며 끈질기게 투쟁하였다.

한국합섬 주채권 은행이 산업은행이라는 것은 ‘파산기업 공기업화’로 정립 할 수 있는 주요한 요인이 되었다. 결국 산업은행을 상대로 끈질기게 투쟁한 결과, 새로운 자본이 등장하여 고용을 책임질 수밖에 없는 조건이 되었다. 이것이 한국합섬 5년 투쟁의 과정이었다.

스타케미칼과 무너진 현장

5년 투쟁의 결과, 새로운 자본이 회사를 인수하여 한국합성은 스타케미칼이 되었다. 재가동하면서 새롭게 구성된 집행부는 장기투쟁의 피로도를 해소하면서 현장의 조직력을 복원하는데 주안점을 두지 않았다. 오히려 공장이 안정화 되는 것이 급선무라 했다. 자연스레 실리가 자리 잡았다. 현장은 한국합섬 5년의 투쟁을 털고 돈이나 벌어보자는 인식이 잠식해 들어갔다. 피터지게 잔업하고 특근의 연속이었다. 파산투쟁을 당당히 해온 사업장이라는 게 무색할 만큼 이런 현상이 2년이란 짧은 재가동 기간 동안 빠르게 보편화 할 수 있었던 것은 집행부의 잘못된 인식과 오류 때문이었다.

새로운 자본에 의해 고용된 세력과 기존 조합원, 장기투쟁 과정 속에서의 갈등, 자본의 포섭과 회유 등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 힘겨웠던 지난 5년의 투쟁 속에서도 놓지 않았던 원칙들이 작동되지 않았다. 이것이 현장이 무너지는 계기였다. 이는 현장 강화를 기본으로 하는 교육, 선전, 조직, 연대, 변혁의 기회를 완전히 날려버린 결과고 이후 조합주의도 아닌 실리주의로 완전히 전환하게 된 것이다.

노사협조주의, 조합주의를 극복하지 못하면 본전 싸움만 되풀이


노동자들의 투쟁이 전국적으로 한국합섬에서 스타케미칼로 이어지는 우리의 투쟁 역사와 별다를 것이 없을 것이다. 구미 역시 일상적 사업과 투쟁이 없어지고 노사 협조주의가 일반화되었고, 10년도 지나지 않아 1만 2천 민주노총 조직이 800명으로 급감하는 사태에 이르게 된다.

조합주의, 노사협조주의는 자본이 잘나갈 때에나 통하는 것이다. 이미 한국 자본주의는 이윤 창출이 가면 갈수록 힘든 사항이었고, 자본은 이를 돌파 할 수 있는 것이 노동자들의 구조조정, 임금삭감이라고 생각하고 일방적으로 노동자들을 공격한다. 구미 역시 여기서 비켜갈 수 없었다. 구조조정 피바람이 불어 닥쳤고 이를 막을 힘도 조직도 없었다. 미조직사업은 모두 실패로 돌아갔고, 남아있는 조직은 노사협조주의에 머무르며 내 공장, 내 자신밖에 보지 않는다. 파업투쟁 역시 형식적으로 진행되어서, 4시간 파업은 조합원 교육을 활용하고 간부파업은 회의 시간을 활용해서 겨우 밖으로 나오는 현실이었다. 이제 조합주의의 한계가 전면적으로 나타나는 시기인 것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평가조차도 전무했다.

한국합섬 역시 지난시간 많은 연대와 투쟁 모범이 되는 싸움을 많이 했지만 이 또한 공장이 잘 나갈 때 했던 투쟁이다. 공장이 멈춰 가동되지 않았을 때 5년 싸움을 했지만 아픔이 더 많았던 시간이었다. 노사협조주의와 조합주의를 넘지 못하고 잘 싸우고도 다시 제자리걸음인 이 악순환, 이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면 겨우 본전 싸움을 되풀이 할 뿐이다.

엄혹한 시기 자본의 공황 속에 노동자들의 계급투쟁이 전면화 되지 않으면 우리의 삶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노동자에게는 기회이자 반격의 시기라고 본다. 하지만 현장에 팽배하게 퍼져있는 노사협조주의, 조합주의는 어떻게 넘을 것인가! 이것은 지역적으로 노동자들의 연대 투쟁을 견인해 내고 이제는 합법집회가 아니라 전투적으로 노동자들이 나서는 방법 외에 아무것도 없다.

모든 계급투쟁은 정치투쟁이다 우리 노동자들의 가슴과 머리에 각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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